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형태에 대해 빼놓을 수 없는 접미어는 ism일 것이다. 자본주의(Capitalism)가 있는가 하면 공산주의(Communism)가 있다. 칼 마르크스가 1848년에 저술한 공산당 선언문(The Communist Manifesto)이란 짤막한 책은 세상 역사를 자유민과 노예, 양반과 농노, 귀족과 평민 등 사이의 계급투쟁에 이어 생산 수단을 독점하는 자본가들과 노동을 착취당하는 노동자들의 계급투쟁으로 분석했다.
그 후 19세기 말 자본주의 아래의 자유방임 사상이 가장 번성해서 국부는 이루었지만 아동 노동자들을 포함한 노동자들의 참담한 상황이 극명했던 영국에 가서 마르크스는 자본론(Das Kapital)을 씀으로 공산주의 사상의 원조가 되었다. 모든 토지의 소유권, 재산의 상속권, 모든 생산 수단의 소유권을 폐지할 뿐 아니라 모든 은행, 기업과 통신 운송 시설도 국유화 하여 온 국민이 평등과 번영을 누리자는 유토피아적 사상이라 착취당하던 노동자들만이 아니라 많은 지식인들의 얼을 빼기에 족했다.
그런데 그가 공산 혁명은 구라파 중심에서 발생할 것이라고 예견했던 것과는 달리 그 때까지도 산업화가 뒤져 있었던 러시아에서 레닌의 주도 아래 발생되어 소련이라는 공산주의 종주국이 탄생 되었다. 자본가들이나 지주들의 피비린내 나는 숙청은 물론 공산당 독재 아래서, 특히 스탈린의 개인숭배 제도 아래서 숙청이 계속되는 공포 정치였으니까 말로만 노동자들의 천국이었지 개인의 자유는 설 데가 없는 전체주의 사회였다.
이런 전체주의는 소비엣 연방이 1991년에 붕괴될 때까지 지속됐다. 중국에서도 모택동의 공산화 과정에서 수천만이 숙청되는 역사가 벌어졌지만 실용적인 등소평의 개혁 이후에는 정치만 공산당 일당 독재이지 경제는 자본주의를 답습하는 변화를 보였다.
공산주의의 실패는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렇다면 시장경제 자본주의를 바탕으로 하는 민주주의가 승자라고 할 수 있지만 민주주의가 완전무결한 제도는 결코 아니다. 세계 제2차 대전에서 영국의 수상으로 나라를 지켰던 윈스턴 처칠은 종전 직후였던 1945년의 총선에서 노동당에게 정권을 넘겨줄 수밖에 없던 패배를 맛보았다.
그가 1947년 하원에서 한 연설 가운데 “민주주의는 최악의 정부형태이다. 그러나 때때로 시도되었던 모든 다른 정부 형태들 보다는 낫다”라는 명언을 남겼다. 국민들이 선거를 통해 싫어하거나 염증을 느끼는 정권을 갈아치울 수 있는 게 민주주의의 요체이다. 처칠 자신도 6년 후에는 보수당 정부의 수상으로 복귀할 수 있었다.
민주주의 아래서는 선거가 지상이다. 선거에 이겨야 정강 정책과 경륜을 펴보려는 시도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선거에는 돈이 들게 마련이라 부패의 가능성이 존재한다. 일대일의 반대급부는 드물지 몰라도 자기의 당선에 금전적으로 큰 보탬을 준 사람에게 호의적인 정책을 펴려고 하는 것은 거의 인지상정 수준일 것이다.
최근 하원의 다수당 공화당 의원들 중심으로 진행되는 솔린드라 회사에 대한 5억달러 이상의 연방 지불 보증이 백악관의 정치적 압력의 결과인지에 대한 조사도 선거 비용 헌금과 관계가 있다. 획기적인 태양열판을 제조하는 회사라서 미국의 녹색산업의 첨단이 될 것이라고 오바마 대통령이 직접 가서 칭찬을 한 그 회사는 두 주 전 챕터 11 파산 신청을 했기 때문에 1,000명이 넘는 직원들이 모두 해고된 상태이다.
그런데 연방 예산 관리청의 관계 직원들이 그 회사의 생존 가능성에 대한 의문을 제기했음에도 불구하고 연방정부가 계속 지불 보증을 해준 데는 그 회사의 주요 투자가가 오바마의 대선 기금에 여러 사람 돈을 모아 기부한 사실이 작용했는가에 대한 조사 결과가 주목된다. 지금 한창 뜨고 있는 공화당의 유력 주자 릭 페리 텍사스 주지사도 머크 제약회사의 정치 헌금 때문에 10대 소녀들에 대한 성병으로 옮겨지는 자궁암 예방 주사를 강행하려 했었다는 비난을 페리 때문에 선두 주자 그룹에서 탈락된 미셸 바크만 하원의원과 다른 보수 진영 인사들로부터 받고 있다. 인간 정치 제도로는 최고라는 민주주의도 부족한 점이 한 둘이 아니다.
남선우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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