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체류신분 미비로 숨죽이며 살아가야 하는 한인들에게 조금이나마 반가울 소식들이 연이어 나오고 있다. 연방 차원에서는 단순 불법체류자들에 대한 무차별 추방을 중단하고 선별적으로 추방 유예 조치를 취하겠다는 정책이 공식 발표됐다. 캘리포니아에서는 ‘서류미비’ 해당 대학생들에게 장학금 수혜 자격을 부여하는 소위 ‘드림법안 I’이 마침내 법제화에 성공한 데 이어 캘그랜트 등 주정부 학자금 지원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드림법안 II’까지 주의회를 통과해 주지사 서명을 앞두고 있다.
우선 캘리포니아 드림법안은 지난해 추진됐다 결국 좌초한 연방 드림법안처럼 ‘신분 구제’까지 이룰 수 있는 내용은 아니지만, 최소한 체류신분의 제약 때문에 학비 보조를 받을 기회를 원천봉쇄 당하는 학생들의 수를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는 한인들을 포함한 많은 서류미비 이민자 학생 및 학부모들에게 한줄기 희망의 끈이 될 것임이 분명하다.
또 이들 캘리포니아 드림법안의 실현은 우리가 선거를 통해 선출직 고위 공직자를 누구를 뽑느냐가 얼마나 중요한 지도 보여줬다. 캘리포니아의 주지사가 바뀐 것이 드림법안의 법제화 성공에 가장 큰 기여를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이다. 사실 캘리포니아 드림법안은 지난 6년간 민주당 주도의 주의회가 매년 추진해 통과시켰으나 번번이 당시 아놀드 슈워제네거 주지사의 거부권 장벽을 넘지 못했었다. 만약 현 제리 브라운 주지사가 6년 전에도 주지사였다면 캘리포니아 드림법안은 이미 몇 년째 시행되고 있어야 할 법인 것이다.
연방 이민당국이 발표한 불체자 선별 추방유예 방침은 그동안 ‘이민개혁’을 표방해 놓고 이를 뜻대로 할 수 없었던 오바마 행정부의 고심의 산물로 보인다. 행정부, 구체적으로는 이민법 위반자를 추방재판에 회부하는 국토안보부 산하 이민세관단속국(ICE)의 ‘재량권’을 활용해 단순 체류신분 위반자들, 특히 연방 드림법안의 수혜 대상자에 해당되는 학생들은 무차별적으로 추방을 몰아붙이지 않겠다는 것인데, 재닛 나폴리타노 국토안보부 장관이 일부 의원들에게 보낸 메모의 내용을 보면 연방 정부의 의도가 어디에 있는지 짐작이 간다.
장관의 설명은 이렇다. 국토안보부와 법무부가 특별팀을 구성, 현재 이민법원에 계류돼 있는 추방재판 케이스들을 하나하나 모두 재검토해 정말 빨리 미국에서 내보내야 할 범죄자들과 그렇지 않고 미국 사회에 위협이 되지 않는 단순 체류신분 위반자들을 구분하는 방식으로 추방 조치에 우선순위를 두겠다는 것이다. 또 향후 추방 절차에 처해지는 위반자들에 대해서도 이같은 재량권을 발휘하겠다는 것이다. 이렇게 추방 조치에 우선순위를 두는 것을 통해 효율적인 인력 및 예산 운용과 이민자 커뮤니티 달래기의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는 계산인 것 같다.
그런데 연방 정부의 이번 선별적 추방 유예 조치는 주의 깊게 들여다보면 사정이 그리 간단하지만은 않다. 현재 이민법원에 올라 있는 추방재판 케이스는 총 30만여건이라고 한다. 첫 번째 추방재판 결과에 항소해 계류돼 있는 케이스들까지 합치면 그 수는 훨씬 더 늘어난다. 이들 케이스를 모두 재검토하는 게 사실상 쉬운 일은 아니다. 몇 달에서 수년이 걸릴지 모른다. 당장 실효가 피부에 와 닿게 나타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또 이번 조치의 키워드가 바로 ‘재량권’인데, 그 재량권의 기준이 모호해 실제로 어느 정도의 사람들이 어떤 방식으로 혜택을 받을 수 있을지가 그리 명확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누가 구제될 수 있을지, 즉 개별 케이스마다 담당자의 재량권이 어떻게 적용될 지 예측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가령 범죄 경력 없이 단순 체류신분 위반으로만 적발돼 추방 절차에 회부된 이민자들은 모두 추방을 유예 받을 수 있을 것인지가 문제다. 실제로 꼭 그렇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이민 전문가들의 예상이다. 이밖에 지푸라기라도 잡으려는 심정의 서류미비 이민자들이 이같은 점을 악용하는 사기에 노출될 수 있다는 부작용도 우려되고 있다.
더욱 큰 문제는 정책의 진정성이다. 이번 조치가 실질적 이민 개혁의 첫 단계가 아니라 내년 대선을 앞두고 이민자, 특히 히스패닉 표를 의식한 정치적 제스처에 불과할 지도 모른다는 분석도 만만찮다. 실제 그렇다면 이는 무늬만 이민자 구제를 내세우는 정치적 꼼수에 불과할 뿐이다. 앞으로 이번 조치가 어떻게 진행되는지 이민자 커뮤니티에서 단단히 지켜볼 필요가 있다.
김종하 사회부장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