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진과 허리케인 등 자연재해는 사람을 숙연하게 만든다. 이번 지진에서 연방재난 관리청과 정보정치에 민감한 백악관도 동물들의 감각과 예지력을 앞서지는 못했다. 사람의 능력은 제한적이다. 지구 변화와 자전, 공전에 무관심한 지구촌(사람)을 우주인들은 무엇이라 할까. 인간도 발밑의 지구 움직임을 알고 나면 덜 놀랄 것이다.
수도 워싱턴 DC와 동부지역에 규모 5.8의 강진(23일 오후 1시51분)은 워싱토니언들에게 큰 공포감을 일으켰다. 지진 패닉은 10년 전 9.11 테러 침공을 연상시켰고, 114년 만의 천재(天災), 지진에 사람들은 당황했다. 계속되는 여진(餘震)은 사람을 겸허하게 만들고 말았다. 자연의 위력 앞에 인간은 한없이 작고 초라하지 않을 수 없었다. 백악관의 천정이 흔들렸고 수백 명 직원이 책상 밑에 기어들었으며 나무 밑으로 피신했다. 갓을 쓴 양반들도 물속에선 허우적댄다.
지질조사국(USGS)은 여진까지 발표했다. 워싱턴 지역에서 발생(1897.6월)한 지진은 규모 5.9강도였다. 다음 날 오후 3시에는 페루의 수도 리마에서 6.8강진(24일)이 뒤따랐다. 알려진 DC 피해액은 약 100억 달러에 달하며,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다. 진도 8강도까지 안전을 보장하던 워싱턴 모뉴먼트에도 금이 생겼다. 동부해안의 원자력 발전소 12곳은 ‘비상사태’로 가동했다.
워싱턴 시민들의 질서정연한 긴 줄서기 모습은 대범하다. 백악관은 219년 된 건물로 ‘세계 정치 1번지’의 상징적인 곳이다. 아일랜드 출신 제임스 호반의 설계로 건축 착수(1792.10.13) 후 존 F. 케네디 대통령에 의해 169년 만에 완공됐다. 현재 6층 건물로 침실과 사무실을 갖추고 있으며 백색 페인트의 신고전주의 건축물이다. 연방의회가 컬럼비아 특별구(DC)로 영구적 수도(1790.7.16)가 된 뒤 초대 대통령 조지 워싱턴이 대지를 책정했다.
사람은 둔감하다. 이번 지진 쇼크는 동물들과 미물들이 며칠 전부터 일깨워 주고 있었다. 단지 사람들이 알아차리지 못했을 뿐이다. USGS는 “많은 동물과 미물들이 날카로운 감각을 이용해 감지할 수 있었다”며 지진 발생 전 동물의 이상 행동은 기원전 373년부터 계속 보고돼 왔음을 인정했다. 백악관을 뒤흔든 지진 사건도 동물 정보 제공과 예지 능력으로 확인된 것이다.
지렁이한테도 배울 점이 있다. 지진 발생 전에 DC 동물원과 볼티모어 이너 하버 수족관의 동물 이상 반응에 주목할 필요가 있었다. 여우 원숭이가 지진 15분전부터 괴성을 질러댔고, 10분 전에는 유인원 여러 마리가 먹이를 팽개치고 우리 속의 나무 꼭대기로 기어 올라갔다. 홍학 64마리가 무리지어 한 곳에 모였으며 비버(beaver)나 오리는 물속에 들어가 나오지 않았다. 대형 코끼리는 괴성을 지르며 사육관 안으로 숨어 든 뒤 오후 먹이시간 뒤에도 밖으로 나오기를 거부했다. 돌고래는 짝을 이뤄 계속해서 헤엄만 쳤다.
지구는 무엇일까. 지진 물리학은 지진 발생 원인이 대륙이동과 지질판의 ‘내핵’ 분출로 설명한다. 덴마크의 잉게 레만(1936)에 의하면 지구내부 구조는 지각(지표, 흙)> 맨틀(바위)> 외핵(액체)> 내핵(고체)이 5100~6400km 깊이에서 항상 기체를 발생시키며 변화와 변동을 계속한다는 이론을 제시했다.
과학적 도전은 무엇일까. 지구 팽창과 자기 활동의 확장은 지속적인 연구과제다. 온도가 낮은 암석권과 높은 온도의 연약권 사이의 충돌이 지진 현상이다. 화학조성에 따른 분류와 혼동은 판과 판들의 충돌을 야기시킨다는 것이다. 여기서 지질학적인 사건이 산맥, 화산, 해구 같은 지형적 변화를 일으킨다. 결국 원소들의 무게 중심적인 밀도 차이로 생기는 현상이다.
해와 바람은 함께 논다. 레만 전에 알프레도 베게너가 연구발표(1912)로 대륙 이동설에서 지구는 본래 한 덩어리였으나 갈라지고 멀어졌다고 그의 저서 ‘대륙과 해양의 기원(1915)’에서 빙산과 밀도가 낮은 화강암이 움직이는 과정을 설명했다.
지표(흙)는 비밀이 많다. 인간 로봇보다 수련된 정보원, 과학자, 성직자, 지도자도 지진이나 강풍 앞에서는 속수무책이다. 컴퓨터가 신속한 정보를 산출하지만 해결책이 없다. 자연파괴와 환경오염은 지구촌 사람들의 탐욕 때문이다. 외계인의 무관심일 뿐이다. 지구 종말이 두렵지 않을까. 그 옛날 하늘을 두려워하던 농심(農心)을 키우자. 발밑의 흙에서 교훈을 배우자. 땀을 즐기자. 백악관도 손들고 만 지진사태에서 인생의 겸허함을 배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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