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 동안 스모키 산 국립공원(Great Smoky Mountains National Park)을 보고 왔다. 50만 에이커가 넘는데다가 공원 안의 자동차 길만도 270마일 이상이라니까 문자 그대로 주마(走馬)는 아니지만 주차간산(走車看山)의 관광일 수밖에 없었다. AVIS에서 Dodge Caravan을 빌려 일요일 새벽 1시 반에 집에서 떠나 버지니아에 사는 박 형제와 김 형제 두 부부를 픽업해서 550마일이나 되는 스모키로 향했을 때는 비가 주룩주룩 내리고 있어서 운전하기도 힘들었었다.
렌트카를 내 이름으로 했기 때문에 혹시나 사고라도 나는 경우 책임 문제가 있을 것 같아 날이 밝아질 때까지는 나 혼자 하자니까 상당한 고역이었다. 그러나 중간중간 운전대를 바꾸어 잡기도 하면서 30년 지기지만 꽤 상당한 기간 격조했던 세월 동안 있었던 자녀들의 변모와 현황에 대한 이야기로 시간 가는 줄도 모르면서 달렸다. 더군다나 박 자매와 김 자매가 준비해온 맛있는 김밥을 차에서만 즐긴 게 아니라 노스캐롤라이나 쪽 스모키 공원의 외곽지대에 있는 피크닉 장소에서도 먹을 수 있어 배 둘레가 2, 3인치는 늘어가는 것 같았다. 그런데 먹고 난 다음 종이접시 등 쓰레기를 버리려고 쓰레기통에 갔더니 아무리 둘러보고 만져 보아도 열 수가 없었다. 할 수 없이 김 형제가 변소의 쓰레기통에 버리고 나서 지나가는 미국 사람에게 물어보았더니 곰들이 쓰레기통을 열어 음식 찌꺼기를 먹기 때문에 곰이 못 열도록 사람의 손이 들어갈 만한 공간 속의 장치를 눌러야 열린다는 것이다. 그리고 아직까지는 곰들이 그것을 알아차리지 못한 상태라는 농담을 곁들였다.
우리가 3박을 하기 위해 빌린 산장은 폰타나 레이크 오버룩(Fontana Lake Overlook)이라는 곳에 있어서 호수가 내려다보이는 경치 좋은 곳이었다. 몇 집 안 되는 동네 입구에 철책 문이 있어 비밀 번호를 입력해야만 문이 열린 다음 자동차 한 대만 다닐 수 있는 가파른 길이 이리 구불 저리 구불 이어지면서 한참 올라가야 하기 때문에 일행 중에는 도착할 때까지는 조마조마했다는 이도 있었다.
비수기에도 하루에 330불이라 비싼 듯 하지만 침실이 셋에 변소와 욕실이 셋이라서 세 가족이 지내기에는 안성맞춤의 느낌이었다. 더 놀라운 것은 일부 지붕을 빼고는 집 전체가 나무로 지어졌다는 사실이다. 집 속의 서까래 등은 아름드리 나무를 그대로 쓴데다가 페인트칠은커녕 니스 칠도 없어 나무 냄새가 나는 것 같은 기분마저 들었다. 부엌 시설도 제대로 되어있고 식기들도 풍부해서 두 자매들이 준비해 온 갈비와 돼지 갈비 등을 맛있게 바비큐 해 먹을 수 있었다. 김 형제가 왜 공원을 스모키라고 하느냐는 질문을 해서 구글(Google)에 찾아보았더니 산등성이와 계곡에 걸치는 구름과 안개 색깔이 연기처럼 하얗기 때문이라는 대답이 나왔다. 그런데 둘째 날 자고 났더니 집 아래 멀리 보이는 호수에 자욱하게 걸쳐 있는 흰 구름을 보면서 우리 위에 있는 하늘은 파란 것을 보게 되어 ‘백문이불여일견’이라는 문자 생각이 났다.
월요일에 공원 안의 일부 지역을 돌면서 길을 잘못 들었던지 일방통행의 흙자갈길을 어쩔 수 없이 조바심을 하면서 갈 수밖에 없었다. 운전대를 까닥 잘못 돌리면 수백 척의 낭떠러지로 굴러 떨어질 위험이 상존하는 길이라 잔뜩 긴장하고 가는데 돌 하나가 차 밑을 꽈당 쳤기에 다들 가슴이 두 근 반 세근 반하는 느낌이었지만 한 시간 후에는 포장도로를 만나 안도의 한숨을 쉬게 되었다.
화요일에는 노스캐롤라이나 쪽에서 테네시 쪽으로 가는 31마일 길이의 뉴파운드 갭 로드(Newfound Gap Road)를 주행하면서 곁길로 들어 최고봉인 클링맨즈 돔(Clingman’s Dome)엘 가보았다. 해발 6,643 피트니까 방문객센터로부터 4,000 피트 이상을 올라간 셈이다. 차를 세우고 1마일 못되는 길을 걸어 올라가면 전망대에 오르게 되는데 날씨 좋은 날은 7개 주가 보인다는 지점이다.
바비큐 시설도 있어서 매운 오징어찌개를 끓여 먹은 후에 적어도 폭포 하나는 보고 가자면서 들린 로렐 폭포는 실망 자체였다. 1.3마일을 쉬엄쉬엄 하면서 간신히 올라가면서 이미 하행하는 사람들을 만나면 한결 같이 볼만한 구경꺼리라 해서 안간힘을 다해 올라갔더니 폭포라는 게 30척도 못되는 약한 물줄기라서 우리끼리 실개천 폭포라고 명명하면서 웃었다. 폭포라해서 나이아가라쯤은 아니지만 백 몇 척의 장관일 것이라는 기대가 아침 안개처럼 사라진 것이다.
산장에서 새벽 5, 6시 경 올려다보는 하늘에는 워싱턴 근교 등 대도시에서 볼 수 있는 것 보다 훨씬 많은 숫자의 별들이 더 크고 더 선명하게 보여 장엄한 산세와 더불어 창조주께 영광과 찬미를 돌리는 것 같았다. 이번에 동행했던 일행이 모두 아마겟돈을 살아 넘어가 지상 낙원에서 여호와 하나님을 찬미하며 영원히 살게 되리라는 소망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70객들이면서도 비교적 정신적, 신체적 건강을 즐길 수 있는 것이라 생각되어 감사한 마음으로 여행을 마칠 수 있었다.
오는 날은 산장에서 내려오는 아슬아슬한 길만 내가 운전하고 큰 길에서는 박 형제, 김 형제가 운전을 해주었기 때문에 편하게 올 수 있어 더 만족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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