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지구촌에서 가장 잘나가는 기업을 꼽자면 단연 ‘애플’일 것이다. 지난 24일 최고경영자(CEO) 스티브 잡스가 갑작스럽게 사임을 발표해 IT 업계를 놀라게 했지만 당분간 애플의 글로벌 위상은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애플의 올해 2분기 실적은 경이적인 것이었다. 영업이익률 30%, 무려 98억7,900만달러에 달하는 순수익을 냈다. MP3 플레이어인 아이팟, 스마트폰인 아이폰, 태블렛 PC인 아이패드 등 단 세 종류의 주력상품을 판매해 이처럼 천문학적인 돈을 벌어들였으니 규모에 있어서는 애플보다 더 큰 경쟁업체들의 질투와 부러움을 살만도 하다.
현재 애플이 보유한 현금은 자그마치 760억달러. 이는 연방정부의 현금잔고를 웃도는 금액이며 한국을 대표하는 삼성전자와 인터넷 검색 업계의 황제인 구글이 가진 현금을 합친 것보다 많은 액수이다. 과연 애플 성공신화의 비결은 무엇일까?
애플이 내놓는 상품들에 세계인들이 열광하는 이유는 이 회사의 창의적인 DNA 때문이다. 사실 기술적인 관점에서 본다면 애플은 도요타, 마이크로소프트, 삼성전자 등 다른 글로벌 기업들에 비해 보잘 것 없는 수준이라는 지적이 많다.
그러나 애플은 일반 소비자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귀신 같이 알아내 돈벌이로 연결하는 천재적 사업수완을 발휘하는 회사이다. 프로그램을 돌리는 운영체계(OS)와 하드웨어를 절묘하게 결합시켰고 여기에 소비자들이 음악이나 동영상을 구입할 수 있는 아이튠스와 게임 등 각종 앱(app)을 살 수 있는 온라인 장터까지 추가해 대중을 홀리고 있다. 애플의 온라인 장터에 물건을 제공하는 업체와 애플이 나란히 돈을 버는 누이 좋고 매부 좋은 비즈니스 환경을 만들어 창사 이래 최고의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다.
애플이 정상에 오른 배경에는 창의적인 인재를 한눈에 알아보는 잡스의 혜안이 있었다. 아이폰과 아이패드에 적용된 핵심기술인 멀티터치 기능을 개발한 주인공은 한 시골대학의 교수와 그의 수제자였다. 이 두 사람이 힘을 합쳐 조그만 벤처회사를 설립한 뒤 가시밭길을 걷고 있을 때 나타난 사람이 바로 잡스였다.
이들의 창의성과 잠재력을 단번에 꿰뚫은 잡스는 주저 없이 이들을 애플에 입사시켰고 벤처회사의 간판을 내리도록 했다. 어느 덧 세월이 흘러 한때 먹고 살 일을 걱정해야 했던 교수와 학생은 전 세계 시가총액 1, 2위를 다투는 기업에서 엄청난 연봉과 보너스를 받는 임원이 됐다.
애플의 부상은 세계인들에게 ‘창의성’이라는 화두를 던졌다. 새로운 것을 생각하고, 만들어내는 창의적인 인재만이 급변하는 현대사회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는 메시지를 지구촌에 각인시킨 것이다.
얼마 전 캘리포니아주 공립학교 2~11학년 학생들이 매년 치르는 표준학력고사(STAR) 결과가 발표됐다. 항상 그렇듯 올해도 시험성적을 인종별로 분석하면 대부분 과목에서 한인학생들의 점수가 가장 높게 나왔다.
올해 STAR 결과와 관련, 수지 오 3가 초등학교 교장은 “STAR는 다지선다형 시험일 뿐 학생들의 창의적 사고력을 측정하진 않는다”며 “한인부모들은 자녀들의 STAR 성적이 잘 나왔다고 자기만족에 빠져서는 안 되며 아이들을 스티브 잡스, 빌 게이츠, 스티븐 스필버그처럼 기발한 아이디어를 생각해내는 인물로 키우려고 노력하고 있는지 자문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국 사회에서도, 미주 한인사회에서도 창의적인 인재가 나와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하지만 정답은 하나밖에 없고, 논리적이지 않은 것은 안 되며, 실패를 두려워하는 사고방식을 버리지 않는다면 창의성 계발은 공허한 메아리가 될 수밖에 없다.
창의성은 발명가나 엔지니어들의 전유물이 아니며 누구든지 창의적인 인재가 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일단 사물을 다른 관점에서 바라보는 시각을 가지는 것만으로도 50%는 성공한 셈이다.
아이들을 창의적인 인재로 키우기 위해서는 모든 과목에서 좋은 성적을 강요하기 보다는 좋아하고 잘 하는 분야를 마음껏 파고들 수 있도록 배려하고 왕성한 호기심을 잃지 않도록 이끄는 리더십이 필요하다. 어떻게 하면 우리 아이들을 창의적인 인재로 만들 수 있을지 고민해보자.
구성훈 특집 2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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