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가 어렵다는 걸 감안한다 해도 13일 발표된 연방센서스 보고서에 나타난 미국의 빈곤현황은 충격적이다. 빈곤인구가 1년 사이 260만명이 늘어나면서 2010년의 빈곤율이 17년 만에 최악인 15.1%로 뛰어올랐다. 만약 소셜 시큐리티가 없었다면 빈곤층엔 1,400만명이 더해졌을 것이다. 현재 9%인 노인 빈곤율이 50%에 다가섰을 테니까.
소셜 시큐리티엔 대다수 은퇴자의 생계가 달려있다. 전체 은퇴인구 중 절반에겐 수입의 83%가 소셜 시큐리티다. 최고 상위 25%에겐 은퇴수입의 20%에 불과하지만 그 다음 25%에게도 소셜 시큐리티는 수입의 55%를 차지한다.
이처럼 보통사람들이 평생을 열심히 일한 후 ‘빈곤 없는 노년’을 꿈꾸며 의지해온 소셜 시큐리티가 요즘 다시 수난시대를 맞고 있다.
연방정부 재정난으로 워싱턴이 홍역을 치르던 지난여름엔 적자의 주범으로 몰려 두들겨 맞더니 가을에 접어들면서는 다단계 금융범죄인 ‘폰지 사기’라는 오명까지 뒤집어썼다.
공화당 대선경선의 선두주자로 급부상한 릭 페리가 지난 주 공개토론에서 소셜 시큐리티를 ‘폰지 사기’라고 매도한 것. 소셜 시큐리티를 향한 페리의 공격은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 ‘헌법에 위배되는’ 연방정부의 월권행위이며 파산지경에 처한 ‘실패작’일 뿐 아니라 젊은 세대를 향한 ‘끔찍한 거짓말’이다…미국에서 가장 인기 높은 연방프로가 텍사스 카우보이의 거침없는 폭언에 난도질당하자 시끌시끌 논쟁과 함께 전문가들의 사실여부 진단이 속출하고 있다. 몇 가지를 짚어보자.
소셜 시큐리티는 폰지 사기인가? 아니다. 유사성은 하나, 나중 참여자에게서 돈을 받아 먼저 참여자에게 혜택으로 지불한다는 메커니즘뿐, 둘은 전혀 다르다. 정부가 운영하는 사회안전망 소셜 시큐리티는 76년째 성공적으로 운영되고 있지만 단기적 수익노린 범죄사업 폰지 사기는 겨우 200일 만에 무너졌다.
소셜 시큐리티는 ‘파산’하지 않는다. 계속 세금을 징수하는 정부의 능력에 의존하며 수입보다 지출이 많아져 기금이 부족해지면 조정이 가능하다. 혜택을 축소하거나 세금을 올리면 된다. 그것이 폰지와 근본적 차이다. 정치적 무능으로 조정이 늦어진다 해도 미국의 근로자들이 일을 하는 한 파산은 하지 않는다.
당장 파산의 위기에 처해있는가. 아니다. 앞으로 26년 동안은 현 수준의 혜택을 유지할 수 있고 그 이후에도 현 수준의 4분의 3가량의 혜택은 보장된다.
소셜 시큐리티는 연방적자의 주범인가. 아니다. 별도의 재원을 갖고 있으며 1984년 개혁이후 흑자로 돌아 2조5천억 달러의 신탁기금도 있다.
그렇다면 지금 이대로 그냥 두어도 되나. 그것은 아니다. 지난해부터 수입보다 지출이 많아져 2038년엔 신탁기금이 바닥난다. 방치하면 그때의 은퇴자 혜택은 22% 정도 삭감된다. 개혁이 필요하다.
소셜 시큐리티 기금부족에 대한 해결책은 이미 다양하게 제시되었다. 민주당이 원하는 세금인상과 함께 공화당의 주장대로 은퇴연령을 높일 수도 있고 연금의 연례인상률을 낮출 수도 있다.
경제학자 로버트 라이시가 추천하는 해결책은 사회보장세를 부과하는 소득의 상한선을 올리는 것이다. 현재 사회보장세는 10만6,800달러의 소득까지에만 부과된다. 이 상한선이 만들어졌던 1983년엔 이 액수까지의 소득이 전체임금의 90%에 해당되었다. 그러나 이후 빈부의 격차가 벌어지면서 지금은 이 상한선이 84%로 떨어졌다. 다시 과세대상을 90%로 늘리려면 상한선을 18만 달러로 올려야 한다. 이 같은 상한선 조정이 실현된다면 소셜 시큐리티는 장기간 기금부족을 걱정할 필요가 없어진다.
1983년 공화당의 레이건 대통령과 민주당의 팁 오닐 연방하원의장이 초당적 합의로 ‘세금인상과 혜택삭감’을 병행한 개혁에 성공, 이후 지난해까지 흑자를 기록했듯이 이번에도 민주당의 오바마 대통령과 공화당의 존 베이너 하원의장이 진지하게 타협을 이끌어낸다면 소셜 시큐리티는 앞으로도 아무 문제없이 성공적으로 운영될 수 있다.
소셜 시큐리티에 대한 여론의 지지는 만장일치에 가까운 87%다. 페리 아니라 어떤 정치인도 ‘감히’ 없애지 못할 절대적 지지다. 그러므로 ‘폰지 사기’ 설전을 지켜보며 보통사람들이 느끼는 것은 ‘우려’가 아니다. 소셜 시큐리티 연금에 기댈 필요 없는 부유한 정치인들이 합리적 개혁을 진지하게 추진하는 대신, 파산의 공포를 부추기고 세대 간 불신을 조장하며 수천만명의 생명선을 정치적 목적으로 이용하는 데 대한 ‘분노’에 가깝다.
소셜 시큐리티는 말하자면 세대 간의 약속이다. 우리가 부모세대의 은퇴연금을 위해 세금을 내면서 자녀의 보다나은 내일을 위해 일하듯이 자녀들도 성장하면 부모위해 세금을 내면서 또 그들의 자녀를 위해 일하고…이렇게 서로를 부양하며 우리가 함께 이어져있음을 말해주는 것이 소셜 시큐리티다. 단순하게 숫자로만 풀이할 경제적 사안이 아니다. 우리 삶의 토대를 이루는 가치관의 문제다. 그러므로 함부로 흔들어 댈 이슈가 아니다.
박록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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