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초대형 예술 콜레보레이션 ‘퍼시픽 스탠더드 타임’ 개막
라크마의 ‘캘리포니아 디자인’에서 볼 수 있는 1947년 제작 테이블. / ‘빅 블랙 선’에 전시된 크리스 버든의 ‘중성자탄의 이유’. 니클 동전 5만개에 성냥을 붙인 작품이다. / 게픈 모카 전시장에 설치된 차학경의 작품.
내년 4월까지 게티·LACMA·MOCA·갤러리들 총망라
뮤지엄 기획전 68개 ·갤러리 전시 125개 등 이어져
10월1일 일제히 개막된 ‘퍼시픽 스탠더드 타임’(Pacific Standard Time)으로 남가주 미술계가 떠들썩하다. PST는 게티, LACMA, MOCA 등 LA 일원의 60여개 비영리 예술기관들과 70여개의 상업 갤러리들이 연합해 내년 4월까지 6개월 동안 약 수많은 기획전과 다양한 관련행사들을 개최하는 대규모 예술 콜래보레이션이다.
PST의 목적은 컨템포러리 아트의 중심지인 로스앤젤레스의 현대미술 탄생 배경과 성장 역사를 되돌아보고 자축하기 위한 것. 지난 30년 사이에 LA가 세계 화단에서 뉴 아트의 최전방으로 떠올랐는데 그렇게 된 배경, 즉 그 이전에 무슨 일들이 벌어졌고 어떻게 해서 그런 일이 가능했는지를 되돌아보고 널리 알리는 프로젝트다. 주요 뮤지엄 기획전이 68개, 갤러리 전시는 125개를 헤아리며, 소개되는 작가는 무려 1,300여명에 달한다.
예술의 불모지로 여겨져 온 LA가 세계 미술사에 새로운 장을 기록하게 될 이 연합예술제는 10년 전 게티재단이 내놓은 1,000만달러 예산으로 시작돼 오랜 준비 끝에 드디어 지난 주말 화려한 팡파르를 울렸다. 전체 기획전 중 약 50개가 1일 PST의 개막과 함께 오프닝을 가졌고, 앞으로 특별전과 이벤트들이 계속 이어질 예정이다. 한인 운영 갤러리로는 표(PYO) 갤러리가 유일하게 참여, 이날 ‘LA 5인 조각전’(LA5: Sculpture That Shaped the City)을 개막했다.
PST, 즉 ‘태평양 표준시간’은 전쟁이 끝난 1945년부터 1980년까지의 35년 기간을 말한다. 이 중에서도 60년대와 70년대는 미국에서 개인이나 사회 모두 몸살을 앓던 격동의 시기로 이때 젊은 작가들은 팝아트로부터 포스트 미니멀리즘, 모더니스트 건축과 디자인, 멀티미디어 설치, 그리고 개념미술의 등장까지 빠르게 변화하는 사조를 겪으며 실험적인 작업들을 선보였다.
또한 멕시칸 인구의 팽창으로 인한 치카노 미술이 만개했고 변방이었던 흑인 및 여성 작가들의 대담한 작업들이 주류미술계로 진입했다.
PST는 이 35년의 기간에 제작됐거나 그와 관계된 회화, 아상블라주, 세라믹, 그래픽, 벽화, 조각, 사진, 비디오 등을 다 함께 보여준다. PST의 주역들, LA의 현대미술을 일궈낸 선구자들로 꼽히는 작가들은 존 발데사리, 에드 루샤, 존 앨툰, 크리스 버든, 비야 셀민스, 주디 시카고, 데이빗 호크니, 조 구드, 에드 킨홀츠, 에드 모세스, 베티 사아, 빌리 알 벵스턴, 월리스 버만, 잭 골드스타인, 로버트 어윈 등이다. 지난 1일 개막된 주요 뮤지엄 전시들은 다음과 같다.
자세한 정보 pacificstandardtime.org
LA카운티 뮤지엄 ‘캘리포니아 디자인’ 등 5개 기획전
모카현대미술관 1960~70년대 화제작들 한자리서 감상
게티 뮤지엄 대형 폴리에스터 레진 조각전 눈길
■ LA 카운티 뮤지엄
이미 9월4일에 3개 전시(‘아스코’‘에드워드 킨홀츠: 5대의 자동차’ ‘마리아 노드만 필름 룸: 스모크’를 오픈한 데 이어 지난 1일 ‘캘리포니아 디자인’을 개막했다. 오는 15일에는 UCLA 치카노연구센터와 함께 기획한 ‘샌드라 드라 로자 벽화전’(Mural Remix: Sandra de la Loza)을 선보일 예정으로, 무려 5개의 PST 기획전을 마련했다.
