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문 보딩스쿨에는 약 30퍼센트의 재학생이 소위 ‘레거시’ 또는 ‘시블링’, 즉 보딩스쿨 가족 출신이다. 동문 가족을 모두 받아준다면 60퍼센트 이상이 그들로 채워질 것이다. 세대를 이어 보딩스쿨에 자녀를 보내려하는 이유는 그 만큼 보딩스쿨 경험에 만족하기 때문일 것이다. 보딩스쿨이 수백 년 동안 번성해가는 이유가 무엇인지 사람들을 중심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타주·세계 곳곳의 학생들과 생활하며 시야 넓혀
학교는 학업·생활 지장 없도록 철저한 관리·지원
교사들 헌신적 가르침·막강한 동문파워도 강점
■ 다양한 인종과 문화 공동체
대부분 학생들은 유치원 시절부터 십여 년을 한 지역에서 학교를 다니기 때문에 또래 학생들로부터 다른 세계를 접할 기회가 흔치 않다. 말하자면, 일정 지역에서만 성장한 학생들은 자신과 전혀 다른 사람들의 삶이나 가치 체계를 이해할 기회가 많이 주어지지 않는다.
반면, 보딩스쿨 학생들은 한적한 시골이나 소도시에 위치한 학교에서 공부하고 생활하지만, 도시에 거주하는 학생들에 비해 오히려 더 다양한 사람들을 만날 기회가 주어진다.
명문 보딩스쿨에 재학하는 학생들은 수십 개 주에서 온 학생들과 수십 개 나라에서 온 외국 학생들을 만날 수 있다. 예컨대, 필립스 액시더 아카데미의 경우, 40여 개 주와 49개국에서 공부하러 온 학생들이 함께 24시간을 보내며 경쟁하고 협동하고 있다.
그래서 보딩스쿨을 “다양한 공동체”라고도 부른다. 다양한 구성원과 함께 공부하고 생활한다는 점이 얼마나 소중한 경험이었는지, 졸업생들이 남긴 보고서를 살펴보면 금방 알 수 있다. “보딩스쿨이야말로 다양한 배경을 가진 훌륭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도록 가교 역할을 해주었다.”거나, “(재학시절) 뉴욕, 위스컨신 등은 말할 것도 없고, 부룬디, 케냐, 홍콩, 멕시코 등 외국에서 온 학생들과도 수 차 대화를 나눈 적이 있다.”고 졸업생들은 회상한다.
재학생 가운데 뉴욕의 슬럼가에서 자란 학생도 있고, 그리니치의 부촌에서 다섯 살 때부터 엘리트 교육을 받아온 학생들도 있다.
중동의 왕족이 있는가 하면, 야만이 자행되고 있는 아프리카의 조그만 나라에서 온 학생도 있다. 의사가 되고 싶다고 말하는 아시안 학생들도 있고, 수상이 되어 조국의 가난을 퇴치하고 싶다는 케냐 출신 유학생도 있다.
자신의 꿈이나 목표만을 생각하며 살아온 학생들은, 자신이 속한 사회나 나라와의 관계 속에서 자신의 위치를 세워나가고자 하는 또래 학생을 보게 된다.
별다른 시련을 겪어보지 않은 학생들은 사람이 산다는 게 얼마나 처참할 수도 있는지 눈을 뜨게 된다. 이렇게 학생들은 간접적이나마 다른 배경을 가진 다양한 동료들과의 대화 속에서 생활 속에서 성장한다.
선택된 환경에서 자라온 어린 학생들이 서로 다른 배경과 취향을 가진 또래의 룸메이트나 클럽 친구들과 양보하며 맞추어가며 살아가는 법을 배운다. 강의실이든 운동장이든 그리고 클럽 안에서든, 서로 경쟁하며 협력하는 법도 배우게 된다.
■ 교사들의 헌신
보딩스쿨 시절 자신이 겪었던 경험 가운데 가장 좋았던 점을 말할 때, 많은 졸업생들이 헌신적이고 애정 어린 교사들을 말하곤 한다.
