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주영이 볼턴과의 경기에서 아스날 데뷔골을 터뜨린 뒤 환호하고 있다.
칼링컵 경기서 역전 결승포로아스날 데뷔골 신고
아스날 감독 “이제 리그 게임에 나설 준비됐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아스날에 소속된 ‘태극전사 캡틴’ 박주영(26)이 마침내 날개를 펴기 시작했다. 두 달 가까이 애타게 기다려온 아스날 데뷔골을 폭발시키며 잉글랜드 무대에서 본격적인 활약을 향한 첫 걸음을 내디뎠다.
25일 런던 에미레이츠 스테디엄에서 벌어진 볼턴 원더러스와의 2011-12 칼링컵 4라운드(16강전) 경기에서 아스날의 최전방 스트라이커로 선발 출전한 박주영은 전후반 90분을 풀타임을 뛰며 1-1로 맞선 후반 12분 안드레이 아르샤빈의 패스를 받아 역전 결승골을 터뜨렸다. 아스날은 후반 3분 만에 볼턴에 선제골을 내줬으나 후반 9분 아르샤빈의 동점골에 이어 박주영의 역전골이 터지며
2-1로 승리, 이 대회에서 9년 연속으로 8강에 올랐다.
지난 8월말 아스날로 전격 이적한 뒤 지난달 20일 슈루즈베리타운과의 칼링컵 3라운드(32강) 경기에서 입단 후 첫 경기를 치렀을 뿐 이후 전혀 경기에 나서지 못하고 벤치만 지켰던 박주영이 마침내 새로운 무대에서 날개를 펼치기 시작했음을 알린 경기였다. 아르센 벵거 아스날 감독은 팀이 초반 극도의 부진으로 강등권까지 떨어지자 팀을 안정시키기 위해 기존의 주전선수들을 계속 가동하느라 새로 가세한 박주영에게 기회를 주지 못했지만 이날은 모처럼 그를 최전방 골잡이로 기용했고 묵묵히 자신의 때를 기다리며 준비해 온 박주영은 그 기회를 놓치지 않고 결승골로 보답했다.
한 달 전 아스날 유니폼을 입고 나선 첫 경기인 슈루즈베리전에서 다소 위축된 모습으로 이렇다 할 활약을 보이지 못했던 것에 비하면 2차전은 훨씬 다이내믹한 모습이 돋보인 경기였다. 이날 아스날이 기록한 8개의 슛 가운데 4개가 박주영의 발끝에서 나왔고 그 중 3개는 골문으로 향한 유효슈팅이었다. 역전 결승골 외에 나머지 2개의 유효슈팅도 볼턴 골키퍼 애덤 보그단의 선방이 아니었다면 충분히 골로 연결될 수 있었을 정도로 위력적이었고 나머지 한 개의 슛도 골대를 살짝 벗어날 만큼 위협적이었다. 4차례나 오프사이드 트랩에 걸린 것이 옥에 티였으나 역전골을 뽑아낸 장면에선 오프사이드 위치에 있다가 후방으로 돌아 나오며 공간에서 패스를 받아 멋진 골로 연결시키는 두뇌 플레이를 보였다. 전체적으로 이날 박주영의 퍼포먼스는 그가 부동의 주전 스트라이커인 로빈 반 페르시의 뒤를 받칠 백업 스트라이커로서 충분한 능력을 보유했음을 입증하고도 남았다.
양팀 모두 그동안 리그경기에 나서지 못한 선수들이 대거 나선 경기에서 박주영은 초반 24분 강력한 오른발 중거리슛으로 상대 골키퍼의 선방을 이끌어내며 포문을 열었다. 이어 41분에는 아르샤빈의 패스를 받아 예리한 땅볼 슛을 골대 코너로 날렸으나 이번에도 골키퍼의 빼어난 선방에 막혀 첫 골을 놓쳤다.
볼턴은 후반 3분만에 파브리스 무암바가 선취골을 뽑아내 기선을 잡는 듯 했으나 아스날은 6분 뒤 아르샤빈의 동점골로 응수했다. 처진 스트라이커로 나선 아르샤빈은 상대 진영 중앙에서 페널티박스 안까지 툭툭 치고 들어가다 수비수 3명을 앞에 두고 절묘하게 깔리는 땅볼슛으로 동점골을 터뜨렸다. 기세가 오른 아스날은 3분 뒤 아르샤빈의 패스를 받은 박주영이 전세를 뒤집는 역전골을 뽑아냈다. 해프라인 지점에서 볼을 잡은 아르샤빈은 역습 찬스에서 박주영이 오프사이드 위치에 있자 패스 대신 드리블로 볼을 끌고 나갔고 박주영이 왼쪽 공간으로 돌아온 뒤 페널티박스 안쪽에서 완벽한 패스를 내줬다. 박주영은 이를 논스탑 오른발 인프론트 킥으로 절묘하게 감아 찼고 볼은 다이빙한 골키퍼의 손끝을 여유있게 벗어나 반대쪽 골포스트를 스치듯 하며 골문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현지 언론들은 예전 아스날의 간판 스트라이커로 활약했던 티에리 앙리를 연상시킨 골이라고 찬사를 보냈다.
경기 후 벵거 감독은 “박주영이 보여준 퍼포먼스에 매우 만족한다. 아주 뛰어난 게임을 했다”면서 “동료들과 연결 플레이에서 영리한 모습을 보였고 필드에서 움직임도 아주 좋았다. 특히 (골로 연결된) 피니시는 정말 환상적이었다”고 칭찬했다. 벵거 감독은 이어 “그는 자신이 아주, 아주 뛰어난 선수라는 것을 보여줬다. 그는 이제 리그 게임에 나설 준비가 됐다”고 덧붙여 박주영에게 더 많은 출전기회가 다가올 것임을 예고했다.
<김동우 기자> <관계기사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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