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찬(부국장 대우/경제팀장)
인천공항은 우리가 한국을 처음 만나는 곳이다. 예전 항공편수가 많지 않았을 때는 자정이 넘은 시간에 뉴욕에서 출발해, 인천공항에 도착하면 이른 새벽이었다. 아직 해도 뜨지 않아 한산한 인천공항은 언제나 묘한 기대와 흥분을 안겨줬다. 또 한국을 떠나올 때 인천공항의 북적대고 활기찬 모습을 보며 ‘이런 것이 대한민국이구나’하는 벅찬 느낌을 조국을 떠나는 아쉬움과 함께 안겨주곤 했다.
이 인천공항이 정부의 민영화 계획으로 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 정부는 ‘선진화’ 또는 ‘확장공사 자금 조달’ 차원에서 매각이 필요하다는 입장이지만 반대론자들은 멀쩡히 돈 잘 버는 공기업을 급하게 팔 이유가 없다며 그 배경에 의혹을 보내면서 대치하는 형국이다. 지난 2008년 기획재정부 산하 공기업선진화추진특별위원회는 인천공항을 ‘세계 수준의 허브공항’으로 육성하기 위해 전문 공항 운영사와의 전략적 제휴(15%) 등을 포함, 지분 49% 매각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러자 멀쩡한 공항을 왜 헐값에 매각하느냐는 반대 여론이 높아졌다. 특히 민영화될 경우 해외 자본이 들어와 국부 유출이 될 수 있다는 지적과 공항 이용료가 크게 인상될 것이라는 우려가 높아졌다.
이처럼 반대 여론이 높아지자 정부와 여당은 ‘인천국제공항사법 개정안(외국인과 항공사의 지분 보유한도를 각각 30%와 5%까지 허용)’과 ‘항공법 개정안(공항 사용료 승인제 도입)’을 발의했다. 간단히 말해 이 법안은 51%의 지분을 정부가 갖고 있어 해외 매각이 아니며, 공항사용료도 마음대로 못 올리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또 최근에는 여당 대표가 국민주 방식으로 공모를 하겠다고 나섰다. 어떻게든 인천공항을 팔겠다는 의지를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반대하는 의견도 더욱 많아졌다. 지난 99년 설립된 인천공항은 2004년부터 흑자를 내기 시작했을 정도로 성공적인 경제 투자로 손꼽힌다고 한다. 지난해 인천공항의 이용객 수는 3,350만명이고, 이는 전세계 공항 중 이용객
수 8위에 해당한다. 2010년 3,241억원 흑자를 기록했고, 차입금 규모도 2004년 3조3,000억원에서 2010년 2조1,980억원 규모로 감소했다. 효율성면에서도 우수한 공항으로 손꼽힌다. 인천공항은 평균 입국 절차가 12분, 출국 절차가 16분에 불과해 여행객들에게 매우 효율적인 공간으로 자리매김했다. 세계적인 평균은 입국 45분, 출국 60분이다. 국제공항협의회(ACI)에서 실시하는 세계공항서비스 평가에서 6년 연속 1위를 차지했고, 타국가의 신공항 계획에서는 인천공항이 모델이라고 한다. 이미 세계적인 공항을 민영화하기 위해 굳이 매각해야 할 이유가 없다는 논리다.
더군다나 공항의 민영화에 대해서는 이미 실패 사례가 많다. 영국 히드로공항은 87년 민영화된 이후 공항 이용료가 크게 늘어나 인천공항의 6.5배에 달한다. 2002년 호주 시드니공항을 금융회사인 매쿼리(Macquarie)에 운영권을 넘긴 뒤에도 공항 이용료가 4-5배 늘었다고 한다. 특히 일부에서는 정부가 민영화라는 명분으로 인천공항을 해외자본에 매각하려 하지만 실제로는 그 명분이 완전히 허구에 지나지 않으며, 일부 특정세력에 혜택을 주려는 ‘꼼수’라는 의심의 눈초리까지 보내고 있다. 대통령의 친인척 중에 호주의 매쿼리와 관련이 있다는 소문도 무성하다.
정부의 진짜 관심은 민영화 과정에서 얻게 될 천문학적인 규모의 매각대금에 있다는 지적도 있다. 기획재정부는 새해 예산안에 인천공항 매각 대금으로 무려 4,000억원을 잡아놓았고, 국토해양부는 이미 인천공항 지분 15%에 해당하는 매각 대금 수천억원을 도로 포장 예산에 미리 배정했다고 한다. 4대강 사업으로 국가 재정이 바닥나자, 알짜 공기업을 팔아서 재정을 충당하려한다는 것이다.
노암 촘스키 MIT대학 언어학과 교수는 “공기업의 민영화는 공공부문을 민간기업과 다국적 자본에 팔아넘기려는 속임수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이 주장이 항상 옳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인천공항을 민영화하는 충분한 이유와 타당성을 국민들에게 보여주고 설득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인천공항이 단순한 공기업이 아니라 한국의 기간산업이고 국가의 안보와도 연관이 있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뉴욕 메츠 구장의 이름이 투자자의 이름을 붙여 ‘시티필드’가 될 수는 있겠지만 인천공항이 ‘인천-000’ 공항이라고 불리면 서글퍼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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