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속담에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라는 말이 있다. 허나 이 말은 인간의 시기, 질투심 이라는 관점보다 보다 더 근본적인 뜻이 있다. 농경 체제에서는 누가 땅을 샀다는 말은 누가 땅을 잃고 소작농으로 전락했다는 뜻이 되고 그 말은 누군가 부자가 되는가 하면 누군가는 가난해진다는 말이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영국 같은 나라에서는 사뭇 달랐다. 그들 부자들은 해외 무역으로 부를 쌓았든지, 하다못해 해적질이나, 노예 상인으로 돈을 벌었든지 좌우간 그 번 돈을 자기 주변에 혜택이 되도록 썼다. 성 같은 저택을 지으면서 고용 창출 하거나, 하녀, 정원사, 마부를 채용하거나, 교회 같은 곳이나 하다못해 미술가, 음악가에게 까지 도움을 주곤 했다는 말이다. 그래서 그들은 존경의 대상이었다.
그러나 세월이 흘러 사회 구조가 복잡해짐으로써 농경 규모의 경제이니, 해외에서의 부를 창출하는 경제 구조이니 하는 구분도 모호해졌고, 또 서서히 자본주의 경제가 시작되자, 그러한 부자들로부터의 부의 분배의 행위는 세금 이라는 방법으로 바뀌어 졌다고 나는 생각한다. 물론 세금이라는 일반적인 방법 이외에 스스로 만든 자선 재단이나 교회를 통하여 추가적으로 자기의 부를 배분하는 훌륭한 분들도 물론 있었지만 역시 일반적인 것은 세금이었다고 믿는다. 그리고 비록 부자들에 대한 존경심은 많이 줄기는 했지만 이곳 미국에서는 내 눈으로 보기에는 케네디 대통령까지 그런대로 그러한 틀에서 잘 굴러 갔었던 것 같다.
그러나 그 이후부터 세계의 누구에게도 환영 받지 못하는 (슬프게도 미국만은 예외같다) 한 종족의 언론, 영화를 위시한 대중의 흥미를 끄는 업계를 쥐어 잡고 있는 이들의 합작으로 만들어진 무대 위에서 머리가 빈 배우(?), 지능지수가 좀 모자라거나 어설프고 순진한 정치가, 아니면 내 주머니의 몇 푼 때문에 놀아 나는 정치인들이란 사람들 때문에 세금 제도가 이상해졌고, 그로 인하여 미국이란 나라가 서서히 가라앉는 것 같다. 누가 나 보고 왜 그리 빙빙 돌려 이야기 하느냐고 한다면 옛날이야기로 대신 하겠다. ‘부자들에게 돈 좀 덜 뜯어내자. 그러면 그들은 여유 돈으로 황무지 개간이나 간척 사업으로 소작농들이 붙여먹을 농토를 더 늘릴 수 있지 않느냐’ 이런 이론이었다는 말이다.
어찌 되었던 그 결과 당초 80%가 넘던 부자님들이 내던 세금이 이제 20% 이하까지로 내려갔다. 그러나 그분들은 그렇게 해서 마련한 여유 돈으로 당초에 쓰라고 했던 대로 쓰는 그러한 착한 사람들이 아니었다. 그들은 농지 개간이나 간척 사업이 아니라 쌀을 싼 곳에서 들여와서 농민들에게 그 쌀을 팔아먹었다. 그리고 그 결과는 부자는 더 부자가 되고 가난한 소작농은 가난을 넘어 거지가 돼가고 있다. 그리고 이 무대를 만들고 있는 사람들이 금융업이란 이름으로 포장된 소위 ‘돈 놓고 돈 먹는’장사나, 또 온갖 게임을 발명(?) 하고 나서 월 스트리트이란 곳에 카지노 도박장을 차려 흥행업으로 돈을 쓸어 담고 있다.
급기야 어제 TV에서 월가를 점령하라는 구호를 외치는 사람들을 보았다. 그러면서 나는 왜 그런지 이것과는 아무런 연관도 없는 ‘장리쌀’이란 단어가 등장하는 현대 문학이 막 태동할 때 출간된 ‘김동리의 역마’등의 소설들이 생각났다. 당시 농촌을 무대로 한 소설들은 대부분은 춘궁기(보리고개)에 쌀 한 됫박 꾸어 먹고, 가을 추수에 쌀 한 가마 갚고 나서 빈 털털이가 되면서 시작되는 비극의 소설 줄거리이다. 그러면서 동시에 최근에 그들이 떠들어 대는 구역질나는 두 가지의 말장난이 떠올랐다. ‘현 경제의 어려움은 경제가 실패한 것이 아니라 ‘경제학’이 실패한 것이다.’ 아니다. 자기네들 부를 쌓기 위한 온갖 변칙 수단을 써 오다가 이제 서민들의 주머니가 바닥이 나자 이제 그 부작용이 서서히 나타나기 시작했을 뿐이다.
또 ‘정부 기관에 가 보아라, 왜 우리가 빈둥 빈둥거리는 공무원들에게 월급을 주어야 하냐, 세금을 더 이상 걷지 말고 작은 정부를 만들어라.’ 아니다. 물론 필요 불급한 인원도 있고, 빈둥거리는 공무원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스스로 물어 보아라. 메디케어 총 예산의 인건비는 단 1%이다. 그런데 작은 정부 덕에 개인 소유인 의료보험은 우리 주머니에서 나가는 돈의 거의 40%가 변호사와 회계사 같은 똑똑한 사람들의 인건비다. 거기다가 그들이 이익 배당으로 가져가는 돈은 천문학적이지 않은가? 공산주의는 이론이 나빠서 실패한 것이 아니다. 오직 인간의 이기적이고 탐욕적인 것을 계산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역시 부자에게서 세금을 덜 걷어서 그들에게 모든 사람들에게 혜택을 주도록 그 여유 돈을 쓰라고 바라는 것은 공산주의자들의 몽상보다 더한 꿈일 뿐이다.
이제 1%의 부자들에게서 추가적 세금을 내게 하던지, 월급, 배당금, 또는 모든 수익의 상한선을 만들던지, 좌우간 어떻게 하든지 해서 그들의 부를 나머지 99% 사람들에게 최소한 먹고 살게끔 하는데 써야 한다. 그것을 이제야 사람들이 깨닫고 또 요구하고 있다. 이것이 이제 피할 수 없는 새로운 분배의 윤리이자 철학의 새 물결 이다. 우리 전 세계인들은 이제 그 길로 가야만 한다. 그리면서 나는 1 %의 부를 가진 사람들이 소작농이 없는 지주는 지주가 아니며, 그들의 존재에도 건강한 99%가 있어야 한다는 필요성을 느꼈으면 하는 소망을 가져 본다.
이영묵
워싱턴 문인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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