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의 시니어(Senior)란 단어는 ‘노인’ 혹은 ‘고참’이란 말로도 사용된다. 한 친구가 이메일로 ‘노인’이란 글을 나에게 보내 주웠다.
노인이면 삶의 2/3는 이미 지나갔고 남아있는 노후의 1/3의 삶을 사는 사람이다. 그 노후의 기간 1/3은 경제력, 건강, 활력이 약화되고, 자기의 역할과 친구도 점점 적어진다. 그러나 주어진 시간을 재정비하여 사용하면 그 1/3 삶의 가치가 달라질 수 있다.
글에 달라지게 하는 방법 50가지를 나열했다. 전부 그럴듯한 좋은 방법들이다. 그 중 2가지만 열거해 본다. 하나는 “열심히 걷거나 몸을 움직이라”는 것이다. 노후에 굳어질 수도 있는 몸을 좀 유연하게 할 수 있는 유연성과 몸을 쉽게 움직일 수 있는 이동성을 발휘하기 위해 노후에도 가능한 걷고 움직여야 된다는 것이다. 또 하나는 “노후에도 쉬지 말고 배우라”는 것이다. 배우는 것은 자신이 해야 할 일이지만 그래도 배울 수 있는 노후의 배움터가 여러 군데 있다. 그 중 하나가 이름하여 ‘시니어 아카데미’란 곳이다.
이곳 워싱턴-볼티모어 근교를 포함 미국의 대도시 LA, 뉴욕, 시카고 지역 등 한인교포가 많이 살고 있는 곳은 물론, 한국에서도 노인을 위한 학교들이 무수히 있다. 노인들을 위한 학교에서는 과거 학력에 관계없이 나이가 약 65세 이상 남녀라면 누구나 받아준다. 이 학교에서는 음악, 미술, 생활 영어, 역사, 경제, 시사해설, 건강 등을 듣고 배우기도 하고 취미활동의 서예, 사진, 컴퓨터 등을 쓰는 방법도 배운다. 여럿이 움직이는 라인댄스도 배우면서 즐긴다. 이곳은 공인 학교라기보다는 노인들이 은퇴한 후 여가활동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는 한 배움의 장소라고 볼 수 있다.
한글로 ‘노인학교’보다는 영어로 ‘시니어 아카데미(Senior Academy)’라 부르는 것이 좀 권위가 있어 보인다. 배움을 익히는 학문에는 권위가 있다. 그래서 대학을 상아탑 학문의 아카데미라고 부른다. 미국 영화계에는 권위있는 아카데미 오스카상이 있다. 미국의 육해공군 사관학교도 끝에 아카데미를 붙인다. 일반 사회단체나 조직도 ‘파워 아카데미,’ ‘태권도 아카데미’ 등 ‘아카데미’란 단어 사용을 선호한다. 사실 미국에서는 좀 차별화한 ‘시니어 아카데미’란 조직도 있다. 그 조직은 전문직 은퇴자들의 자격을 심사하여 조직원으로 받아들인다. 명성있는 한 대학교와도 연계되어 있고, 연례학술대회도 크게 개최한다. 자격 심사 같은 과정이 없는 내가 말하는 노인학교인 ‘시니어 아카데미’와는 전혀 성격이 다르다.
이번 가을학기에 컴퓨터를 좀 더 배우기 위해 처음 등록을 했다. 랩탑 사용 강의실에서는 강사가 큰 프로젝터를 앞에 설치하고 가르쳐 준다. 점심시간이 되어 식당 홀 안으로 들어갔다. 많은 수강생들로 북적인다. 수강생들은 거의 65세 이상, 이들을 상대로 가르치는 강사는 40대 중년층도 있다. 그 식당에서 40년 만에 지인을 만났다. 그는 특강 강사였다. 그러니 아카데미 안에서 선생과 학생 신분으로 다시 만남의 시간을 가진 셈이다.
한국에는 ‘죽음준비 노년학교’도 있다고 한다. 노년이 되면 죽음도 준비해야 되므로 그곳에선 아름답게 죽는 방법을 가르친다고 한다. 그러나 죽음의 순간은 어떠할지 당사자 자신은 미리 알 수가 없다. 그 ‘죽음준비학교’의 이름만은 영 마음에 들지도 않고, 죽음 이야기가 나오니 듣기조차도 싫다. 그러나 언제고 죽음은 누구에게나 찾아오는 피할 수 없는 길이다. 노년이면 그 길이 빨리 올수도 있다. 그런데 노인학교라면 노년을 위한 배움터이고, 그 이름을 ‘시니어 아카데미’라고 부르고 있으니 이름만은 그래도 마음에 든다. 미국은 물론, 이제 한국은 선진국에 속한다. 일본 등 선진국에서는 노인인구 10% 증가의 고령화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노인 인구는 늘고 젊은 노동력은 감소되면서 사회적 문제를 일으키기도 한다. 이런 고령화 시대의 은퇴자나 노인들이 때로는 삶의 활기와 희망대신 외로움과 혹은 실망을 체험한다. 이들에겐 ‘어르신네’에 대한 배려함이 요구되고 있고, 혹은 여가 활동을 즐길 수 있는 ‘시니어 아카데미’에 참여하는 것도 필요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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