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스한 오후, 뇌성 과 폭풍우가 몰아치는 오후, 아니면 눈보라가 휘날리는 오후. 그러나 날씨는 상관 없었다. 가을과 겨울 토요일의 오후는 미국 대학 풋볼의 오후(였)다. 관객 10만명 이상을 수용할수 있는 대학 구장이 6개나 된다.
풋볼 명문 Notre Dame 대학구장 주변에는 특별 Condo Complex 가 있다. 모교 풋볼을 보기위해 찾아오는 동문들의 게임주간 주거를 위해 지어진 콘도인데 건축 소문이 나자마자 짓기도 전에 매진 되었다고 한다. 작년 한해 동안 미 전국 주요 120개 공립/사립대학 풋볼 게임을 구장에서 관람한 숫자는 37,678,722 이다. TV 시청자 숫자는 가히 짐작을 초월한다.
Alabama 대학과 Auburn 대학이 대진하는 풋볼 주간에는 게임을 찾아오는 졸업생들의 차량만도 2만대가 넘는다. 이들은 일주일 내내 도시를 누비면서 오랫동안 헤어졌던 그리운 얼굴들을 마주 하면서 마시고 먹으면서 인생을 즐긴다. 어디 여기뿐이랴. 네브라스카와 오클라호마가 자웅을 겨루는 ‘그날’ 은 양쪽 주 전체가 두손 놓은채 경기에만 집중할 정도라고 한다. 오레곤 대학과 오레곤 주립대학의 대전은 Civil War 라고 명명되어있다. 남북전쟁으로 그야말로 죽느냐 사느냐다. 이렇게 College Football 은 많은 미국 사람들에게 역사이자, 전통이자 인생 그 자체다.
이런 토요일 에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다. TV 생방송이 시작 되면서 부터다. 대학 풋볼은 TV 한테는 활금알을 낳는 거위가 된것이다. 많은 대학들의 토요일 오후가 토요일 밤으로 서서히 바꾸어졌다. 처음에는 좋았다. 더 많은 사람들이 생방송을 통해 게임을 즐길수가 있었다. 방송국은 수입이 늘고 대학들도 수입이 늘었다. 그러나 몬스터 스포츠 케이블 방송 ESPN 이 태어나면서 상황은 급변하기 시작했다. 황금알은 금요일 밤에도 널려 있었다. 그런데 금요일은 전통적으로 미국 고등학교 풋볼의 날이다. 그러나 고등학교는 대학 풋볼의 적수가 못된다. 전통과 풍습과 샐활에 금이 가기 시작한다.
ESPN 에게는 매일밤 풋볼도 그들의 식욕을 채우기에 부족했다. 대학 체육부 운영에도 간섭을 시작한다. 대학간의 게임 스케쥴 조차 입김을 넣기 시작했다. 게임 시간도 그들의 입맛에 맞추어 대진하게 한다. 어떤 게임은 아침 8시에 시작되고 어떤 게임은 밤 10시에 시작된다. 전국의 시차와 조정하면서 최대한 시청자 확보를 위해서다. ESPN 의 입김은 그뿐만이 아니다. 각 대학 이 소속 되어있는 Conference 탈퇴와 가맹까지 조종하기 시작했다. - 여기에는 반론이 있지만, - 작년에는 네브라스카 대학이 Conference 를 옮겼다. 오클라호마 와의 장장 99년 라이벌 게임이 종말 될 지도 모른다. 내년에는 Texas A&M 이 이적 하면서 Texas 대학과의 추수감사절 라이벌 게임 117년 전통이 깨질 수 도 있다.
만약 아이다호 주 Boise 주립대학이 Conference 를 이적 하여 동부 맨 끝에 집중된 Big East 에 가입하면 그들 학교에서 가장 가까운 대학이 1,700 마일이 넘는 켄터키 주 에 있는 Louisville 대학이 된다. 매주 모교 게임을 따라 다니던 많은 Boise 주립대 팬들에게는 Away Game 은 인제 굿바이다.
대학 당국들의 고민도 이해 할만은 하다. 있는자 와 없는자의 격차가 너무나 크기 때문이다. 2009년도 통계를 보면 가장 있는자인 Texas 대학 Athletic Department 1년 수입이 $120,288,370 인 반면 가장 없는 자인 Louisiana Monroe 대학의 그것은 $7,733,035 로 15배가 넘는 격차다. 그리고 이 격차는 자꾸만 커지고 있다. 이 모든 변화를 대학 총장들의 책임이라고 하기는 뭐하지만 그래도 최소한 교육의 전당인 대학에서 돈 때문에 역사와 전통을 깨뜨리는 일은 하지 말았어야 한다. 그리고 이 악순환은 계속 될꺼고 대학 총장들은 달러를 쫓아 ESPN 의 끈임 없는 새 아이디어 에 또 어떤 춤을 출지 두고 볼 일이다.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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