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일 밀알 모임에 나오는 한 형제가 있었다. 이 형제는 40세가 넘었고 같이 오는 미국 형제는 지난 해 60세가 넘어 생일축하를 해주었다. 그룹 홈에 같이 살았다. 사십이 넘었지만 정신 연령은 몇 살 밖에 되지 않았다. 얼마 전에 가슴을 가리키며 “아파”라고 했다.
늘 아프다는 소리로 어린양을 부리니 그러려니 하고 지나쳤다. 열흘 전 밀알모임에 나오질 않아 연락을 했더니 병원에 입원했다는 소식을 듣게 돼 병원으로 갔다. 그는 이미 사람을 알아보지 못했다. 균이 온 몸에 퍼졌고 간, 심장, 신장 등 모든 기관이 제대로 기능하지 않는다고 했다. 어제 그가 다니는 교회에서 목사님이 오셔서 임종 예배를 드렸고 예배 후 그는 하늘나라로 갔다.
한 장애 친구의 죽음 앞에서 많은 것을 생각했다. 장애를 가지고 고통스런 삶을 살다가 갑자기 마침표를 찍은 것이다.
“내일 일을 알지 못하는 도다. 너희 생명이 무엇이뇨? 너희는 잠깐 보이다가 없어지는 안개니라”라는 성경 야고보서의 말씀이 생각났다.
그는 식사 때 콜라를 먹곤 했는데 밀알 단원이 훈련시키길“Jesus loves me”라고 해야 콜라를 주었다. 그는 그룹 홈에서 같이 온 60이 넘은 미국 장애우에게 자기 음식을 들고 가게하고 자기는 오야붕이나 된 듯이 폼을 잡고 걸어 나가던 모습이 눈에 선하다.
여름 사랑의 캠프에서 있었던 일이다. 이 친구가 정신 연령이 낮다보니 아동 캠프에 참석했는데 호텔방에 가보니 자원봉사자 네 명이 그의 다리 하나씩, 팔 하나씩을 주무르고 있었다. 그것을 본 단원들은 그를 왕, 아니 황제라고 했다. 사람을 거느리기를 좋아하며 그러면서도 사랑을 독차지했던 형제를 생각하니 마음이 아프다. 다시 볼 수 없다는 것이 왜 이렇게도 허전한지 모르겠다.
그의 부모님은 70세 고령임에도 동남 아시아를 다니며 장애인 그룹 홈을 만들고 장애인을 섬기는 일에 혼신을 다하다가 아들의 소식을 듣고 오셔서 임종을 지켜보며 한없이 흐느껴 우셨다. 장애를 가진 한 인생이 이 땅에 와서 사십이 넘는 삶을 살고 떠나는 것을 볼 때 참 아쉬움이 많다. 서러움이 많다. 인생이 공평하지 않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하다.
한 달 전 한 자매의 갑작스런 죽음도 큰 충격을 주었는데 또 이런 일을 겪은 것이다. 주일 오후였다. 월요 밀알 모임에 나왔던 자매가 혼자 사는 아파트에서 세상을 떠난 것이다. 전등이 떨어진 것을 어떻게 해 보려다 몸의 중심을 잃고 바닥으로 떨어지면서 머리를 부딪쳐 피를 흘리며 쓰러져 있는 것을 주일 교회에 오지 않자 오후에 그의 어머니가 아파트를 가보니 그런 변을 당한 것이다. 충격적이었다.
자매가 다니던 교회에서 추모예배를 드리고 화장을 했다. 한 주 전에 반갑게 웃으며 만났던 자매를 먼저 보내 서글픈 마음이 이루 말 할 수 없었다. 자매는 성탄절이 되면 모임에 나오는 모든 사람들에게 성탄 카드와 선물을 포장해서 돌릴 만큼 마음이 아름다운 자매였다. 베풀기를 좋아했다. 매월 한 번 중국집에 가서 음식을 먹는데 그 날이면 아침부터 자매의 전화가 온다.“오늘 자장면 먹으러 가요?”라고 묻는다. 어느 날은 설교 도중에 손을 번쩍 들어 왜 그러느냐고 물으니“오늘 자장면 먹으러가요?”라고 물어서 모두 한바탕 웃기도 했다.
중고등학교 때는 항상 1등을 하던 자매였으나 존스 홉킨스 대학에서 공부를 하던 중 중압감을 이기지 못하여 불안 증세가 심해져 장애인이 된 것이다. 바이올린도 잘 켜고 영어도 잘 하는 똑똑한 자매였는데 그만 불안 증세를 이기지 못했다.
마음만은 항상 천사였다. 자매가 천국 간 후 우리는 여전히 한 달에 한 번 가는 중국집에 가서 자장면이나 짬뽕을 먹으며 음식을 즐겼다. 자매 생각이 자꾸만 났다. 그녀가 없다는 생각이 느껴지지 않았다.
한 달 사이에 40이 넘은 형제, 자매를 먼저 보내고 장애인 사역자로서 울적한 마음이 들었다. 그들은 육신적으로 정신적으로 장애를 갖고 살았지만 항상 즐거워했고 많은 사람의 사랑을 받고 살았다. 때가 돼 하나님은 그들을 불러 갔지만 남아 있는 우리들에겐 적지 않은 슬픔이요, 충격이었다.
울적한 마음을 달래며 오늘 하루도 웃으며 살고 싶다. 모두들 장애인에게 더 관심을 가져 주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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