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케인 아이린이 남긴 상처가 아직도 곳곳에 남아있다. 아이린이 미 동부를 무참하게 할퀴고 간 그 흔적 중에서도 정전사태로 인한 피해가 막심하다. 오늘날 전기없는 세상은 아예 상상할 수 없으며 우리 일상 생활에 필수 불가결한 존재임을 이번 태풍을 통해서 뼈저리게 느끼게 했다.
먼 옛날 전기가 없던 시절도 있지 않았느냐 하는 반론도 있겠으나 이토록 변해버린 세상에서 전등 대신 촛불로 견딜 수 있을지 모르나 이제는 냉장고 없는 세상은 상상만 해도 끔직하다. 겨울이라면 몰라도 한여름에 냉장고가 없다고 상상해 보라. 전기는 이토록 철저하게 우리의 생활방식과 습관을 바꾸어 버렸다.
가정용 휴대용 발전기(Portable Generator)의 존재가 새삼 중요한 생활 필수품의 하나로 부각되고 있다. 사실 발전기를 유사시 전기공급 대용품으로 가정에 비치하고 있는 경우는 드물다. 홈 인스펙션을 하면서 비상용 발전기를 가정에 가지고 있는 경우는 거의 보지 못했다. 먼 옛날 1985년에 미 동부를 강타하고 지나간 태풍이 남긴 기억이 20여년이 지나면서 잊혀져버렸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어쩌다가 한번 일어나는 일인데 말할 수도 있겠으나 어쩌다 한번이 발전기와 발전 연료 값에 비해 그 피해가 너무 컸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말로 표현해도 될지 모르겠다.
휴대용 발전기는 출력용량(와트:Wattage)에 따라 그 크기를 구분하고 도시가스, 기름, 프로판개스를 이용해 발전을 시킨다. 보통 일반 가정용 소형은3,000-4,000와트, 중형은 5,000와트이상인데 이는 전기가 필요한 최소한의 전기기기, 즉 냉장고나 전등, 보일러 등의 제한적 작동에 필요한 총용량에 비례해서 결정하는 것이 상례다. 물론 저택이나 상업용 건물의 전기 공급을 위
해 1만와트가 넘는 대용량을 사용하는 경우도 왕왕 있으나 비상시 필요 이상의 큰 용량을 구입하게 되면 발전을 위한 연료의 비용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가정용 발전기를 구입할 때 반드시 알아야 할 것은 다음 두 가지다. 발전기의 지속적 소비출력을 의미하는 런닝와트(Running Watts)와 모터를 사용하는 냉장고 등 전기기기의 작동을 위해 추가로 필요한 순간최대출력을 의미하는 스타팅와트(Starting, Surge 혹은 Peak Watts)의 구분이다. 이 두 가지 용어는 시중에서 판매 중인 모든 발전기에 표시되어 있는 아주 중요한 발전기용량을 의미한다.
여기서 순간 최대출력인 스타팅와트의 이해가 필요하다. 스타팅와트는 모터를 탑재한 기기에만 필요한 사항으로 모터는 정지 상태에서 작동 시작시 처음 2-3초 동안 러닝와트보다 2-3배 더 많은 순간최대출력을 필요로 한다. 이 후에는 지속적 작동에 필요한 러닝와트로 전기기기가 작동하게 된다. 냉장고의 경우 적정온도를 유지하기 위해 모터의 정지와 작동이 반복적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항상 충분한 순간최대출력이 필요하게 된다.
예를 통해 비상용 발전기의 필요용량을 가정해 보자. 냉동실과 냉장실을 동시에 탑재한 냉장고의 지속적 소비출력 즉 런닝와트가 800와트, 75와트짜리 전구6개, LCD TV 1대 500와트, 보일러 버너400와트 작동에 대한 필요한 전기용량은 총 2,150와트(800+450[75x6]+500+400=2150)가 된다. 다음 모터를 탑재한 냉장고의 순간최대출력 1,600와트와 보일러 800와트를 합치면 2,400와트가 된다. 한편 전구와 TV는 모터를 사용하지 않는 관계로 순간최대출력이 필요없기 때문에 그대로 450와트와 500와트의 러닝와트만 필요하다.
원칙적으로 이에 필요한 총 발전용량은 러닝와트 2,150에 스타팅와트 2,400을 합친 최대 4,550와트용량의 발전기가 필요하게 된다. 그러나 앞서 언급한대로 모터 작동시 처음 2-3초간의 순간 최대출력이 냉장고와 보일러에서 동시에 발생하는 경우가 드물기 때문에 경우에 따라서는 이중 순간최대출력이 가장 큰 냉장고(1,600와트)를 기준으로 한 최대발전용량 즉, 최대 3,750와트(2150+1600=3750)출력의 발전기를 사용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이를 구분하기 위한 와트는 어떻게 계산하는가. 냉장고나 보일러 오일버너에 부착되어 있는 라벨(Label)에 작동에 필요한 전력양이 볼트(Volts)와 암페어(Amps)로 표시되어 있는데 볼트와 암페어를 곱하면 필요한 출력와트가 된다. 그러나 문제는 설명서에 러닝와트와 스타팅와트의 구분이 표시되어 있지 않은 경우가 많아 전문가나 제조사에 문의하거나 구입시 구입처에서 이를 확인하는 것도 바람직하다.
휴대용 발전기를 사용할 때 조심해야 할 것은 실내에서 발전기를 사용하지 않아야 한다. 일산화 탄소 중독으로 인한 인명사고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설사 실외라 하더라도 창문 등에서 멀리 떨어져 있도록 하고 원칙적으로 특별한 전기 전송 스위치를 설치하지 않고 기존 전기선에 발전기 선을 직접 연결하는 것은 극히 위험하기 때문에 충분한 용량의 연장코드선(Extension Cord) 을 이용하여 냉장고 등 해당 필요 기기에 따로 연결하는 것이 안전하다. 물론발전기 제품설명서에 나열된 안전수칙과 작동방법을 반드시 숙지해야 한다.
김형민 뉴욕주 공인 홈인스펙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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