텍사스는 큰 주다. 알래스카를 제외하고는 50개 주 가운데 면적이 제일 넓다. 한국과 같은 인구 밀도로 촘촘히 모여 산다면 나머지 땅은 놔두고 3억에 달하는 미국인 모두를 포용할 수 있는 크기다.
텍사스는 미국인들에게 단순한 지명이 아니라 신화다. 수천 마리의 소떼를 몰고 가는 서부 시대의 상징 ‘텍사스 카우보이’부터 빈털터리가 석유를 터뜨려 일약 재벌이 되는 제임스 딘 주연 영화 ‘자이언트’, 멕시코로부터 독립을 위해 싸우다 전멸한 ‘알라모’ 전투 등등.
그 텍사스가 요즘 릭 페리 주지사가 공화당의 유력 대선 후보로 부상하면서 다시 화제로 떠오르고 있다. 지금 미국인들이 가장 원하는 것은 일자리다. 미국이 극심한 불경기를 겪고 있던 지난 3년간 미국에서 생긴 일자리의 40%는 텍사스에서 발생했다. 페리는 이런 치적을 무기로 자신이 대통령이 되면 미국 전체 경기를 살려놓겠다고 공언하고 다닌다. 장기 실업에 지친 사람들의 귀가 솔깃할 수밖에 없다.
반면 경제 살리기에 실패, ‘무능한 대통령’ 소리를 듣고 있는 오바마와 민주당 쪽으로서는 ‘텍사스 미러클’이야말로 재집권에 대한 최대의 위협이다. 이들은 텍사스에 많은 일자리가 생긴 것은 인구 유입에 의한 자연스런 현상이고 때마침 오른 석유 가격으로 석유 개스 산업이 호황을 맞았기 때문일 뿐 페리의 정책과는 무관하다고 주장한다.
어느 쪽 주장이 맞는 것일까. 석유 붐으로 텍사스에 수만 개의 일자리가 생긴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게 전부는 아니다. 우선 왜 사람들이 텍사스로 몰려들고 있는지부터 따질 필요가 있다. 왜 멕시코 인들은 온갖 장애를 무릅쓰고 국경을 넘어 미국으로 오는 것일까. 그곳에 가면 먹을 것이 있기 때문이다. 먹을 곳이 없는 곳은 아무리 가라고 해도 가지 않는다.
어째서 텍사스에는 먹을 것이 있는가. 기업들이 몰려들고 있기 때문이다. 왜 기업들은 몰려드나. 텍사스에는 주 개인 소득세가 없고 다른 세금도 낮다. 각종 비즈니스 관련 규제도 최소한만 있고 ‘건수도 안 되는 것’을 가지고 무분별하게 손해 배상 소송을 하는 것은 엄격히 제한돼 있다. 텍사스가 다른 지역에 비해 부동산 버블이 심하지 않았던 것도 빈 땅이 널려 있고 손쉽게 건축허가를 얻을 수 있어 공급을 얼마든지 늘릴 수 있었기 때문이다. 비즈니스를 하는 입장에서 보면 이렇게 비즈니스를 친구처럼 대하는 곳(텍사스는 인디언 말로 ‘친구’라는 뜻이다)으로 가지 않을 이유가 없다.
텍사스처럼 크기는 크지만 정반대 정책을 펼치고 있는 주도 있다. 바로 가주다. 이 주는 세금은 전국에서 가장 높고 비즈니스 규제도 까다롭기 그지없다. 천문학적 숫자의 황당무계한 소송이 빈발하고 비대한 공무원 노조의 입김은 엄청 세다. 이런 주에서 장사를 하고 싶어 하는 비즈니스 업주는 정상적인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이 아니다. 그런데도 가주 정책 입안자들은 왜 실업률이 전국 최고 수준인지 머리를 긁으며 의아해 하고 있다.
지금 경제를 회복시키기 위한 가장 최선의 방책은 일자리를 창출하는 일이다. 일을 해 돈을 벌어야 소비가 늘고 집도 살 여력이 생긴다. 또 실업자가 감소하면 실업 수당을 타는 사람은 줄면서 세수는 는다. 정부의 재정 적자 해소에도 도움이 된다. 비즈니스 활성화, 주택 경기 회생, 재정 적자 감축의 세 마리 토끼를 한 번에 잡을 수 있는 셈이다.
알자리에는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장사가 잘 되는 기업이 사업을 늘리기 위해 창출하는 일자리이고 또 하나는 정부가 세금을 거둬 그 돈으로 만든 일자리다. 전자가 진짜 일자리임은 말할 것도 없다. 구 소련 시대 노동자들은 ‘정부는 돈을 주는 척 하고 우리는 일하는 척 한다’는 농담을 주고받으며 보드카를 마셨다. 그런 나라는 망할 수밖에 없다.
인간은 먹을 것이 있는 곳에 모이고 비즈니스는 비즈니스를 우대하는 곳으로 이동한다. 경제를 살리고 싶다면 편안하게 사업을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오바마 행정부는 지난 3년간 이를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지 반성해 볼 필요가 있다.
민 경 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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