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토요일 저녁에 어느 모임에 나갈 기회가 있어서 아내와 함께 참석했다. 그 모임에는 신혼부부에서 부터 연세가 지긋하신 어른들까지 여러 층의 사람들이 빙 둘러 앉아 서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저녁 만찬이 끝나갈 무렵, 그 모임에 처음 나온 가정들을 소개하는 순서가 이어지고 있었다.
여러 가정 소개가 이어지면서 두 남매를 데리고 나온 부부 차례가 되었다. 큰 아이는 예닐곱이 되어 보이는 아들이었고 그 보다 아래인 딸아이는 얌전히 엄마 손을 잡고 서 있었다. 그 집 아들은 아버지의 손을 잡고 앞으로 나올 때까지만 해도 별다른 특성을 발견하지 못했는데 아버지가 참석자들에게 인사를 하면서 가족 소개를 하려고 마이크를 잡느라 손을 놓자마자 무대를 휘젓고 다니기 시작했다. 아버지가 들고 있던 마이크를 빼앗아 달아나기도 하고 무대 앞뒤로 뛰어 다니기까지 하자 젊은 아버지는 통제불능 상황임을 직감한 듯 간단히 가족들의 이름만 소개하고 무대에서 내려왔다.
뒤 이어서 무대에 오른 가정도 비슷한 또래의 아버지가 역시 남매를 데리고 나왔는데 그 집 아들도 바로 앞 순서에 나왔던 집 아들 못지 않게 얼굴에는 “나 개구쟁이요” 하는 표정이 역력하고 언제든 어디로든지 뛸 듯 한 자세가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다음 동작이 궁금하도록 만들고 있었다. 그 아버지가 가족 소개를 하려고 오른 손으로 마이크를 잡는 순간, 아들이 움직이는가 했는데 아버지의 손은 벌써 아들의 오른 쪽 귀를 잡고 있었다. 아버지가 아들의 귀에서 손을 떼고 다시 무슨 이야기를 하려고 마이크를 드는 순간 아들이 다시 움직이는가 싶었는데 이미 그의 귀는 아빠의 손에 잡혀 있어서 다시 아버지 곁으로 끌려오고 말았다.
그 자리에 참석했던 많은 사람들은 큰 소리로 웃기도 하고 으레 그러려니 하고 체념한 듯이 바라보는 사람들도 있었다. 우리 내외도 예외는 아니어서 귀를 잡힌 아이가 안쓰럽기도 하고 또 그 아버지의 심사도 짐작이 가는 바여서 “집에서 새는 바가지가 밖이라고 안 새겠느냐?”고 하면서 웃었다.
한 아버지는 아이들의 몸과 마음을 정말 ‘자유스럽게’ 자라도록 ‘방임중심의 가정교육’을 하는 것 같았고 다른 아버지는 외관상으로는 아주 ‘엄하게’ 다스리는 ‘통제중심의 가정교육’을 하는 것 같아 보였다. 어느 방법이 더 좋은지의 여부는 각 가정의 부모들이 알아서 생각해야 할 일이기는 하나 이왕지사 이야기가 나온 김에 한번 쯤 가정교육에 대해서 생각해 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가정교육에 임하는 부모의 태도는 어떠해야 하는가?
가정교육의 대상은 자녀들이지만 가정교육이 직접 다루는 것은 자녀들의 행동이다. 문제는 자녀들이 대부분의 행동들을 바로 그 부모에게서 배운다는데 있다. 부모의 사고와 행동이 자유스럽다면 아이들은 그 ‘자유스러움’을, 엄격했다면 ‘엄격함’을 바로 따라 배운다. 가정교육이란 속담에 이르는 말 그대로 “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 난다”라는 말이 정확한 표현이다. 따라서 바람직한 가정교육의 모델은 부모가 자녀들을 바르게 가르치려고 애를 쓰기보다는 생활 속에서 바른 말과 모범적인 행동을 솔선해서 행하고 보여주는 것이다.
지난 1997년 1월 8일 아침, 마이애미에서 지폐를 운송하던 차가 전복되는 사고가 있었다. 전복된 차에 실려 있던 55만 달러의 돈이 길바닥으로 쏟아져 나왔고 근처에 있던 사람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돈을 주워가지고 가 버렸다. 경찰에서는 다만 얼마간의 돈이라도 회수할 목적으로 전복된 차에서 주워간 돈을 반납하지 않으면 절도죄로 처벌할 것이라는 공고를 했지만 수많은 사람들 중에서 단 두 명만이 주은 돈을 경찰에 신고했다. 그 중에 한 사람은 시급 5달러를 받으면서 일을 하는 6세 어린 아이의 엄마였는데 그녀가 반납한 돈은 19.38센트였다. 신문 기자들이 왜 그 돈을 반납하게 되었느냐는 질문에 그 엄마의 대답은 간단했다.
“내 아들에게 모범을 보이고 싶었습니다.”
자녀는 그 부모의 거울이다. 자녀들은 부모의 행동과 태도, 가치관 등을 관찰하고 모방하면서 배워 나간다. 부모의 바른 말과 행동 그리고 솔선수범, 그것이 바로 가정교육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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