아버님이 별세하신 후부터 가세는 가파르게 기우러져 가고 심지어는 식생활에 까지 급격한 위험을 받는 심각한 생활수준을 몸소 피부로 체험해야하는 환경에 이르게 되었다. 식생활까지 줄어야 하는 가장 큰 이유는 형제들 모두가 학생들이기에 이들이 지불해하는 학자금만도 매월 상당한 액수였다.
매년마다 농토를 팔고 가축을 팔고 곡물을 팔아 건건히 충당하기에 하루 3끼를 먹는 식량을 줄이고 돈이 되는 흰 쌀밥은 주로 먹을 수 없고 1/3정도 쌀을 넣고 나머지는 보리를 넣어서 밥을 만든다. 쌀농사를 지어도 쌀밥을 먹는다는 것은 쉽지 않았다. 형제들이 지불하는 학자금중 거의 대부분이 서울 객지에서 공부하기에 방학 때 오고 가는 교통비, 서울 하숙비, 매년 지불하는 등록금, 책값, 잡비 및 옷가지 등등 큰형에게 지불되는 돈이었다.
무엇보다 큰형이 요구하는 것은 어머님은 무엇이든 다 들어주기에 다른 형제들은 상대적으로 기본적인 학자금 외 돈을 쓴다는 것은 엄두도 못내는 형편이었고 큰형은 가사가 심각하게 어려워져 가는 형편을 다른 동생들처럼 상세하게 잘 알리가 없었다. 방학이 되어 서울서 내려오면 먹고 싶은 음식은 어머님께서는 다 챙겨 마련해주며 한밤중에도 닭죽을 먹고 싶다고 하면 닭을 잡아 닭죽을 준비했다. 집에서 키운 닭들이 많았기에 닭요리를 많이 먹었는데 특별히 닭다리, 날개, 몸통 등 모두 잘게 쓸어 쌀을 넣고 가족들이 먹을 수 있는 량의 물을 부어 강한 불에 끓여 먹는 일종의 닭죽이다.
가족들의 건강을 유지하는 음식은 이렇게 먹은 닭죽이기에 닭을 많이 기르고 닭죽을 어릴 때 많이 먹었기에 지금도 닭죽을 좋아하고 본당을 맡아 사목을 할 때는 닭죽을 자주 먹었다. 나는 국민 학교를 졸업하고 중학교를 가는데 그때만 해도 포항시에 여러 개의 중고등학교가 있었다. 포항남자 중고등학교와 여자 중고등학교가 설립 된지도 오래되었다. 마을에서 초등학교를 다니는 경우도 흔하지는 않는 시대이기에 재력이 허락되는 가정에도 중학교 내지는 고등학교를 보내는 집들은 아주 드물었고 겨우 국민 학교만 졸업한 후에는 전부 농촌에서 농사를 짓는 일에 평생 종사했다. 마을사람들의 이런 저조한 교육열에 비하면 어머님이나 큰형은 동생들에 대한 교육열은 대단했고 가능한 동생들이 고등학교까지는 마치게 하는 것이 그들의 계획이었다.
어려운 가정 사정에도 억지로 큰형으로부터 누나 적은 형 나 여동생 남동생 모두 줄줄이 학교에 다니기에 기우러져 가는 가운에 너무나 어려운 부담이었다. 그러나 큰 형을 제외하고는 가족 모두가 절약에 절약을 하면서 가사를 꾸려나가야 했다. 포항 중학교가 집에서 약 16km 떨어져 있기에 매일 마다 걸어서 등교를 해야 하는데 새벽부터 일어나 아침밥을 먹고 40 리나 떨어진 학교를 다녔다. 이때는 버스나 승용차가 없는 시대였고 화물차나 열차는 있었지만 집에서 2km나 떨어진 효자란 역까지 나가야했다.
열차도 그나마 이른 아침에 효자역에서 출발하기에 열차를 타는 것도 쉽지 않으며 효자에서 연일로 들어오는 길목에 해병대 군인 검문소가 있기에 모든 차량들이 일단은 검문을 받기에 멈춘다. 때로는 화물차가 검문소에 서면 운전수에게 애걸복걸해서 짐차위에 매달려 포항까지 가는 수도 있었다. 매일 등교 길은 주로 걸어가는데 빠르면 1시간 30분 만에 학교에 도착하지만 보통 2시간이상 걸리는 셈이다. 어려운 시험을 거처 포항 중학교에 입학해서 몇 개월 다녔지만 결국 입학금을 내지 못해 학교로부터 쫓겨났다. 쫓겨난 날 학교교문을 나서면서 집에 올 때 까지 서러움에 북 바쳐 얼마나 울었는지 눈이 퉁퉁 부어 앞을 못 볼 정도가 되어서 집으로 돌아왔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경험해본 그때 그 당시의 서러움과 부끄러움을 안고 교문을 나올 때 느껴본 감정은 지금도 나의 머리에 생생하다.
(몬트레이 한인성당 신부)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