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인 후보’ 허먼 케인이‘ 백인 정당’ 공화당 대 선 경선에서 깜짝 선두주자로 떠올랐다. 부침 심 한 선거판에서 내일 당장 추락할지도 모르지만 19일까지는 정상에 서있는 상태다.
몇 주 전까지만 해도 그는 경선가도에 난립한 군소 후보 중 하나에 불과했다. 지금도 변변한 선 거 조직도, 충분한 자금도 없다. 초기 경선 지역에 서 죽치고 밤샘 유세해도 모자랄 판에 자서전 순 회 홍보하러 엉뚱한 곳을 향하기 일쑤다. 그런 케 인이 어느 순간, 정상급 참모진과 막대한 자금 갖 춘 최강의 조직을 가동하며 캠페인에 올인 해온 선두주자 미트 롬니 옆에 가볍게 안착해 앞서거 니 뒤서거니 판세를 흔들고 있는 것이다.
케인이 공화당 대선후보가 될 것으로 예상하는 전문가는 없다. 지지자들조차 경선승리가 비현실 적이라는 것을 인정한다. 그 자신이 출마에 진지 한지도 의문이다. 그런데도 인기는 대단하다. 왜일 까? 크게 두 가지를 들 수 있다.
첫째가 “롬니는 싫어!” - 공화당 핵심 표밭인 보수진영의 롬니에 대한 식을 줄 모르는 반감이라 면 둘째는 케인의 최대 자산으로 꼽히는 소탈하 면서 유우머와 뚝심, 낙천적인 친화력을 갖춘 퍼 스낼리티, 호감을 주는 인물자체다. 역경을 딛고 ‘긍정적인 사고’로 아메리칸 드림을 이룬 그의 생 애도 유권자들의 마음을 끄는 감동의 스토리다.
케인은 인종차별이 극심했던 1950~60년대 미 남부 조지아 주에서 성장했다. 아버지는 코카콜라 회장의 전용 운전사였고 어머니는 하녀였다. 버스 의 뒷자리에만 타야하는 인종차별에 분노를 느꼈 으나 로자 팍스처럼 반항하지는 않았다. 대신 그 는“ 그들보다 더 열심히, 더 오래 노력하고 일하여 성공할 것”을 다짐했다.
고교를 차석으로 졸업한 후 흑인대학 모어하 우스 칼리지에서 수학을 전공하고 퍼듀 대학원에 서 컴퓨터공학 석사 학위를 받은 후 해군에서 민 간 수학자로 근무하다 코카콜라에 임원으로 들어 갔다. 그러나 코카콜라에서의 그는 ‘운전사의 아 들’이었다. 필스베리로 옮겨 부사장이 되었으나 더 빠른 승진을 위해 자회사 버거킹으로 옮겼다. 햄 버거 굽기부터 익혀 400개 식당관리 책임자로 능 력을 발휘한 그에게 회사는 파산지경에 이른 갓파 더 피자체인의 부흥 책임을 맡겼다.
과감한 경영으로 되살려놓은 갓파더의 매각결 정이 내려졌을 때 케인은 투자자를 모아 이를 사 들였고 8년간 대표이사(CEO)로 일한 후엔 로비그 룹인 전국레스토랑협회 회장, 캔사스시티의 연방 준비은행 회장등을 역임했다.
레스토랑협회장으로 순회강연을 다니며 청중 을 열광시키는 탁월한 스피치 능력을 과시했고 애 틀랜타 방송국에 스카웃되어 라디오 토크쇼 진행 자로도 인기를 끌었다.
숨찼던 반생을 정리하고 은퇴하려던 2006년 결장암 선고를 받았다. 간으로도 이전되었으며 생 존율은 30%라고 했다. 그는 이겨낼 수 있다고 오 히려 가족과 친구들을 위로했다. 그리고 3개월간 휴스턴의 앤더슨 암센터에서 투병한 후 회복해 돌 아왔다.
정치에 대한 구체적 관심이 생긴 것은 1994년, 당시 헬스케어 개혁을 추진하던 빌 클리턴 대통 령과 한 타운홀 미팅에서 충돌하면서였다. 개혁안 이 자신같은 비즈니스맨들에겐 종업원을 감원하 도록 하는 지나친 부담이라고 항의하는 케인과 클린턴의 설전은 TV로 전국에 중계되었고 케인은 ‘미래의 정치스타’로 가능성을 과시했다. 잠시지만 2000년 대선 공화경선에 출마했다 하차한 적도 있고 2004년 조지아주 연방상원 경선에 도전했다 낙선하기도 했다.
그는 자신을‘ ABC’라고 표현한다. 대단히 희귀 종인‘ American Black Concervative’ , 보수적인 미 국흑인을 뜻한다. 기본 상식을 중요시하는 정치 아웃사이더임을 강조한다. 흑인사회의 분노를 개 의치 않고 극우보수를 자처하면서 티파티의 지지 를 누리고 있으며, 외교나 이민 정책등 대통령후보 라면 알아야할‘ 기본 소양’ 결여도 별로 감추려하 지 않는다.
자신의 대표공약 9-9-9 플랜에 대해서도 설명 이 빈약하다. 복잡한 현행세제 대신 개인소득세, 법인소득세, 전국판매세를 각각 9%의 단일세율로 통일하자는 세제개혁안인데 18일 라스베가스 공 개토론에서 9-9-9의 모순과 악영향을 사정없이 추궁하는 다른 후보들의 맹공격에 케인은 시원한 답변을 내놓치 못했다. 19일 온라인 정치매체‘ 폴 리티코’가 토론광장에 이런 제목을 달았다 :“ 허 먼 케인은 9-9-9를 이해는 하고 있는가?”
9-9-9 플랜에 대한 지지가 없는 것은 아니다. 레이건의 감세정책에 토대를 제공한 유명 경제 학자 아서 래퍼와 하원 예산위원장 폴 라이언은 ‘구체적이고 믿을만한 효율적 세법’이라고 평가한 다. 월스트릿 저널의 온라인 조사엔 19일 오후 현 재 9,200여명이 참여했는데 ‘좋은 아이디어다’가 45%, ‘괜찮다’가 34%, ‘나쁜 아이디어다’가 21% 로 압도적 지지를 받고 있다.
당선가능성은 없는데 인기는 높은 ‘후보 케인’ 의 의미는 무엇인가. 보수정치해설가 찰리 쿡은 선 두주자 롬니에 마음 못 주고, 기대했던 릭 페리에 실망한 “보수유권자들이 잠시 머물다 가는 주차 장 같은 기능”이라고 설명한다. 그는 페리가 재도 약하지 못한다면 공화당은 결국 마음의 한편을 접고 “오바마를 이길 수 있는 롬니를 택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런데, 페리가 소생의 기미를 보이고 있다. 지 난 몇 차례 토론 때마다 허둥대며 보수진영을 실 망시켰던 페리가 18일 토론에선 작심한듯 전의를 불태우며 롬니에게 무차별 공격을 가하면서 되살 아난 것이다.
페리는 부활할 수 있을까, 케인의 인기는 언제 까지 계속될까…공화당의 첫 경선인 2012년 1월3 일의 아이오와 코커스까지는 이제 76일 남았다.
<박 록, 주 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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