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스트푸드 식당들 시험적 주류 판매
스타벅스서 와인, 버거킹서 맥주…
고객반응 미온적 “득보다 실” 평가
술을 팔지 않던 패스트푸드 식당이나 패밀리 레스토랑들이 불경기 타개책의 하나로 맥주나 와인 등 알콜 음료를 메뉴에 추가하고 있다. 그런데 막상 술을 팔아보니 득보다는 골치 아픈 일이 더 많더라는 것이 이들 식당 대부분의 공통된 경험이다. 스타벅스, 소닉, 버거킹 등은 짧은 시간에 값싸게 한 끼를 해결할 수 있는 곳이라는 인상이 심어진 식당들이다. 이런 식당들이 메뉴에 맥주나 와인을 추가하는 실험을 하고 있다. 영국의 샌드위치 체인인 프레타 망제는 곧 새로 문을 열 파리 지점들에서 와인을 파는 방안을 생각 중이고, 버거킹 체인 중 고급 메뉴로 차별화를 시도한 와퍼 바스에서는 지난해부터 맥주를 팔고 있다.
주류는 원래 가장 이윤이 많은 상품 중 하나. 그러니 식당에서 맥주나 와인을 팔면 수익을 높일 수 있으리라는 기대가 높다. “알콜 음료는 정말로 정말로 이윤이 높다”고 마켓 연구회사인 NDP 그룹의 식당업계 분석가 보니 리그스는 말한다.
경기 침체로 식당마다 운영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어떻게 하면 고객들의 발길을 끌어들일 수 있을 지 각종 아이디어들을 내고 가능한 모든 방법들을 동원하고 있다. 주류 판매는 이런 시도 중의 하나.
그러나 술을 팔아보니 수익 증대 보다는 골치 아픈 일들이 더 많더라는 것이 이들 식당체인의 보편적 평가이다. 우선 고객들이 패스트푸드 식당과 와인을 연결시키지 않는다. 할인 패키지 식사를 하면서 카버네 소비뇽을 마신다는 생각을 하지 않는 것이다.
아울러 식당이 주류 판매를 하려면 먼저 해야 할 일들이 너무 많다. 주류판매 허가를 받는 일부터 툭하면 이직하는 직원들 훈련, 주류 주문 때마다 일일이 신분증을 검사하느라 지체되는 서비스 그리고 식당내에서 술 마시는 구역을 설정하는 일 등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많다.
전문가들의 견해 역시 패스트푸드 식당은 술집으로 맞지가 않다는 것이다. 패스트푸드 식당의 직원들은 법정 음주연령인 21세 미만이 너무나 많다. 그러다 보니 이들이 술을 파는 일이 쉬운 게 아니다.
예를 들어 18세짜리 직원이 동갑의 친구가 와서 술을 주문하면 거절하기가 쉽지 않다. 십중팔구 술을 팔 것이고 그런 일이 반복되면 관계 당국이 그 식당을 그냥 놔둘 리가 없다.
오클라호마시티에 본부를 둔 드라이브 인 식당체인인 소닉은 지난 7월부터 플로리다, 홈스테드에 문을 연 식당에서 맥주와 와인을 팔고 있다. 이 식당이 메뉴에 주류를 추가하게 된 것은 인근 다른 식당들이 술을 팔기 때문이다. 술을 추가 하면 밤에 식당을 찾는 손님들이 늘 것이라는 계산이었다. 패티오가 있는 식당 구조가 맥주와 와인을 찾는 저녁 손님들의 발길을 끌기에는 안성맞춤인 측면도 있다.
하지만 막상 술을 팔려고 보니 치러야 할 대가가 있었다. 주류 판매면허를 따고 직원들을 훈련하는 기본적인 절차 외에도 미성년 음주를 막기 위해 경비원을 고용해야 했고 보험이 뛰어오를 것이 뻔하다.
그렇게 까지 해서 술을 팔아 얻는 것이 많다면 좋은 데 그것도 아니다. 식당으로서는 고심에 고심을 한 끝에 결정한 주류 판매를 고객들은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분위기이다. 그들이 이 식당에 오면서 기대하는 것은 사실 100% 쇠고기 핫도그 같은 메뉴이기 때문이다.
패스트푸드 식당들의 이미지도 중요한 몫을 차지한다. 대부분의 패스트푸드 식당들은 맥주나 와인 등 알콜 음료를 팔지 않다보니 고객들은 그 이미지에 익숙해 있다. 술 마시러 패스트푸드 식당에 가는 건 좀 맞지가 않다고 느끼는 것이다.
런던에 본부를 둔 샌드위치 체인인 프레타 망제는 일부 공항 내 식당들에서 술을 판다. 그리고 파리에 새로 개장할 식당들에서 와인을 파는 것을 고려 중이다. 하지만 큰 기대는 하지 않는다고 회사 측은 말한다.
스타벅스는 시애틀 일대 5개점에서 시험 삼아 와인과 맥주 판매를 하고 있다. 미국내 스타벅스의 손님들 통행량을 보면 4분의3은 매일 오후 2시 이전에 일어난다. 술 판매는 밤 시간대의 손님들을 끌기 위해 고안된 것이다.
스타벅스의 대변인인 고키 뒤브로와에 의하면 손님들의 반응은 긍정적이다. 하지만 스타벅스는 주류 판매를 이들 5개점 이상으로 확대할 계획은 아직 발표하지 않고 있다.
버거킹 역시 주류 판매가 얼마나 어려운 일이지를 지를 절감했다. 버거킹은 지난 2009년 고급화를 시도하며 체인점들 중 보다 고급 식당의 분위기를 풍기는 와퍼 바스를 개장했다. 워퍼 바스에서는 버본 와퍼, 뉴욕 피자 버거 등의 차별화된 메뉴를 제공한다.
그리고는 지난 2010년 미국 내 와퍼 바스에서 맥주를 팔기 시작했다. 하지만 버거킹의 10개 와퍼 바스 중에서 술을 파는 곳은 6개점뿐이다. 주류 허가를 받지 못한 것이 한 이유이다.
예를 들어 지난여름 버거킹은 뉴욕의 타임스 스퀘어 인근에 와퍼 바스를 오픈하고 수 주 내에 맥주도 팔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지금까지도 주류 판매 허가가 나오지 않아서 일단 맥주 판매 계획은 없던 일로 했다.
메뉴에 알콜 음료를 추가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이지를 보여주는 한 예로 버거킹은 지난해 몇몇 도시에서 무알콜 미모사를 실험했다. 오렌지 주스에 스프라이트를 섞은 음료였다. 하지만 비록 알콜 성분은 없다 해도 패밀리 식당에서 이런 음료는 적합하지 않다는 평가가 나오면서 미모사 판매를 중단했다. 패밀리 레스토랑이나 패스트푸드 식당의 이미지와 술은 맞지가 않는다는 것이다.
<뉴욕 타임스 - 본사 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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