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 법무성은 이란의 특수 당국인 커즈(Quds)가 이란 출신 미국 시민을 시켜 주미 사우디아라비아 대사를 암살하려 획책했던 것이 적발되었다고 발표했다. 체포된 그 사람은 멕시코의 마약 밀매단의 암살자들을 고용하여 사우디 대사가 워싱턴 DC의 어느 식당에서 식사를 할 때 총격을 가할 계획을 세워 150만불의 공작비 중 10만불을 이미 송금 받은 것이 아마도 전화의 비밀 도청 등의 방법을 통해 발견되었기 때문에 미수에 그쳤다는 것이다.
그 혐의자는 체포된 이후 조사관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이란의 커즈 본부에 전화를 하여 음모가 진행 중 임을 보고하는 척 하면서 대화를 나눈 것이 녹음되어 있다는 것도 발표 내용 가운데 들어있다.
이란 정부는 즉각적으로 그 같은 발표가 미국 내의 경제문제로 들끓고 있는 여론을 잠재우기 위한 거짓 수작이라고 반박했다. 또한 일부 논객들도 이란이 핵 개발 문제를 둘러싼 경제 봉쇄 등의 제재와 고난을 이미 겪고 있는 마당에 그런 위험천만한 일을 계획했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는다는 논조를 펴고 있다.
그러나 미국 정부는 물론 미국의 정보 브리핑을 들은 미국의 우방들도 이란의 커즈 조직 요원들이 1996년 사우디아라비아에 있는 미군 병영을 공격했던 사건이라던지 최근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 미군을 살상하기 위한 노변 폭발물의 제공자들이었다는 증거 때문에 이번 사건도 이란 정부와 관계가 있는 것이 확실하다고 주장한다. 단지 이란의 최고 통치자 아야톨라 카메이니나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은 모르는 상황에서 대사 암살 음모가 실무자들 사이에 계회될 수도 있었을 개연성은 부인하지 않는다.
이번 사건이 소설 가운데나 나올 수 있는 유치한 발상이니까 국가 기관이 관여했다는 것이 믿기지 않는다는 일부 주장에 대해서는 미국의 CIA가 1960년대 초 쿠바의 카스트로를 암살하려고 그가 즐겨 피우는 여송연에 폭발물을 삽입하려는 계획도 세웠던 역사를 상기시킨다.
당시 세계 적화를 목표로 삼았던 소련의 위협으로부터 미국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자유민주주의 국가라는 미국의 CIA도 외국 지도자들의 암살을 포함한 흑색 공장을 계획하고 수행했다는 점에서 “흉보면서 담는다‘는 속담이 맞는 말이다. 당시의 어느 국방차관보가 ”국익을 위해서는 거짓말을 해도 된다“고 공언한 것도 같은 맥락일 것이다.
전쟁 기간 또는 준전시에는 평소에 용인되지 않는 행위를 정당화시키는 것이 모든 정부들이 하는 일이다. 군인이나 민간인이 정당방위가 아닌 상황에서 누구를 죽이면 살인범이다. 하지만 육박전이 벌어지는 전쟁터에서는 아무리 많은 적군을 쏘고 찔러 죽여도 범죄는커녕 무공훈장 대상의 영웅이 된다.
사람을 나무 널판에 묶어 놓고 얼굴에 수건을 씌운 다음 물을 코와 입에 쏟아 부어 물에 빠져 죽는 듯한 긴박한 느낌을 주는 것이 고문인 것은 분명하지만 9.11 사변 이후에 체포된 적국 전투원들에게는 그렇게 하는 것이 고문이 아니라는 부시 행정부 법무성의 메모(memorandum)도 있다.
법무성의 메모랜덤 가운데는 얼마 전 미국 정부가 알카에다의 주요 간부이자 미국 시민인 안와 알 알라키를 예멘에서 무인 비행기로 죽였던 바 이미 작년에 그렇게 해도 무방하다는 의견서가 작성돼 상부의 재가를 받았던 모양이다. 문제는 알라키가 어떤 범죄로 유죄 판결을 받기는커녕 체포된 적도 재판을 받은 적도 없는 사람이었던 점이다. 물론 회교도의 소위 성직자라면서도 미국을 멸망시켜야 될 사탄으로 규정하고 지하드(성전)를 감행할 알카에다 조직원들을 규합하려고 노력하면서 인터넷을 통해 자신의 반미 사상을 적나라하게 표현했던 것은 사실이다.
또한 2년 전인지 미군기지 포트 후드에서 총격을 가해 여러 명의 군인들을 죽인 군의관 핫산 소령이 알라키의 지령을 받았다는 증언도 있다. 그러나 헌법에 미국 시민이면 누구나 범죄 혐의가 있을 때 공개 재판을 받을 기본권을 보장받고 있는데 그를 체포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즉결 처분을 한 상황이라서 떨떠름하게 생각하고 있는 사람들도 적지 않을 것이다.
무인 비행기에 의한 알카에다 나 탈레반 조직원들의 피살자들은 약 2,000명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무인 비행기의 공격이 테러리스트들의 가족이나 죄 없는 이웃 사람들도 죽일 수 있고 죽여 왔다는 보도가 있어 무고한 피해자들이나 유가족들의 입장으로는 미국이 전쟁 범죄자로 보일 수도 있는 게 문제다.
독립된 사법부가 있다고는 하지만 외교나 전쟁 문제 등은 행정부의 전관 사항으로 다루지 않는 관행이고 보면 현재와 같은 전쟁 또는 준전시 상황 아래서의 정부 정책의 정당성은 지속적인 재고와 검토의 대상이 되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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