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자는 결국 누구인가’-.
생각조차 할 수 없는 일이 발생했다.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 정신분열 환자나 그릴 수 있는 피 빛 몽환의 세계가 한 낮에 현실로 펼쳐진 것이
다.
뉴욕 맨해튼의 쌍둥이 건물이 허리가 부러졌다. 뭉게뭉게 펴오르는 검은 연기 속에 태양도 빛을 잃었다. 피 빛으로 물든 것이다. 서서히 주저앉던 쌍둥이 건물이 한 순간 무너져 내렸다. 그 먼지 속에 3000에 가까운 목숨도 날라 간 것
이다.
2001년 9월11일. 그날의 상황이다. 이후 미국은 달라졌다. 세계도 달라졌다. 그리고 10년이 흘렀다. 한 가지 질문이 제기되고 있다. 9.11사태의 승자는 누
구인가 하는 것이다.
최소한 14만에 가까운 민간인이 희생됐다. 미군 전사자는 6000이 넘는다. 전쟁 난민만 780여만을 헤아린다. 미국이 쏟은 전비는, 참전용사 후생 관리비까지 포함해, 4조 달러에 이른다. 아프가니스탄, 이라크, 그리고 파키스탄에까
지 파급된 10년 테러전쟁의 피해 규모다.
회교율령에 따라 통치되는 세계제국 건설이 오사마 빈 라덴이 이끄는 알 카에다의 꿈이었다. 그 전략의 하나로 채택된 게 미국을 무슬림 땅으로 이끌어 들여 피를 흘리게 한다는 것이었다. 이런 점에서 볼 때 빈 라덴은 상당한 승점을 올렸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알 카에다가 승리를 거두었다고 말 할 수도 없다. 알 카에다 조직도 전멸에 가까운 타격을 입었기 때문이다.
자칫 수천의 목숨을 앗아갈 테러계획을 미국은 수차례 사전에 탐지해 막아냈다. 그 테러와의 전쟁에서 수백 명의 테러리스트들이 검거되고 또 사살됐다.
오사마 빈 라덴도 결국 사살됐다. 알 카에다의 제2인자도 같은 운명을 맞았다. 이 오랜 전쟁의 승자는 그러면 누가인가.
지난 5월 오사마 빈 라덴이 사살됐을 때다. 한 가지 질문이 던져졌다. 이 뉴스에 가장 큰 충격을 받은 당사자는 누구일까 하는 것이었다. 내려진 답은 중국이었다. “다음의 미국의 적은 신흥강국으로 떠오르고 있는 중국이 될 것이다.” 당시 중국 환구신보의 논평이다.
테러전쟁에 미국은 올인 하다시피 했다. 그 10년 세월동안 중국은 무섭게 질주했다. 미국은 그 중국을 견제할 여력이 없었다. 아니, 중국의 협조를 필요로 했다. 빈 라덴의 죽음과 함께 그러나 상황은 일변했다. 그러자 중국은 불안한 심기를 이런 식으로 내비친 것이다.
무엇을 말하나. 테러전쟁 10년 동안 가장 큰 이익을 챙긴 것은 중국이라는 사실을 역으로 말해주고 있는 것이다. 중국은 그러면 9.11사태, 그리고 뒤이은 테러전쟁의 최대 승리자인가.
“그 긴 싸움의 승자는 서방이다. 서방은 그러나 그 승리를 실감하지 못하고 있을 뿐이다.” 영국 런던대학의 파워즈 저지스의 주장이다. 이슬람이스트 근본주의 조직은 10년 테러전쟁의 결과 회생불가능의 상태를 맞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방은 아직도 과잉반응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로빈 라이트 같은 중동문제 전문가는 한 걸음 더 나가 10년 테러전쟁은 알 카에다의 결정적 패배로 끝난 것으로 단언한다.
“아랍의 봄을 맞아 카이로, 다마스쿠스 등지에서 들려오는 함성은 자유에의 절규뿐이다. 지하드(jihad?성전)의 외침은 더 이상 들리지 않는다.” 이 사실에 주목했다. 그러면서 무슬림 세계에서 알 카에다로 대변되는 이슬람이스트 근본주의세력은 철저한 불신을 당하고 있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반(反)지하드가 정서가 지배하고 있는 것이 오늘날의 아랍세계라는 것이다.
“알라는 우리의 목표다. 코란은 우리의 형법이고 지하드는 우리의 방법이다. 알라를 위한 죽음은 가장 영광된 죽음이다.” 이슬람이스트 근본주의자들의 신조다.
엄격한 회교율령인 샤리아에 의해 통치되는 공동체. 그 목표를 이 땅에 구현한다는 미명하에 자살폭탄 공격을 적극 권장하는 등 이슬람이스트 근본주의자들은 무차별 폭력을 휘둘러왔다. 그들에게 아랍세계의 대중이 마침내 등을 돌린 것이다.
“재스민혁명의 불길이 번져나가면서 거리로 뛰쳐나가고 있는 아랍 청년들을 사살되기 직전 빈 라덴은 어떤 심정으로 바라보고 있었을까. 자유와 일자리, 인간 존엄성의 회복을 요구하는 그들의 함성을 통해 그가 절감한 것은 패배감이 아니었을까.” 한 관측통의 지적이다.
이는 다른 말이 아니다. 10년 테러전쟁의 승자는 서구정신, 다시 말해 인권과 민주주의가 강조되는 보편적 가치관의 승리로 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서 이야기를 다시 뒤로 돌린다. 중국이야말로 최대로 어부지리를 챙긴 9.11사태의 승리자인가 하는 문제로. 일단은 그렇게 보인다. 21세기 첫 10년의 최대 사건으로 중국의 부상이 꼽혀지는 마당이니까.
그 중국의 집권세력은 그런데 재스민혁명을 진정 두려워하고 있다. 경기(驚氣)를 보인다고 할 정도다. 무엇을 말하나. 머지않아 닥쳐올 스스로의 운명에 지레 놀라고 있는 것이 아닐까.
‘민주화는 인류사의 필연으로 자유는 항상 예상을 뛰어넘고 전진한다’-. 10년 테러전쟁의 궁극의 메시지는 이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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