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은 겨울을 예감하는 계절이다. 우수수 떨어지는 낙엽… 만물이 죽어가는 상처의 계절이다, 그러기에 가을은 사색의 계절… 삶과 죽음, 낙엽을 생각하는 계절이다. 낙엽이 우울한 것은 낙엽의 고독한 그림자 때문이기도 하지만 낙엽에는 많은 상처가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적게는 귀퉁이가 잘려 나간 것, 크게는 가운데 구멍이 크게 뚫려져 있는 것도 있다. 세월이 새겨넣은 상처때문일 것이다. 차중락이란 가수가 불렀던가? –낙엽따라 가버린 사랑- 어딘가 우수에 찬 선율이 많이 애창되곤 했는데, 우리세대보다는 당시 기성세대에 어울렸던 노래였던 것 같다. 삶이 힘들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당시에는 신나는 리듬 보다는 낙엽따라 가버린 사랑같은 우울한 리듬들이 유행했다. 특히 ‘낙엽따라 가버린 사랑’은 엘리스 프레스리가-Anything that’s part of you–란 제목으로 불렀지만 실제로 히트한 곳은 한국이라고한다.
인간은 누구에게나 아버지를 극복하고자하는 오디프스 콤플렉스라는 것이 있다. 즉 주어진 환경에 대한 반항의식인데, 그러나 막상 아버지가 없어지고 나면 그 자리는 대신 그리움으로 채워지는 묘한 동물이다. 인간은 환경과 싸우려는 의지, 그리고 자신이 자라난 환경을 그리워하는 두 가지의 의지가 충돌하는 가운데 성장 발전하는 동물일 것이다. 우리가 자라던 당시 한국의 사회상은 가난에 찌든 삶이었다. 여름날이면 시원한 아이스케키 한 개 사 먹을 돈이 없어 침만 질질 흘리곤 했다. 참 부러운 것도 많고 하고 싶은 것도 많았던 시절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먼 훗날 우리가 아버지를 그리워하듯 가끔 그 시절 그 때가 그리울 때가 있다.
내가 태어난 (서울)보광동은 이태원과 마주하고 있어 유난히 미군들이 많이 우글거리던 곳이었다. 당시 미군부대에서 흘러나온 음식 찌꺼기들로 만든 소위 ‘꿀꿀이 죽’이란 것을 먹고 자라던 시절이었다. 동네마다 집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어 문만 열면 앞집, 옆집, 뒷집의 동태가 한눈에 들어왔다. 수다떠는 아주머니들… 막걸리 판을 벌이는 아저씨들… 박정희가 어떻고 신민당이 어떻고… 당시의 기성 세대는 툭하면 정치얘기로 꽃을 피우곤 했는데 그 옆에 서성대고 있다간 당장에 막걸리판 술심부름으로 강제 징집(?)되기 일쑤였다. 삼삼오오 앉아서 술판을 벌이는 모습들은 당시만해도 그들에게는 유일하게 숨쉴수 있었던, 안식일과 같은 순간이기도 했다.
당시 걸어서 약 20분 거리에 떨어진 텍사스 골목으로 술심부름을 하다보면 거리에선 유난히도 -낙엽따라 가버린 사랑-이 많이 들려오곤 했다. 해는 어둑해지고 커다란 주전자에 가득 찬 술(막걸리)은 왜 그렇게 무거웠던지…
/찬바람이 싸늘하게 얼굴을 스치면…/
I memorize the note you sent/우리가 함께 거닐던 곳을 다시 거닐며/하루 종일 찾고 있었나 봐요/For anything that’s part of you (당신의 자취를...)
/아~아~아~아~그 옛날이 너무도 그리워라/
’낙엽따라 가버린 사랑’… -Anything that’s part of you–라는 제목으로 엘비스 프레스리가 불렀는데 바이브레이션이 강한 창법이 노래의 분위기와 어울려 가을무드 음악으로 한국에서 널리 사랑받았던 곡이다. 엘비스 프레스리의 창법을 모방하며 미군부대에서 노래하던 가수가 바로 차중락이란 가수였다. 27세의 나이로 요절, 가요계의 전설로 남았는데 노래의 분위기와 어울렸기 때문이었을까, 가을이 되면 유난히 –낙엽따라 가버린 사랑-이 전파를 많이 타곤 했었다.
인생에서 혹독한 찬바람을 느껴보지 못한 사람에게 음악이 들려올리 없을 것이다. 싸늘한 바람 속으로… 우리는 얼마나 많은 낙엽을 밟고 험한 인생길을 걸어왔을까, 지나보면 모두가 낙엽따라 가버린 추억… 아픔이 있었지만 또 아픔만큼 아름다움으로 채워진 나날들… 아무것도 느끼지 못하고 산다는 것은 그만큼 무의미한 시간의 연장선일 뿐일 것이다. 당신의 낙엽따라 가버린 추억은 어떤 것이 있나요? 엘비스 프레스리가 부르는 ‘낙엽따라 가버린 사랑’을 가을바람에 한번 띄워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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