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금요일 워싱턴 포스트의 일면에 실렸던 한 선거관련 기사가 나를 화들짝 놀라게 했다. 버지니아 주 훼어팩스 카운티 교육위원 선거와 관련된 기사였다. 내가 속한 정당의 상대당 진영 교육위원 후보자 여럿을 동시에 도와주고 있는 어느 정치 전략가의 주장을 자세히 소개하고 있었다. 이 전략가가 공격 타깃으로 삼고 있는 후보 중에 나도 포함되어 있는데, 그 기사는 심지어 나에 대한 인신공격성 발언까지 전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런 인신공격보다 더 나를 황당하게 했던 것은 사실 이 사람이 주장하는 교육정책이었다. 왜냐하면 그의 주장은 계층 간의 갈등을 대놓고 조장하는 내용이었기 때문이다.
잘 알다시피 훼어팩스 카운티는 미국 전체에서 평균 소득이 항상 최고 수준을 유지하는 부촌 중에 하나다. 그러나 통계를 자세히 살펴보면 110만명 주민 모두가 다 같이 잘 사는 것은 결코 아니다. 사실 저소득층이 계속 늘어가고 있고, 빈부의 격차는 날로 심해지고 있다고 한다. 지난 10년 사이에 빈곤층의 숫자는 1/3이나 증가했다. 그리고 1970년대 이후로 상위 20%의 실제 소득 증가는 거의 90%에 달하는 반면 하위 20%의 경우 겨우 11%에 그친 정도였다. 연방정부 가이드라인으로 본다면 4인 가족의 연 소득이 2만2,350달러 이하일 경우에 빈곤층으로 분류된다.
그러나 비싼 주거비용 등 훼어팩스의 높은 생활비를 고려할 때 적어도 그 액수의 배 정도 소득이 되어야 겨우 빈곤을 면했다고 간주된다. 따라서 훼어팩스 교육청이 무료 혹은 할인 급식을 제공하는 빈곤층의 소득기준도 연방정부 가이드라인의 1.85배 정도로 잡고 있다. 훼어팩스 카운티에서 이러한 급식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저소득층 가정은 전체의 25%, 즉 네 가정 중 하나로 파악되고 있는데, 이러한 통계는 미국 최고의 부촌 중에 하나라는 화려한 이미지와는 달리 상당한 숫자의 훼어팩스 가정이 재정적 빈곤상태라는 반증인 것이다.
또 다른 중요한 통계자료로는 교육수준과 가정에서 사용하는 언어가 소득과 갖는 관련성이다. 훼어팩스에서는 빈곤층의 57%가 가정에서 영어 외의 다른 언어를 사용하고 있다. 그리고 고졸자에 비해 대졸자의 소득은 두 배, 대학원 이상의 학력을 소지한자들은 세배의 소득수준을 보이고 있다.
이런 이유로 교육정책을 세우는 사람들은 저소득층과 영어가 모국어가 아닌 학생들에게 좀 더 배려를 해야 한다. 부유층이나 영어권 학생들에 비해 빈곤층이나 비영어권 학생들의 경우 상대적으로 교육 접근성이 떨어진다고 보고 이런 학생들에게 좀 더 재정적인 투자를 함으로써 인위적으로라도 교육기회를 균등하게 맞출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훼어팩스 교육청에서는 매년 전체 예산의 2% 정도를 이런 학생들을 위한 추가 교사채용 예산으로 배정하고 지원해왔다. 이러한 교육정책으로 부유층 학생들이 많은 학교와 빈곤층 학생들이 많은 학교 사이에 교사 대 학생 수 비율에 차이가 나는 것이다. 가정에서 영어를 모국어로 사용하는 고학력 부모로부터 도움을 받을 기회가 있는 학생들과 달리 그렇지 못한 불리한 입장에 있는 학생들은 학급당 학생 수를 줄여서라도 교사로부터 좀 더 세심한 지도를 받게끔 하려는 것이다. 그래서 그러한 학생들도 대학에 진학해 빈곤의 세습적 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돕자는 것이다.
그런데 워싱턴 포스트 기사에 실린 그 정치 전략가는 이런 교육정책이 부유층에 대한 차별이므로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선 것이다. 다행인 것은 선거 캠페인에서 이 전략가의 도움을 받고 있는 상대당 진영 후보들 대부분도 그의 이런 정략적인 주장엔 거리를 두려한다는 것이다. 본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빈곤한 가정에서 태어난 학생들을 좀 더 배려하는 정책이야말로 공정한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라는 현 교육정책 방향에 기본적으로 동의한다는 뜻이리라. 그러나 아직도 이에 대해 정확한 의사표시를 않고 모호한 입장을 위하고 있는 후보들도 있다.
같은 교육위원 후보자라는 입장을 떠나 훼어팩스 주민이자 유권자의 한 사람으로 그들의 입장이 궁금하다. 11월 8일 선거일 이전에 그 입장을 공개적으로 표명해야 할 것이라 생각한다. 유권자들의 선택을 돕게 하기 위해서 말이다. 물론 나는 이러한 정책을 계속 지지해 왔다. 교육문제는 결코 후보자들 개인의 당락이나 정당정치를 위한 정략의 소재가 되어선 안 된다고 믿기 때문이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