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목요일에 버지니아주 훼어팩스 카운티의 교육감이 은퇴 계획을 발표했다. 현 계약기간이 만료되는 2013년 6월말에 은퇴하겠다는 것이다.
그 때까지는 앞으로도 20개월 이상 남아 있지만, 이번 11월 달에 있을 교육위원 선거를 앞두고 출마한 후보자나 유권자 모두 자신의 은퇴결심을 미리 아는 상태에서 이 선거에 임해야 할 것 같아 조금 이르지만 자기의 계획을 발표한다고 했다. 교육위원들에게는 이미 몇 달 전에 은퇴결심을 알렸으나 카운티 주민들에게 공식적으로 발표할 적기를 살피다가 이제 알려야겠다는 결론에 도달했다는 것이다.
한국에서는 지방자치제도가 도입된 이후 교육감을 선거로 뽑는다. 그러나 버지니아나 메릴랜드에서는 그렇지 않다. 대신 선거로 선출되는 각 지역의 교육위원회가 해당 지역 교육청을 운영할 교육감을 고용한다. 자세히 조사해 본 것은 아니지만 미국의 다른 주들도 비슷할 것이라 생각된다. 교육위원회는 교육감의 업무를 지시, 감독, 평가하는 역할을 맡고 있고, 교육감에게는 교육위원회가 결정한 정책과 예산을 집행하는 책임이 주어진다.
버지니아에서는 교육감의 고용계약 기간이 처음에는 최하 2년, 최고 4년이다. 그리고 계약연장 시 다시 최고 4년을 연장할 수 있으나 계약 연장 횟수나 총 계약기간에 제한은 없다. 계약기간이 다 끝나기 전에 기존 계약기간을 변경할 수도 있으나, 교육위원 선거일부터 새로 선출된 교육위원들의 임기 시작 전까지의 레임덕 기간에는 교육위원회가 교육감의 고용계약에 어떠한 변경도 할 수 없다.
버지니아주 훼어팩스 카운티의 잭 데일 교육감은 2004년에 처음 고용되었다. 그 전에는 메릴랜드주의 프레드릭 카운티에서 교육감으로 재직했다. 신장이 2미터에 가까운 장신으로 대학에서는 농구 선수로도 뛰었던 독특한 경력의 소유자로 처음에는 수학 교사로 교육자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그간 교육에 몸담은 지 40년이 되었다고 한다.
훼어팩스 교육감으로 임명될 당시 교육위원회로부터 단단히 주문 받은 당부의 하나가 교육위원회와 교육예산의 75% 정도를 배정하는 수퍼바이저위원회와의 관계 개선이었다. 그 전 교육감의 강한 성격으로 인해 그 부분에 많은 어려움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지난 7년 동안 데일 교육감은 이 부분에서 교육위원회의 기대치에 부응했다고 본다.
그러나 지난 1년반 동안은 교육위원회를 비롯해 교육감도 상당히 힘든 시기를 겪었다. 여러 해 동안 교육재정의 어려움으로 인해 피치 못해 실시했던 교직원 임금동결과 프로그램 삭감, 그리고 두 개의 학교를 폐쇄하는 조치를 취하면서 쌓인 해당 지역 주민들의 불만과 학칙위반으로 인해 징계 처분을 받던 과정 중에 일어난 관련 학생의 자살사건 등이 교육감의 커뮤니티와의 소통 부족과 커뮤니티의 의견 무시행위로 여겨지면서 거의 인신공격에 가까운 비판에 시달려 왔기 때문이다.
사실 훼어팩스 카운티는 미국에서 12번째로 큰 규모의 거대 학군이다. 통계에 의하면 이렇게 큰 학군들을 책임지는 교육감들의 평균 재임기간은 채 4년을 넘기지 못한다고 한다. 그에 비하면 데일 교육감의 경우 계약기간이 종료되는 시점까지 총 재임기간이 9년이 된다고 생각할 때 장수한 교육감이라 생각해도 무리가 없을 것이다. 그 만큼 미국에서, 특히 큰 규모의 학군에서, 교육감으로 오랫동안 재임한다는 것은 힘든 일이다. 더욱이 훼어팩스처럼 교육열이 남다르게 높고 자기 의사 표시가 확실한 고학력 주민들이 많이 거주하는 곳에서 오래 교육감으로 재임한다는 것은 더욱 그렇다. 학부모나 주민들의 기대치에 부응하는 일이 만만치 않다는 얘기이다. 요즘처럼 이메일을 이용해 바로 교육감에게 직접 연락할 수 있고, 또 바로 답장을 기대하는 시대에 교육감의 생활은 정말 고달프다. 그런데도 시간대를 가리지 않고 짧게나마 가능하면 바로 주민들에게 답장 이메일을 보내는 데일 교육감의 성실함은 누가 무어라 해도 높이 살만하다.
이제 11월 선거 후 새로 구성되는 훼어팩스 카운티 교육위원회에게는 후임 교육감을 선정하는 문제가 가장 큰 현안으로 부상했다. 12년간 교육위원으로 재임하면서 두 명의 교육감을 새로 고용해 보았던 나의 경험이 이번 선거에서 다시 4선으로 당선되면 교육위원회에 큰 힘이 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벌써 그 생각을 하면 조심스럽고 긴장이 된다. 교육위원이 하는 일들 중 가장 중요한 것이 좋은 교육감을 발굴하고 선정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교육위원 재임 동안 총 세 명의 교육감과 한 명의 교육감 대리를 겪으며 교육감이 누구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면모들을 가까이서 지켜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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