레스닉 파빌리온에서 열리고 있는 ‘캘리포니아 디자인’(California Design, 1930-1965: Living in a Modern Way)은 현대적 디자인의 모체가 된 캘리포니아 특유의 건축, 가구, 장식품, 텍스타일, 패션, 책표지, 액세서리 등을 소개하는 재미있는 전시로, 지금 보아도 세련되고 모던한 감각의 디자인들을 구경할 수 있다.
BCAM 2층의 ‘아스코’(ASCO: Elite of the Obscure)는 1972년부터 85년까지 이스트 LA에서 활동했던 전위적 치카노 그룹 ‘아스코’의 작업들을 사진 위주로 보여준다.
아메리카 빌딩에 전시된 에드 킨홀츠의 ‘5대의 자동차’(Edward Kienholz: Five Car Stud)는 굉장히 강렬하고 충격적인 작품이다. 백인들의 흑인 린치 현장을 실물 크기로 재현한 이 작품은 너무 그래픽해서 1972년 독일의 도쿠멘타5에 처음 전시된 후 라크마가 전시를 추진했으나 미국내 전시는 무산됐고, 76년 일본 컬렉터가 구입해 창고에 보관했던 것을 이번에 처음 공개한 것이다. 바닥에 흙이 깔린 어두운 전시장에 들어서면 둥그렇게 주차된 다섯 대의 자동차가 헤드라잇으로 끔찍한 인종증오범죄 현장을 보여주는, 40년이 지난 지금도 큰 충격을 던져주는 작품이다.
■ 모카 현대미술관
드넓은 게픈 모카 전시장을 가득 채우고 있는 ‘크고 검은 태양 아래서: 캘리포니아 아트’(Under the Big Black Sun: California Art 1974-1981)는 PST 전시 중 가장 공을 많이 들이고, 내용이 풍부한 전시로 보인다.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리처드 닉슨의 사임연설문 원고를 볼 수 있는 이 기획전은 60~70년대 캘리포니아의 아트를 잘 보여주는 문제작들을 많이 모아놓았다.
그 시대 최전방 작가들의 경향이 그랬듯 비디오와 사진이 주를 이루고 있으며, 결코 재미있거나 보기 즐거운 작품들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어려운 것들도 아니다.
이 전시장에서 차학경(Theresa Hak Kyung Cha, 1951~82)의 작품을 발견하곤 너무 놀랍고 반가워서 그 앞에 10여분을 머물러 있었다. 샌프란시스코에서 퍼포먼스·비디오·영상작업을 선보이며 개념미술가로 활동하던 차학경은 비교문학·소수인종·여성학 연구자들 사이에 필독서가 된 ‘딕테’(dictee)의 작가로, 1993년 뉴욕 휘트니 미술관에서 특별전이 열리는 등 시간이 지날수록 그에 대한 연구와 평가가 깊어지고 있다.
전시장의 다른 비디오 작품들은 이어폰을 끼어야만 사운드를 들을 수 있는데 반해 3채널 흑백화면과 함께 시적 언어들을 중얼거리는 차학경의 작품(‘Passages Paysages’)만은 스피커를 통해 소리가 흘러나와 전시장을 가득 채우고 있다. 한참 듣다보면 한국말로 엄마의 편지를 읽는 소리도 들을 수 있다.
■ 게티 뮤지엄
지난 9월13일 대형 폴리에스터 레진 조각전 ‘시작에서 끝까지: 드웨인 밸런타인의 그레이 컬럼’(From Start to Finish: De Wain Valentine’s Gray Column)을 오픈했으며 1일에는 ‘퍼시픽 스탠더드 타임: LA의 혼류, 회화와 조각’(PST: Crosscurrents in LA Painting and Sculpture, 1950~1970)과 ‘LA로부터의 인사: 작가와 대중’(Greetings from LA: Artists and Publics, 1950~1980)을 동시에 개막했다. 오는 12월20일 사진전 ‘인 포커스’(In Focus: Los Angeles 1945~1980)을 시작한다.
<정숙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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