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성 지구’에 사는 사람들, 우리 모두를 합한 세계인구가 이번 주 들면서 공식적으로 70억 명을 기록했다.
7,000,000,000…도대체 얼마나 큰 숫자인가. 그만큼의 무엇을 먹어 본 적도, 가져본 적도 없는 보통사람들의 일상과는 거리가 먼 숫자다. 잡지 포브스에 의하면 70억 달러 이상의 자산을 소유한 사람은 전 세계에서 140명뿐이라고 한다. CNN이 70억 숫자를 몇 가지로 풀이했다 :
70억 초 전은 1789년이었다. 조지 워싱턴이 미국 초대 대통령으로 취임했던 해, 전 세계 인구가 10억도 채 안되던 시절이었다. 70억 걸음을 걷는다면 적도를 따라 지구를 106 바퀴나 돌 수 있다. 70억 마리 개미의 무게는 23톤이다. 티끌 같은 개미들도 이 숫자만큼 모이면 트럭처럼 무거워진다.
이제 여러분과 나, 우리도 70억 중 한명이 된 것이다. 무엇을 의미하나. 지구는 이렇게 엄청난 사람들을 견디어 낼 수 있을까. 끝 모르는 이들의 소비를 감당할 수 있을까. 세상 모든 일에 낙관과 비관이 엇갈리듯이 ‘70억’에 대한 시각도 상반된다.
낙관론자들은 축배를 든다 :
산업혁명시대 영국의 인구경제학자 토머스 맬서스로부터 1960년대 독일의 환경학자 파울 에를리히에 이르기까지 많은 전문가들이 경고했던 재앙 ‘인구폭탄’은 터지지 않았다.
인구는 폭발적으로 증가했지만 사람들의 수명은 더 길어지고, 체격은 더 좋아졌으며, 지능은 더 높아졌다. 삶의 질도 날로 향상되어 왔다 - 전기, 자동차, 전화, 항공기, 세탁기, 컴퓨터, 그리고 피임약…인간의 창의성이 이루어낸 기술혁신과 경제발전의 결과다. 자원을 생산하고 도전을 극복하는 인간의 잠재력을 과소평가하지 말라.
런던의 경제학자 대니얼 벤아미는 자신 있게 말한다. “70억 인구는 축하할 일이다. 70억 소비자란 동시에 70억 생산자, 70억 발명가, 70억 문제 해결자가 될 수 있다”
비관론자들은 경고한다 :
한 사람이 태어날 때마다 식량과 물, 에너지가 더 필요해지고 쓰레기와 공해가 늘어날 것이다. 지구의 자원은 유한하다. 각 개인의 몫은 줄어들 것이다. 인간은 이미 지구의 자원 재생산 역량 이상을 착취하고 있다. 인구 및 소비의 성장을 현재 속도로 고수한다면 2050년엔 2개의 지구가 필요해질 지경이다.
삶의 질이 향상되었다고? 지금도 10억 명이 매일 밤 주린 배를 안고 잠자리에 든다. 120억 명을 먹일 수 있는 식량이 생산되고 있지만 그중 절반은 산지에서, 마켓에서, 그리고 각 가정의 냉장고에서 상하고 썩어 쓰레기가 되고 있다. 불균형의 모순은 에너지 사용에서도 드러난다. 세계인구의 7%가 대기오염 탄소의 50%를 배출하는데 인구의 50%인 가난한 사람들이 배출하는 탄소는 7%에 불과하다. 현재 국제사회는 이 같은 불평등을 바로 잡는 인도주의적·정치적 노력을 할 의지를 가졌는가…
아직 지구는 평화로우니 지금까지의 역사는 낙관론자 편이라 할 수 있지만 많은 사람들에게 70억은 겁나는 숫자다. 그래서 유엔도 폭발하는 인구를 ‘공포의 몬스터’로 상기시키며 지난 10월31일, 할로윈을 ‘70억의 날’로 선택했는지 모른다. 사실 정말 이날로 70억이 되었는지, 미 센서스국의 예측대로 내년 3월에야 70억을 넘을 지, 몇 달 전 이미 넘었는지는 아무도 정확히 알 길이 없다.
인구의 증가속도는 빠르다. 세계 곳곳에서 매 1분마다 255명씩 태어나고 있다. 할로윈 하루에만 36만여명이 70억 번째 이후의 휴먼 넘버로 기록된 셈이다. 그렇다면 나는 몇 번째일까. 궁금증을 풀어주는 몇 개의 사이트가 있다. 그중 populationaction.org 사이트로 들어가 ‘What’s your number’를 찾아 생년월일을 입력해 보았다 - “하이! 2,374,327,650번 인간입니다”
아들은 50억 몇 번째, 어머니는 19억 몇 번째, 선배는 22억 몇 번째, 후배는 30억 몇 번째…이렇게 순서대로 70억 명이 함께 이어져 있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는다. 밤하늘의 별을 바라보며 무한한 우주에 마음을 빼앗길 때처럼 신비롭다.
지구는 더 이상 서로 단절된 채 제각기 독립적으로 살아갈 수 있는 곳이 아니다. 한 사람의 고통이 모든 인간의 고통으로 커질 수 있고 가난한 나라의 문제가 부자나라에 문제를 일으킬 수도 있다. 특히 머잖아 100억 명에 다가설 ‘초만원 지구’는 전 인류적 대응이 필요한 과제다. 자연과 인간의 충돌로 인한 부작용은 그것이 식량과 물 부족이든, 에너지와 공해 문제든 어느 한 지역에 국한되지 않을 것이다. 마치 하늘의 구름처럼 이 나라 저 나라 국경을 마구 넘나들 테니까.
류시화가 모아 엮은 시집에 가난과 실연, 질병과 죄책감에 새벽까지 ‘잠 못 이루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들어있다. “…만일 백 명, 천 명, 또는 수만 명의 사람들이/하나의 물결처럼 공원에 모여/각자에게 서로의 이야기를 들려준다면…세상은 더 아름다운 곳이 될까/사람들은 더 멋진 삶을 살게 될까/ 난 당신에게 묻고 싶다…”
유엔의 ‘70억 스토리’ 사이트에서 한 대학생은 ‘나는 미래다’란 제목을 달아 이렇게 대답한다 : “나의 세대는 지금 세계의 빈곤이나 기후변화, 사회적 불평등문제를 해결하진 못한다. 그러나 우리는 배고픈 자에게 음식을 주고 목마른 자에게 물을 주고 세계가 옆으로 밀어버린 사람들을 일으켜 사랑하려고 노력하는 세대다”
<박 록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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