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욱 객원논설위원
1893년 뉴질랜드는 전국적인 차원에서 여성들에게 투표권을 행사하게 했다. 세계 최초다. 영국은 1918년 30세 이상의 여성들에게만 투표권을 주었다. 그로부터 10년 후인 1928년 21세 이상의 모든 여성들에게 투표권을 부여했다. 반면, 민주주의의 꽃을 피운 미국은 좀 늦다. 1919년 여성에게 주어졌으니 겨우 92년 전 일이다.
프랑스, 이탈리아, 그리스, 벨기에 등은 2차 대전이 끝난 1945년부터 여성들에게 투표권을 부여했다. 포르투갈, 스페인 같은 나라에서는 1970년대에 들어서야 여성들에게 투표권을 허가했다. 한국에서는 일제 점령기인 1928년 투표권이 주어졌고 해방 후 1948년 처음으로 가진 총선에서 남녀 모두 투표권이 주어졌다. 이집트 같은 나라는 여성이 유권자로 등록을 해야만 투표권이 주어지고 있다. 그런데, 아직도 여성들을 비하하여 투표권을 주지 않는 나라도 있다. 쿠웨이트이다. 투표권이란 참정권이라 할 수 있다. 역사적인 자료를 볼 때, 여성들에게 참정권이 주어지고 자신의 의견을 투표로 반영하게 된 것이 고작 100년 안팎이다. 아주 짧다.
지난 10월 23일 아르헨티나의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현 대통령(여·58)이 대선 결과 53.04%의 득표율로 재선이 확정됐다. 그녀의 남편은 2003년부터 2007년까지 아르헨티나 대통령을 지낸 인물인 네스토르 키르치네르이다. 남편의 도움도 무시할 수 없지만 여성대통령으로 재선까지 된 것은 역사에 남을만한 일이 아닐 수 없다.1990년대 이후 들어 역사 이래 여성이 한 나라를 이끌었거나 이끌고 있는 여성 지도자들의 면목을 살펴보자. 대통령으론 페르난데스(아르헨티나), 프라이베르가(라트비아), 아로요(필리핀),매컬리스(아일랜드), 설리프(라이베리아), 할로넨(핀란드), 바첼렛(칠레), 스카르노푸트리(인도네시아), 쿠마나퉁가(스리랑카)등이 있다.
총리나 수상으로는 한국의 한명숙총리를 비롯해 영국수상으로 철의 여인이란 별명을 가진 대처,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 자마이카의 심프슨밀러, 뉴질랜드의 헬렌 클라크, 모잠비크의 루이사 디오구, 캐나다 여성 총독 미카엘 장 등이 있다. 대통령과 수상은 아니지만 국가원수로 통치권을 가진 영국여왕 엘리자베스 여왕도 빠트릴 수는 없다.
지난 10월26일 한국에선 서울 시장 보궐선거가 있었다. 한나라당의 나경원후보와 무소속의 박원순후보가 경선하여 박원순후보가 당선됐다. 나경원후보의 경우 여성으로 한나라당의 후보가 되어 선거를 치룬 케이스다. 서울시장 선거에 패배한 한나라당의 불똥은 이제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에게로 옮겨가고 있다. 내년(2012)에 열리게 될 대통령선거에서 가장 강력한 한나라당의 후보는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이다. 지지율로는 여야를 막론하고 박근혜씨가 가장 높다. 과연 한국에서도 여성대통령이 탄생될 수 있을까. 그러나 세게 불어 닥치고 있는 안철수바람이, 한국에 초대 여성대통령을 배출하는데 가장 큰 걸림돌이 되지 않을는지 궁금하다.
이번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보면 박원순후보를 지지한 안철수바람이 20대부터 40대까지 태풍처럼 몰아쳤다. 아마도 안철수바람을 어떻게 재우고, 여성의 벽을 여하히 뚫고 대통령이 될 수 있을까가 박근혜씨의 가장 큰 고민거리가 되지 않을까 싶다. 또 여성이라고 여성후보를 찍는다는 건 기우에 불과하니 더 큰 대책이 필요할 것이다. “대통령은 하늘에서 낸다”란 말이 있다. 하늘이 돕지 않고, 하늘의 뜻이 아니고서는 대통령이 될 수 없다는 뜻일 것이다. 특히, 여성의 경우는 더 그렇다.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차기 대선에 도전해 대통령이 될 경우, 세계엔 또 한 명의 여성 대통령이 탄생하게 된다. 그렇게 된
다면, 많은 변화가 한반도에서 일어나지 않을까 기대된다.
20세기까지만 해도 여성이란 남성들의 노리개와 애들 낳는 기계로만 취급돼 왔다. 그러나 21세기는 완연히 달라졌다. 벌써 여성대통령이 10명에 가깝게 나왔고 수상도 여러 명이다. 그들뿐만 아니라 각 분야에서 여성들이 앞서가고 있다. 앞으로 100년, 200년 뒤엔 남성위주의 세상이 어떻게 변화돼 있을까. 여성들이 세계를 지배할 날도 멀지 않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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