보딩스쿨의 평균 클래스 사이즈는 12명이다. 일반적으로 공립학교 교사는 한 반에서 30여 명을 가르치며, 사립학교 교사의 경우 20명 내외를 담당한다. 보딩스쿨 교사들은 학생 수가 적은 만큼 더 많은 시간을 학생들과 접촉하며 도와 줄 수 있다.
교사는 학생들이 제출한 에세이나 숙제를 읽어주는 시간도 더 많이 할애할 수 있다. 심지어 글을 시작하기 전 자신의 아이디어나 아웃라인을 작성할 때도 도움을 주기도 한다. 대부분 보딩스쿨 교사는 학생들과 함께 캠퍼스에 기거하므로 학생들이 요청하면 언제든 그들을 도와줄 수 있다.
또한, 보딩스쿨 학생들은 아카데믹 어드바이저 역을 맡은 교사와 정기적으로 만나 학과목 선정을 비롯한 공부에 관한 조언만이 아니라, 학교생활에서 발생하는 어려운 사안도 도움을 받아 해결할 수 있다. 교사는 6명 내외의 지도 학생을 배정 받아 매 주 한 시간 내외의 그룹 또는 개인 미팅을 가지며 학생들의 애로 사항을 들어주고 조언을 준다.
이밖에도 언제든 이메일을 주고받거나, 만나서 조언을 들을 수 있다. 보딩스쿨 교사들은 이렇듯 부모를 대신하기도 하고, ‘멘토’가 되어주기도 한다.
기숙사에 함께 거주하는 교사 역시 학생들을 돌보아준다. 이들은 한 층에 같이 사는 삼촌 같기도 하고 이모 같기도 하다. 실과 바늘을 빌려주기도 하며, 간식을 챙겨주기도 한다. 숙제를 마치고 컴먼 룸에 둘러 앉아 간식을 먹으며 일상을 이야기하기도 하고, 풋볼 경기를 함께 보기도 한다.
밤참을 먹는 시간이야말로, 바쁘기만 하는 보딩스쿨 생활에서 여유를 즐기는 시간이기도 하다.
자녀와 함께 산다해도 생업에 쫓겨 자녀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진지한 기회를 별로 가지지 못하는 학부모와 비교한다면, 도리어 보딩스쿨 교사가 자녀의 이야기를 더 들어준다고도 볼 수 있다. 그래서인지, 많은 졸업생들이 보딩스쿨 시절 지도교사나 기숙사 사감 교사가 가장 생각난다고 하는 지도 모른다.
■ 끈끈한 인맥
보딩스쿨 사람들 가운데 또한 빼놓을 수 없는 이들이 바로 동문들이다.
학교를 방문할 때 동문의 이름을 붙인 건물이나 시설물들을 쉽게 볼 수 있다. 재력 있는 동문들이 후학들을 위해 학교에 필요한 시설물이나 건물을 기증하였기 때문에, 수많은 학생들이 그 혜택을 누리게 된다. 특히, 학교에 돈을 많이 기부하는 졸업생들이 트러스티, 즉 학교운영위원회 이사가 되어 학교 발전 기금 마련에 앞장선다.
또한 동문들이 내놓은 후원금의 일부가 학생들의 학비 보조금으로 사용된다. 학자금 지원 제도가 활성화 되면서, 재정적으로 어려운 학생들이 보딩스쿨 교육의 혜택을 입고 있다.
이러한 동문들의 지원으로 보딩스쿨 재학생의 약 3분의 1이 학자금 보조를 받을 수 있게 된다. 동문들은 재정적으로 어려운 학생들에게 보딩스쿨의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뿐만 아니라, 재학생들이 쾌적하고 질 좋은 교육 환경을 이용할 수 있도록 후원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헌신적인 교사진, 다양한 재능을 갖춘 학생들 그리고 애교심을 실천하는 동문들의 힘이 어우러져 최고의 교육을 실행하는 곳이 바로 보딩스쿨이다.
알렉스 정 <윌셔 아카데미 원장>
(213)381-3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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