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여름 미국의 민주당과 공화당은 여러 차례의 우여곡절을 겪은 끝에 극적으로 연방정부 부채상안 증액 안에 합의했다. 디폴트(채무불이행)를 하루 앞두고 최악의 상황을 피해야 한다는 공통된 목적이 이와 같은 결과를 이끌어 낸 것이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있는 양당은 치밀한 정략을 세워야 하기에 협상이 결코 쉽지 만은 않을 것이라는 것을 그리 어렵지 않게 예상할 수 있었지만, 생각보다 더 험난한 길을 통해 오바마 행정부는 타협안을 볼 수 있게 되었다.
그렇잖아도 미국 경제가 갈수록 힘들어지고 있고, 더군다나 미래 역시 그렇게 밝지만은 않은 현실에서, 미국이 만일 채무를 갚지 못하고 부도가 날 경우에 수많은 암초가 깔려 있기에 이번 협상안을 숨 졸이며 지켜보고 있는 눈이 매우 많았던 것이다.
이번 타협안을 지켜보면서 필자는 갈등관계에서 볼 수 있는 힘(power)에 대해서 잠깐 이야기하려고 한다. 사실, 힘에 대해서는 매우 많은 시각으로 다룰 수 있는 소재이지만, 그것을 전부 다루기에는 지면상 불가능한 일이기에, 여기서는 우리가 가지고 있는 편견, 즉, 힘을 하나의 고정된 수적인 개념으로 이해하고 있는 경향에 대해서 독자들과 함께 생각해 보고자 한다.
아마도 나 자신과 다른 사람들에게 상처를 주고받는 어쩌면 파괴적이라고 말할 수 있는 상황을 보다 효과적으로 대처해 가는데 도움이 되리라 생각한다.
많은 경우에 우리는 (어쩌면 이것도 나의 개인적인 편견일 수도 있다) 상대방이 힘을 80 정도 가지고 있다면 나는 20 밖에 없는 것이고, 내가 80정도 갖고 상대방이 20정도 가져야 좀 안심하며, 더 나아가 모든 힘을 합해서 100이란 절대적인 수치로 표현하기를 좋아한다. 그래서, 상대방이 가지고 있는 힘을 더 많이 뺏어야지만 내 힘이 더 세질 것이라고 믿는 경향이 있다. 그 결과 늘 상대방이 가지고 있는 힘의 양에 대해서 신경 쓰고 견제하고, 그러다 보면 정작 해야 할 일보다 엉뚱한데 더 정신을 쓰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필자가 목회상담학을 공부하면서 인턴으로 일할 때나 혹은 현재 섬기고 있는 워싱턴침례대학교의 상담학 센터를 방문하는 학생들의 사례를 보면, 내담자가 남편이나 아내 혹은 친구나 목회자 등 주위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겪는 고통과 아픔의 경우, 힘을 이러한 고정된 숫자로 인식하는 상대방과의 싸움임을 알 수 있게 된다.
한번 여러분들의 가정이나 교회의 모습을 돌아보라. 만일 집안에서 잦은 불화와 싸움이 있다면, 뭔가 보이지 않는 상대방인 남편이나 아내와의 갈등이 있어 늘 신경전을 벌이지 않으면 안 되는 험악한 상황을 연출한다면, 혹시 당신은 가정에서 그 누구보다도 더 많은 힘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믿고 있는 것은 아닌 지 생각해 볼 일이다.
이런 면들을 잘 살펴보면 교회에서 벌어지는 크고 작은 어려움에 대한 해법을 찾을 수 있다. 목사님과 장로님 사이, 당회와 재직회, 교육전도사와 부장, 여권사와 여집사 등 교회에서 문제와 갈등이 발생할 여지가 많은 관계이다. 만일, 독자가 이 중에 어느 한 그룹에 속한다면 곰곰 생각해 보기를 권하고 싶다. 혹시 목사님 혹은 장로님이 너무 많은 힘을 가지고 있는 것만 눈에 들어오지는 않는 지, 교회를 위해서 잘 사용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왠지 힘을 가지고 있지 않은 것 같은 느낌을 받고 있는 것은 아닌 지, 그래서 괜히 딴죽을 걸고 싶은 건 아닌 지 등 말이다.
힘을 고정된 숫자의 개념으로 이해하는 사람들이 많은 공동체는 늘 불안과 공포와 갈등이라는 시한폭탄을 안고 살기 마련이다. 특히나, 지금처럼 스트레스 받기 쉬울 때는 유연성 있게 생각할 필요가 있다. 나만 먹고 살려고 하거나, 남을 휘두르기만 해서는 건강한 삶을 살아갈 수가 없다. 힘이란 것은 상대방과 나누어 가질 때 더 큰 힘이 건강하게 커갈 수 있다는 것을 기억하자. 이렇게 볼 때, 힘은 일반적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처럼, 누군가에게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것뿐만이 아니라, 상대방의 영향을 받을 줄 아는 것도 힘인 것이다.
이제 벌써 한 해가 저물어가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올 해가 가기 전에 그 동안 일방적으로 힘을 사용하여 상대방에게 상처와 아픔을 주었다면, 이제부터라도 상대방의 말에 귀 기울이고, 존중해주며, 그들의 영향을 받을 줄 아는 넉넉한 마음을 모든 독자들이 가질 수 있었으면 좋겠다.
장보철
워싱턴 침례대학 교수, 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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