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을 대표하는 구기 종목은 단연코 축구이지만 대중적인 스포츠는 아마 프로야구일 것이다. 한국 최초의 메이저리거인 박찬호 선수가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LA 다저스의 주전으로 활약하면서 한국 야구를 세계에 알리는 계기가 됐다. 이어서 시카고 컵스에서 LA 다저스로 이적한 최희섭은 2005년 미네소타 트윈스와의 홈경기에서 3연타속 홈런의 맹타를 휘둘러 한국 야구의 저력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박찬호와 최희섭의 대선배이며 한국 야구의 양대 산맥인 장효조와(55) 최동원(53)이 9월 들어 일주일 간격으로 세상을 떠났다. 한국 야구를 사랑하는 기자에게도 그들의 부음은 아쉬움과 허탈함으로 다가온다. 두 사람은 한국 야구사에서 첫 손가락에 꼽을 만한 최고의 타자와 투수였기 때문이다.
‘한국 프로야구의 전설적 좌타자’로 이름을 날렸던 장효조는 삼성과 롯데에서 선수생활을 하며 통산타율 0.331로 한국 프로야구에서 아직도 깨지지 않고 있는 최고기록의 보유자이다. 어릴 때 TV에서 봤던 장효조의 타격은 신기에 가까웠던 것 같다.
롯데 자이언츠에서 활약한 최동원은 한국 야구 100년사에서 선동열 전 삼성 라이온즈 감독과 함께 최고의 투수로 평가받는 인물이다. 1984년 삼성과의 한국 시리즈에서 5경기에 등판해 혼자 4승(1패)을 따내 프로야구에서 첫 우승의 기쁨을 누렸다. 프로야구 30년 동안 7전4선승제로 열리는 한국 시리즈에서 혼자 4승을 올린 투수는 최동원이 유일하다. 한국 야구사를 뛰어넘어 세계 야구사에서도 전무후무한 기록이다
1987년 5월16일 최동원과 선동렬은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세 번째 맞대결에서 15회까지 가는 연장혈투를 펼쳤다. 롯데 자이언츠와 해태 타이거즈 소속으로 팀 승리와 본인의 자존심을 걸고 최동원은 209개, 선동렬은 232개의 공을 던졌지만 끝내 승부를 가리지 못하고 경기는 결국 2:2 무승부로 끝났다. 두 라이벌은 통산 전적에서도 1승1무1패로 끝내 승패를 가리지 못했다.
최동원이 병역문제가 해결되어 토론토 블루제이스의 입단제의를 받아들였다면 최초의 코리안 메이저리거가 될 수 있었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든다. 한국 프로야구의 최고 명승부로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기억하고 있는 이 경기를 영화로 옮긴 ‘퍼펙트게임’이 오는 12월 개봉된다. ‘퍼펙트게임’에서 배우 조승우와 양동근이 젊은 시절 최동원과 선동렬을 맡아 열연을 펼친다고 해서 벌써부터 화제를 모으고 있다.
한국 프로야구의 성공은 1970년대 고등학교 야구의 열기가 바탕이 됐다. 대구상고와 경남고에서 타자와 투수로 활약했던 장효조와 최동원은 이미 고등학교 때부터 최고의 성적으로 폭발적인 인기를 누렸다.
당시에는 고교야구 전국대회가 봄철 대통령배, 늦봄 청룡기선수권, 여름방학 때 봉황기, 초가을 황금사자기, 가을철 초청대회 등 5개의 대회가 서울에서 열렸다. 봉황기는 예선전이 하루에 네 게임씩 펼쳐지는 가운데 스테디엄이 관중으로 가득 메워져 고등학교 야구의 인기를 실감케 했다. 초등학교 시절 동대문구장에서 하루 종일 응원에 열광했던 추억이 지금도 새롭다.
2009년 3월23일 LA 다저 스테디엄에서 펼쳐진 WBC 결승전에서 연장까지 간 끝에 일본에 3:5로 석패한 경기는 여태까지 지켜본 야구경기 중에서 가장 아쉬움이 많이 남는 경기이다. 이날 다저 스테디엄은 마치 서울의 잠실구장을 옮겨놓은 것처럼 수많은 한인 관중들의 응원열기로 뜨거웠다. 비록 일본에 분패해 준우승에 머물렀지만 한국은 최고의 명승부로 한국 야구를 전 세계에 알렸다.
올해로 30번째 시즌을 맞은 한국 프로야구는 지난 13일 프로야구 역사상 처음으로 600만 관중을 돌파하는 큰 경사를 맞았다. 프로야구 원년이던 1982년 총 관중이 143만명임을 감안한다면 그야말로 프로야구는 국민 스포츠로 자리를 잡은 셈이다.
고등학교 야구의 인기가 기본이 되어 성장한 한국 프로야구는 장효조와 최동원이라는 걸출한 스타를 배출했고 WBC 준우승으로 이제 세계 야구의 중심에 섰다. 이런 가운데 장효조와 최동원이 모두 현장에서 왕성하게 활동할 수 있는 50대의 나이에 세상을 떠나 못내 아쉬움을 던져주고 있다.
한국 야구 세계화의 기틀을 마련한 고 장효조 삼성 2군 감독과 최동원 전 한화 2군 감독의 명복을 빈다.
박흥률 부국장 겸 기획취재부장
peterpak@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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