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욱 객원논설위원
생명보험은 자신을 위해 드는 것이 아니다. 자신이 죽은 다음에 아내나 남편 혹은 가족들을 위해 드는 것이 생명보험이다. 그러니 자신이 살아있을 때에는 생명보험금을 탈 수 없다. 반드시 죽어야만 생명보험금은 나온다. 그것도 보험증서에 기록된 이름 순서대로 나온다. 남편이 들었을 때엔 아내가 제일 위의 수혜자로 등록될 것이다.그 수혜자 밑에는 자식들의 이름들이 들어간다. 맏이, 둘째, 셋째, 넷째 등의 순으로. 자식들 외에 친척들의 이름이 등록될 수도 있다. 생명보험은 부부가 동시에 드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남편 홀로, 아내 홀로 드는 경우도 있다. 이런 경우, 보험에 대한 상식이 요구된다. 어떤 친구는 자신은 보험에 들었는데 아내가 들려고 하질 않는단다.
보험회사에서 아내를 설득 해보려고 하나 의견이 엇갈려 결국은 포기한 채 자신만 들어있다고 한다. 아마도 그 부인은 보험에 대한 오해를 갖고 있지 않은지 모르겠다. 부부의 사이, 서로 신뢰하지 못하거나 보험회사를 믿지 못할 때 이런 일은 발생한다. 생명보험에 들면 왠지 손해 보는 것 같은 느낌. 그런 감은 있다. 그러나 꼭 그렇지만은 않다.
지난 9월1일 워싱턴DC 근교, 버지니아의 한 동네에서 한인 할아버지(75세) 한 명이 죽은 상태로 부인에 의해 발견됐다. 외부에서 강도가 들어온 흔적도 없다. 도난품도 없다. 경찰은 초기 수사부터 난항을 거듭했다. 10여일이 지난 12일 경찰은 살인 용의자들을 뉴욕 퀸즈에서 검거했다. 놀랍게도 그들은 할아버지의 처제 가족들이었다. 할아버지는 생명보험금으로 1백만 달러를 들어놓고 있었다. 그런데 할아버지 처제의 일가족 3명 중 하나가 수혜자로 등록돼 있었다. 목이 졸려 죽어 있는 상태. 세 사람이 공모해 할아버지를 목 졸라 죽이고 탄로가 나질 않기를 바랐다면 큰 착각이었다. 그들의 순간적 착오의 욕심으
로 말미암아 그들의 생은 완전 몰락으로 몰아간 것이 된다.
2009년 5월22일 한국의 성남시 한 건축사무실에서 박모씨(28)가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사망했다. 박씨의 선배 이씨와 공모자들은 2008년 7월에서 12월 사이 박씨 앞으로 17억원의 생명보험을 들어 두었다. 수혜자는 박씨와 공모자들. 1년이 채 넘기도 전에 이들은 박씨가 잠든 사이 가스온수기를 틀어 자연사인척 살해했다.이들은 결혼을 앞두고 실종된 예비신랑 폭행사건으로 수감돼 조사를 받던 중 생명보험 사기극이 발각돼 추가 기소됐다. 혹시 미국에서는 이런 일이 일어나고 있지 않을까. 자신도 모르는 사이 수백만 달러의 보험을 들어놓고 감쪽같이 살해하여 보험금을 타려고 하는. 영화의 스토리 같은 끔찍한 일이지만 벌어질 수 있는 것이 현실이다.
생명보험사기에는 남도 아닌 자신을 죽이는 사례도 있다. 지난 해 10월 한국에서 일어난 일이다. 자신의 이름으로 15억 원의 생명보험을 들어놓은 40대의 여인. 인터넷 카페에서 20대 여인을 소개받고 집으로 데려와 함께 술을 마시다 죽었다. 죽은 20대 여인을 화장해 자신이 죽은 것처럼 위장서류를 첨부하고 보험금을 타내려다 적발됐다. 이 40대 여인은 무기징역을 선고 받고 현재 감옥에서 남은 생을 보내고 있다. 욕심. 그것도 돈 욕심. 무섭다. 한 번 돈 욕심에 넘어가면 물불을 못 가리게 되나보다. 75세난 형부를 살해하고 100만 달러를 타내려고 한 처제의 돈 욕심. 후배 이름으로 17억 원의 생명보험을 들어놓고 일산화탄소로 죽게 한 뒤 보험금을 타내려 했던 선배의 돈 욕심.
20대 여인을 죽게 한 뒤 불 태워 화장하고 자신이 죽은 것처럼 위장서류를 만들어 15억 원의 보험금을 타내려다 평생 감방에서 살아야 하는 40대 여인의 돈 욕심. 돈에 대한 욕심 때문에 그들의 남은 생은 다시는 돌이킬 수 없는 비참한 생으로 살아야만 한다. 생명보험금은 가장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해 들어두는 것이다. 자신의 생명과 자신의 죽음을 담보삼아 드는 것이 생명보험이다. 자신이 죽은 다음 남은 가족들이 고생하지 말라고 들어두는 것이다. 이런 고귀한 뜻이 담겨져 있는 생명보험을 사기 쳐서 자신의 욕심을 채우려고 사람의 생명을 죽이는 현대인의 돈 욕심. 언제나 끝이 나려나. “욕심이 잉태한 즉 죄를 낳고 죄가 장성한 즉 사망을 낳느니라”고 한 성서(약1:15)의 한 구절이 생각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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