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욱 객원논설위원
1991년 3월3일 L.A.에서 과속으로 운전하던 흑인 로드니 킹이 백인 경찰에게 붙잡혀 곤봉으로 무참하게 맞는 장면이 인근 주민인 조지 홀리데이에 의해 촬영돼 언론에 공개됐다. 며칠 뒤인 3월16일 L.A.흑인촌에서 상점을 운영하던 한인 두순자여인이 캔 음료수를 훔치던 흑인소녀 라타사 할린스와 실랑이 끝에 권총을 발사해 사망하게 했다.
4명의 백인경찰은 기소됐으나 1992년 4월29일 백인이 다수였던 배심원단에 의해 모두 무죄 평결을 받았다. 두순자 여인은 검사가 무기징역을 구형했으나 판사는 재범의 가능성이 적다는 이유로 400시간의 사회봉사 명령과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로드니 킹에 연루됐던 백인 경찰들이 무죄로 풀려나자 이에 분노한 흑인들은 폭동을 일으켰다. 폭동이 일어나자마자 미 방송사는 일명 ‘두순자사건’을 집중 보도함으로서 흑인들의 분노는 한인과 아시아인으로 튀어 로스앤젤레스 코리아타운 90%를 파괴하게 했다. 4월29일에 시작돼 5월4일까지 이어진 흑인들의 폭동으로 50-60명이 사살됐고 100여명이 부상당했다. L.A.전체 피해액은 7억1천만, 한인피해액은 3억5천만달러로 집계됐다.
2011년 8월4일 영국 런던 터트넘에서 영국 경찰이 4명의 자녀를 둔 흑인 남성 마크 더넌(29)을 사살했다. 당시 범죄 의혹을 받고 있었던 더넌은 택시에 타고 있었다. 경찰은 택시를 세웠고 총탄이 발사된 다음 더넌이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사망했다. 터트넘은 낙후된 저소득층이 몰려 사는 곳으로 우범지역인데다 경찰에 대한 반감이 높은 곳이다. 더넌이 사망하자 6일 밤 평화시위를 하던 흑인들이 갑자기 폭력과 약탈자로 변해 방화와 폭력사태로 이어졌다. 며칠 사이 런던 북부에서 동부와 남부까지 확산돼 런던은 마치 전쟁터를 방불하게 하고 있다. 런던은 2012년 하계 올림픽이 열릴 곳으로 정부는 1만6000명의 경찰을 배치하는 등 강경대응으로 이에 맞서고 있다.
20년 전 로드니 킹 사건이나 두순자여인 사건, 20년 후인 현재 런던 터트넘의 더넌 사건은 흑인들 지역에서 일어난 사건이다. 이 사건들은 흑인들의 반발을 야기 시켰다. 급기야는 그들과 주변의 흑인지역까지 가세하게 한 폭력과 방화와 약탈이 합류된 유혈사태로 발전시켰다. 그런데 이 사건들은 여러 가지 점에서 공통점을 갖고 있다. 그 중 가장 심각한 요인 중 하나는 상대적 빈곤감과 박탈감에 젖어 잠재적 폭발요인을 안고 있는 흑인 빈민층을 건드렸다는 사실이다. 런던의 폭력방화 사태는 절대로 남의 일이라 할 수 없다. 뉴욕만 해도 할렘가를 비롯해 많은 지역이 흑인 빈민층들이 밀집해 살고 있는 곳이다. 그들
의 상대적 빈곤감과 박탈감은 언제 어느 때 폭발할지 알 수 없다.
미국의 역사는 흑인들과 함께 한다. 노예로 팔려온 흑인들은 수백 년 동안 사람대접을 못 받고 살았다. 그나마도 링컨 대통령이 노예해방을 시켜 자유가 됐지만 가난만은 벗어나지를 못하고 있다. 폭탄이라고 원자폭탄이나 수소폭탄만이 폭탄은 아니다. 사람들의 마음속에 잠재돼 있는 상대적 빈곤감과 박탈감도 무형의 폭탄 중의 폭탄이다.
몇 년 전 무더운 여름 날, 뉴욕 퀸즈 써니사이드와 우드사이드에서 약 일주일간 정전사태가 발생한 일이 있다. 이곳 주민들은 아시아인을 비롯해 터키, 그리스 등 다문화 가정들이 밀집해 사는 곳이다. 암흑으로 뒤 덮인 나날을 주민들은 촛불을 켜 놓고 지냈다. 이 때 이곳에선 아무런 약탈이나 폭력과 방화사태가 일어나지를 않았다.미국은 이민자들이 모여 사는 나라다. 이민자들이라고 해서 다 같은 것은 아니다. 특히 백인이민자들은 수백 년 전부터 먼저 이곳에 와 정착을 하여 그 후손들은 부하게 산다. 그러나 흑인이나 다른 민족들은 그렇지가 못하다. 그래도 한국 민족은 부지런하여 이민 역사가 100여년밖에 안됐어도 빈민처럼 살아가지는 않는다.
가끔 할렘을 지나가는 적이 있다. 빌딩들이 성한 게 별로 없다. 흑인들. 그들이 가지고 있는 폭탄들. 그것은 상대적 빈곤감과 박탈감이다. 조금 잘 산다하여 그들을 무시하거나 방관해서는 안 되겠다. 로드니킹 사건, 두순자사건, 더건 사건 같은 것이 뉴욕에서 일어나지 말라는 법은 없다. 런던의 곳곳이 불바다가 됨을 보면서 우리 모두는 함께 더불어 살아가야 함을 깨닫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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