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렵고도 쉬운 인생의 숙제는 내가 누구인가를 아는 것이다. 인생의 불행은 남의 것에 눈을 돌릴 때이다. 우리는 초등학교 국어 시간에 바둑아, 순이야! 철수야!를 먼저 배운다. 그 때에는 몰랐는데 지나고 보니 역시 우리는 배운 대로 살고 있다. 나보다는 바둑이, 강아지, 순이, 그리고 철수를 먼저 생각한다. 그런데 억측인지는 몰라도 영어 책에는 먼저 ‘I am a boy. You are a girl’이 나온다. 그리고 ‘My name is Tom’부터 시작한다.
내가 누구인지 모르면 죽을 때까지 방황하고 고민한다. 어떤 면에서는 가장 최악의 질병은 자기를 모르고 사는 것이다. 예수님은 자기가 누구인지 철저히 깨달으셨다. 그래서 과감히 말씀하셨다. “나는 참 포도나무요(요한복음15:1).” 나는 아버지다. 나는 어머니다. 나는 이민자다. 나는 성도이다. 이것이 먼저 세워지지 않으면 언제 어디서나 정신적 방황만 있을 뿐이다. 남의 삶을 모방하지 않고 자기의 모습을 찾는 사람, 그 사람이 예수님의 사람들이다.
예수님은 자신이 참(진리, 진실)이라고 하셨다. 이처럼 자신 있는 분이 세상에 어디 있겠는가? 예수님 외에는 그 어느 누구도 자기가 진실하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사람은 태어나면서부터 진실하지 못한 피를 가지고 태어났기 때문이다. 나는 양심적이다. 나는 깨끗하다. 나는 그 어느 누구로부터 원망들을 만한 일을 행한 적이 없다고 말하는 것 자체가 진실이 아니다. 성경은 “의인은 없나니 하나도 없으니(롬10:3)”라고 했다. 혹시 누가 너는 죄인이다. 너는 거짓말쟁이다. 너는 교만하다고 한다면 불쾌하게 들을 필요가 없다. 본질적으로 인간은 죄인이기 때문이다.
예수님은 우리 사람의 마음속에 있는 생각들이 악하다고 했다. 욕심과 정욕, 그리고 다툼과 시기, 교만과 살인으로 우글거린다. 거룩한 사도 바울도 이러한 자기 속의 올바르지 못한 모습을 보며 탄식의 소리를 했다. “오호라 나는 곤고한 사람이로다. 이 사망의 몸에서 누가 나를 건져내랴(로마서7:24).”
진실은 오직 하나밖에 없다. 그 진실은 참된 예수님뿐이다. 사람에게는 진실이 없다. 부분적 진실은 있을 수 있다. 어느 사건과 어느 사실에 대해 진실을 변명할 수 있다. 그러나 전체를 진실이라는 옷으로 위장할 수는 없다. 다만 예수님께서 주시는 용서와 은혜의 옷을 입을 때 진실한 삶을 시작할 뿐인 것이다. 그것은 설령 우리가 진실하지 않더라도 진실하신 예수님이 우리를 위해 대변해 주신다는 것이다. 그래서 예수님은 십자가에서 우리의 거짓을 위해 예수님의 진실과 바꾼 것이다. 그래서 우리의 거짓이 사라지고 예수님의 진실로 덮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이것이 구원이고, 사랑이다.
예수님은 포도나무처럼 열매를 맺는 삶을 사셨다. 예수님은 “나는 참 포도나무라고 하셨다.” 삶은 열매를 맺는 것이다. 재물과 명예와 권세가 열매일 수 있다. 하지만 예수님의 열매는 인격이다. 인격적 열매, 그것은 사랑의 열매이다. 사랑이란 말은 믿으면 믿을수록 더욱 어려워진다. 왜냐하면 사랑의 의미가 그만큼 깊어지기 때문이다. 상징적으로 포도나무는 포도주요, 그 포도주는 예수님의 피를 나타낸다. 그 피는 죽음과 희생과 헌신이다.
열매를 맺는 삶은 피와 눈물과 땀의 결정체이다. 그것은 사랑이다. 사랑은 그러기에 힘든 것이다. 사랑이 아닌 것은 모두 다 껍데기일 뿐이다.
예수님이 죽었을 때 백부장은 예수님을 “그는 진실로 하나님의 아들이었도다”라고 고백을 했다. 그 백부장의 마음에 뜨거운 감격이 불처럼 일어났기 때문이다. 만일 그 어느 누구의 마음속에 그 사람의 삶을 인정하는 단 한 사람만이 있더라도 결코 그 사람의 인생은 슬퍼할 이유가 없다. 열매를 맺었기 때문이다. 내가 어떤 직업, 어떤 위치, 어떤 규모의 삶을 살았는가 보다 내가 무엇을 사람들의 마음에 심었고, 그 사람을 어떻게 변화시켰는가가 더 중요하다. 그러기에 많은 사람 앞에 섰다가 사라지는 스타가 되기보다는 한 사람 마음속에 심겨진 한 그루의 나무가 되고 싶다. 그렇게 사는 것이 우리의 인생이다. 그래서 말할 수 있다. “나는 참 포도나무요”라고 말이다.
김범수
목사, 워싱턴 동산교회/M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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