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고위층이거나 재벌 형성 이전의 대회사들 소유주거나 임원들을 제외하고는 한국 전체가 가난하던 1950년대 말 나 역시 변변한 라디오조차 없었으니까 고전음악은 음악 감상실엘 가야만 들을 수 있었던 처지였다. 그래서 어떤 음악의 몇 마디(bar)만 듣고도 아무개 작곡가의 교향곡 몇 번이라고 자신만만하게 말할 수 있었던 친구들이 몹시도 부러웠던 시절이었다. 유족한 친구들을 따라 양주집(bar)에 첫 번 갔었을 때 짙은 화장에 향수 냄새를 물씬 풍기는 여종업원들(bar maids)의 권주수작이 자못 생경스러웠다. 그러나 더 깜짝 놀랄 일이 생겼다. 일행 중 서울 어느 은행의 두취(頭取, Chief Executive)를 아버지로 유복하게 자라다가 6.25 사변에 납치를 당한 슬픔이 있었던 지금은 이름도 기억되지 않는 친구가 취흥이 도도해서인지 갑자기 서서 푸치니의 오페라 ‘토스카’ 중 ‘별은 빛나건만’이란 아리아를 이태리어로 부르는 데야 나의 음악에 대한 무지와 비교가 되어 빈부의 차이가 이런 거구나 하는 숨 막히는 듯한 느낌이었다.
지금도 가슴이 답답해지는 것 같아서 우스개를 하나 하자면 당시 어떤 신문 외신 기자가 미국의 대통령이 American Bar Association의 연례회의에서 연설했다는 것을 번역하면서 미국은 민주주의라서 대통령이 술집연합회 총회에 가서 연설했으리라고 지레 짐작을 해서인지 그렇게 오역했던 사건도 있었다. 사전에서 bar의 여러 의미를 찾아보았던들 피할 수 있는 실수였겠다.
종로1가 화신백화점 부근에 있었던 그 양주집에서의 일화가 상기된 것은 이번 주에 케네디센터에서 토스카를 관람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나이가 들어서 밤나들이가 싫지만 자식들 중 하나가 꼭 보라고 등을 떠밀다시피 하는 데는 갈 수밖에 없는 처지였다. 워싱턴 오페라라서 뉴욕의 Met 오페라단과는 비교가 안 되지만 우리가 간 날은 대역이 했지만 지휘자가 플라시도 도밍고에다가 토스카 역으로는 멧트와 라 스칼라 등 세계 유명 오페라 하우스에 출연했던 풍부한 경험자인 패트리샤 라세트라는 가수라서 큰 감흥이 있었다.
토스카는 로마의 유명 가수인데 화가인 카바라도시와 열애하는 사이이다. 카바라도시가 어느 교회당에서 예수의 어머니 마리아를 그리고 있을 때 그의 친구로 탈옥한 정치범 안젤로티를 보게 된다. 카바라도시는 그를 친구로서의 우정에서 또 탄압 정치를 대표하는 로마 경찰청장 스카피아 남작에 대한 반항의 제스처로 도와주려고 자신의 별장으로 피신시킨다. 카바라도시를 보려고 온 토스카는 그가 오기 직전 들렀던 두 사람 사이의 대화를 자기 애인이 다른 여자와 밀회한 것으로 오해해서 질투를 하게 되고 더구나 마리아의 얼굴과 눈이 안젤로티의 여동생의 모습이니까 고치라고 떼를 쓴다. 스카피아는 부하들을 데리고 안젤로티를 추적하여 교회에 왔다가 카바로도시가 그를 도와 피신시켰다는 증거를 발견한다. 안젤로티가 여장을 해서 피하려고 했었기 때문에 동생의 부채를 가지고 있다가 떨구고 간 것을 이용하여 스카피아가 토스카의 불타는 질투심을 부추기자 토스카는 별장으로 향하게 되고 스카피아는 부하들을 시켜 뒤따르게 한다.
궁성 안의 스카피아는 집무실이 제2막 장면인데 안젤로티를 발견하지 못한 부하들이 카바라도시를 끌고 와서 고문하려는데 토스카가 들어온다. 안젤로티가 어디 숨어 있는지를 불지 않으면 토스카의 애인을 고문하겠다는 위협이 실천에 옮겨져 별실에서 그의 절규가 들려오자 토스카는 안젤로티의 숨은 곳을 실토한다. 그를 잡으러 갔던 경찰이 그가 자살을 했다고 맨 손으로 돌아오자 스카피아는 토스카에게 카바라도시를 살릴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자기의 품에 안기는 것이라고 강압한다. 그러면서 카바라도시에 총살을 하면서 실탄을 안 쓰겠다고 약속하는 척 한다. 카바라도시와 자기의 안전통행증을 주면 스카피아의 욕망에 굴하겠다면서 토스카는 자기처럼 착한 사람이 왜 이 지경을 당하는가라는 처절한 노래를 한 후 식탁에서 칼을 집어 들어 스카피아를 찔러 죽인다. 카바라도시의 감옥이자 처형장이 3막 장면인데 그때 “별을 빛나건만”을 부른다. 토스카가 도착하여 카바라도시에게 총을 맞고 잘 쓰러지는 연극을 했다가 옥리들과 병정들이 사라지면 일어나 도망치자고 설명한다. 카바라도시가 총에 맞고 쓰러진 것을 한참 기다렸다가 보았더니 죽어있는 것을 발견하자마자 스카피아의 부하들이 토스카를 잡으러 들이닥친다. 토스카는 성곽 위로 뛰어 올라가 몸을 던진다. 그런데 스카피아의 후예는 현재에도 많다. 이태리 현 수상이 하룻밤에 7명의 여성과 관계를 가졌다고 자랑하면서 수상의 일은 나머지 시간에 하는 것이라고 해괴망측한 자랑을 한 것이나 소위 보양에 좋다고 중국의 죽은 어린 아이들을 원료로 만든 캡슐을 수입했다는 예들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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