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시간 기다림에 1시간 운전
▶ 스틱운전 알면 실기시험 무난
입학 1주일만인 7월12일(화), 비로소 실기시험에 대비한 운전교습이 시작됐다. 영어투성이 필기시험에 합격했겠다, 토요일 오후부터 일요일까지 푹 쉬었겠다, 월요일은 이런저런 서류작성 등으로 가볍게 지나쳤겠다, 긴장이 좀 풀어진 탓인지 나는 실기교습이야 주로 손발로 하니 한결 쉬울 거라 생각했다. 이만저만 오판이 아니었다.
무엇보다 등교가 새벽 5시로 당겨져 아침잠 많은 내게 여간 고역이 아니었다. 영어고충도 별반 줄어들지 않았다. 알고나면 별것 아니지만 전문용어에 슬랭이 많은데다 필기시험 준비 때와 달리 귀로 안되는 걸 눈으로 때울 수가 없었다. 나의 최대약점은 스틱운전 무경험이었다. 시동을 켰다 껐다 할 줄도 몰랐다. 다른 이들은 대개 경험자들 같았다.
실기시험은 3가지다. 프리트립 인스펙션/에어 브레이크 체크(Pre-trip Inspection/Air Brake Check), 파킹, 도로주행이다. 인스펙션과 브레이크 체크는 안전운행을 위한 사전점검인데, 관련텍스트를 외워오게 한 뒤 등교직후 트럭에서 해당부위를 가리키며 시연(암기내용 발표)토록 했다. 파킹은 삼각콘 사이로 똑바로 전진해 지정된 곳에 정지했다 똑바로 후진해 지정된 곳에 정지하기(Forward Stop and Straight Line Backing), 바로 옆자리에 평행으로 주차하는 패럴렐 파킹(Parallel Parking), 왼쪽에 직각으로(T자로) 주차하는 앨리덕(Alley Dock) 3가지다. 도로주행은 프리웨이 포함 45분 이상으로 돼 있는데 시험관에 따라 시간이 단축되거나 프리웨이 주행이 생략되기도 한다.
오전 5시부터 5시까지 12시간 강행군이었지만, 실제로 차를 모는 시간은 합쳐봐야 1시간이 안됐다. 대부분 땡볕에서(파킹연습) 차내 뒷좌석(주행연습)에서 기다리는 시간이었다. 전/후진은 쉬웠다. 인스트럭터는 넬슨이라는 흑인이었다. 연습 뒤 차에서 내릴 때 그는 1970년 주한미군으로 춘천에서 복무했다며 반가움을 표했다. 패럴렐 파킹 첫 연습 때 고약한 일이 생겼다. 꽁지머리 중년백인 인스트럭터가 서서히 정지하라는 뜻으로 양팔을 벌렸다 살살 좁히는데 내가 그걸 차체 오른쪽 간격이 넓으니 좁히라는 줄 알고 핸들을 반대로 꺾으면서 정지선을 지나친 탓이다. 뚜벅뚜벅 다가온 그는 “왜 신호를 무시하냐”고 성을 내면서 더이상 기회를 주지 않았다. 주로 넬슨과 젊은 인스트럭터가 교대로 가르친 앨리덕 파킹은 시험 때까지 하루에 서너번씩 했다.
도로주행은 6명씩 조를 나눠 3명은 오전에 3명은 오후에 했다. 주행연습 아닌 시간에는 야드에서 파킹연습을 했다. 용어 때문에 애를 먹었다. 예컨대 이런 것이다. 기어를 바꿀 때 손잡이에 붙은 꼭지(4단에서 5단으로 올릴 때 올리고, 5단에서 4단으로 내릴 때 내린다)를 어떤 교관은 스플리터(splitter)라 하고, 어떤 교관은 레인지 실렉터(range selector)라 해 헷갈렸다. 그건 약과다. 액셀페달을 밟으라는 뜻의 슬랭들은 지금도 얼추 비슷한 발음만 할 뿐 스펠링을 모른다. 나를 가장 애먹인 건 다운쉬프팅(downshifting, 기어를 낮추는 것)이었다. 업쉬프팅은 비교적 쉽다. 다운쉬프팅은 트럭운전의 거의 모든 것이라 해도 된다. 다운쉬프팅은 CDL 취득 뒤 조수생활에서도 나를 번번이 골탕먹였다.
7월19일과 20일 이틀에 걸쳐 실기시험을 치렀다. 필기시험처럼 각각 삼세번 기회가 주어진다. 시험관은 그때껏 훈련을 맡은 교관이다. 연습 때와 같이, 인스펙션과 파킹은 야드에서, 주행은 도로에서다. 어떤 시험관(겸 교관)은 운전석 옆에 붙어 큰 소리로 이래라 저래라 코치해가며 ‘제자’를 합격시켰다. 나의 전담교관은 아단이었다. 좀 까탈스러운 혹은 매우 철저한 교관이었다. 아단조에 속한 예멘 출신의 사히드와 히스패닉계 루이의 컴플레인으로 시험당일 교관, 즉 가 시험관이 바뀌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시험관은 넬슨으로 바뀌었다. 평소 “안녕하세요” “감사합니다” 하며 잘 대해줬던 교관이 시험관으로 오니 내 마음도 편해졌다. 긴장이 줄어드니 실수도 줄었다. 특히 앨리덕 시험 때 넬슨은 먼발치서 손가락 코치(왼쪽 오른쪽 표시)로 도움을 주기도 했다. 40여분의 주행시험 뒤 그는 악수를 청했다. “Pass! Congrats!” 휴우~. 날아갈 것 같았다. <계속-정태수 기자>
◇스킬 테스트 준비
전원합격 광고를 믿고 아무 준비없이 갔다가는 고생의 연속이다. 영어가 서툰 이들은 더욱 그렇다. 교관(시험관)의 지시를 ‘몸으로’ 즉각 실행해야 하는데 무슨 뜻인지 ‘머리로’ 생각하느라 타이밍을 놓치기 십상이다. 예컨대, 5단에서 4단으로 기어변환을 할 경우 한순간 타이밍을 놓치면 속도는 이미 3단에 맞춰야 할 만큼 떨어졌는데 4단에 넣으려고 헛손질을 하는 상황이 벌어지곤 한다. 스틱운전에 익숙하면 아무것도 아닌데 영어에 서툰 초보자들이 빠지기 쉬운 함정이다. 그러므로CDL을 취득코자 한다면 스틱운전의 기본은 익히고 가는 게 좋다. 트레일러트럭으로 직접 연습하면 최상이다. 트럭운전 경험자들은 필기시험 뒤부터 숙소에서 파티를 하거나 여기저기 놀러다니는 등 피서객처럼 여유롭게 시간을 보냈다.
교차로에서의 좌회전
야드에서의 파킹연습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