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년 만에 3골차 참패 0-3
박지성·이청용 공백 컸다
“수비수 줄부상도 패인”
간판스타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과 이영표가 대표팀에서 은퇴하고 이청용(볼턴)마저 정강이뼈 골절로 뛰지 못한 공백이 어마어마하게 컸다. 한국축구대표팀이 ‘숙적’ 일본의 파상 공세를 막지 못하고 37년 만에 3골차 참패를 당했다.
한국은 10일 일본 홋카이도의 삿포로돔에서 열린 일본과의 평가전에서 단 한골도 뽑지 못하고 신지 가가와(도르트문트)에게 2골, 게이스케 혼다(모스크바)에 1골을 허용해 0-3으로 패했다. 한국이 일본에 3골차 이상으로 진 것은 1974년 일본에서 열린 정기전에서 1-4로 패한 이후 처음이다.
지난 1월 아시안컵 4강전에서 일본에 승부차기 패배를 당했던 한국은 설욕을 다짐하고 75번째 맞대결에 나섰지만 결국 실망만 안겨줬다. 역대 상대 전적에서는 40승22무13패로 아직도 앞서고 있지만 오는 9월 시작되는 브라질 월드컵 3차 예선을 앞두고 불안감이 드리웠다.
박주영(AS모나코)과 이근호(감바 오사카), 구자철(볼프스부르크)을 공격 삼각 편대로 내세운 한국은 김정우(상주)와 이용래(수원)를 공격형 미드필더로, 기성용(셀틱)을 수비형 미드필더로 중원 조합을 맞췄다. 포백(4-back) 수비라인은 김영권(오미야)과 차두리(셀틱)가 좌·우 풀백으로, 이재성(울산)과 이정수(알 사드)가 중앙 수비수로 호흡을 맞췄다.
그러나 아시아 최강의 미더필더 진용을 갖춘 일본은 전반 초반부터 중원을 장악하며 정교한 패스로 한국의 수비진을 휘저었다.
경기가 시작된 지 2분 만에 신지 오카자키(슈투트가르트)의 슈팅으로 포문을 연 일본은 2분 뒤 혼다의 슛으로 한국의 골문을 위협하며 주도권을 잡아나갔다.
한국은 전반 8분 오른쪽 풀백 차두리가 적극적으로 공격에 가담, 일본의 문전으로 크로스를 올렸지만 이근호의 헤딩슛은 크로스바를 넘어갔다. 이어 차두리와 이근호가 잇따라 날린 중거리 슛이 무위로 돌아갔고 일본의 공격이 더욱 거세졌다.
전반 22분에는 왼쪽 풀백 김영권이 부상으로 나간데 이어 교체 멤버로 들어온 박원재(전북)마저 다치는 바람에 한국의 수비는 더욱 흔들렸고 결국 골을 허용했다.
전반 34분 한국 진영 왼쪽에서 공격으로 전환하던 이근호가 야스히토 엔도(감바 오사카)에게 볼을 빼앗긴 것이 화근이었다. 페널티지역 가운데서 엔도의 패스를 받은 재일동포 4세 이충성(산프레체 히로시마)은 재치있는 힐 패스로 가가와에게 연결했고, 가가와는 한국 수비수 2명을 제치고 한국의 골문 왼쪽으로 차넣어 선제골을 터뜨렸다.
후반에도 일본의 공세는 계속됐다. 후반 7분에는 일본의 유이치 고마노(주빌로 이와타)가 왼쪽에서 올린 크로스를 히로시 기요다케(세레소 오사카)가 혼다에게 연결했
고 혼다는 왼발 논스톱 슛으로 추가골 넣었다.
2분 뒤에는 가가와가 세 번째 골을 터뜨리며 한국을 완전히 무너뜨렸다.
한국 골키퍼 정성룡(수원)은 이후에도 일본의 슈팅을 막아내느라 정신이 없었다.
한국은 구자철이 후반 27분 헤딩슛과 30분 골키퍼와 맞선 상황에서 슛을 날렸지만
모두 크로스바를 넘어가 만회골을 터뜨리지 못해 큰 아쉬움을 남겼다.
조광래 감독은 “해외파 선수들이 최근 경기를 많이 뛰지 못해 감각이 떨어진 것을 염려했는데 실전에서 그대로 나타났다”며 “게다가 전반 중반에 왼쪽 풀백 김영권이 발목을 다치고 대신 출전한 박원재마저 부상으로 빠지면서 수비 균형이 무너졌다”고 패인을 분석했다.
한국 성인대표팀은 37년만에 처음으로 일본에 3골차 참패를 당했다. (연합)
승부차기서 스페인에 6-7
U20월드컵 8강 좌절
“졌지만 잘 싸웠다”
한국축구 20세 이하 대표팀이 ‘최고 대어’ 스페인을 아깝게 놓쳐 월드컵 8강 진출에 실패했다.
이광종 감독이 이끄는 한국은 10일 콜롬비아 마니셀레스의 팔로그란데 스테디엄에서 열린 국제축구연맹(FIFA) U-20 월드컵 16강전에서 전·후반과 연장전 120분 동안 0-0으로 승부를 가리지 못한 끝에 승부차기에서 6-7로 아깝게 패했다. 지난 2009년 이집트 대회에 이어 2회 연속 8강을 노렸던 한국은 아쉽게 16강에서 물러나 1983년 대회에서 이룬 멕시코 4강 신화의 재연도 다음 기회로 미뤘다.
하지만 성인 대표팀이 앞서 벌어진 일본과의 원정 평가전에서 0-3으로 완패한 데 따른 충격을 깨끗하게 털어줄 만한 눈부신 선전이었다.
한국은 이용재(낭트)가 최전방 공격수로 나섰고 백성동(연세대)이 처진 스트라이커로 그 뒤를 받쳤다. 미드필더진에는 윤일록(경남)과 문상윤(아주대)이 좌우 날개를 폈고, 중앙에서는 김영욱(전남)과 최성근(고려대)가 포진했다. 좌우 수비는 이기제(동국대)와 김진수(경희대), 중앙수비는 민상기(수원)와 장현수(연세대)가 맡았으며 골키퍼 장갑은 노동건(고려대)이 꼈다. <4면에 계속>
세계 정상의 축구를 각급 대표팀에서 구현하고 있는 스페인이 절대적으로 우세라는 예상을 뒤집고 경기는 승부차기까지 이어졌다. 한국과 스페인은 각각 두 번째 키커로 나선 코케(아틀레티코 마드리드)와 이기제가 실축해 정규 다섯 차례 승부차기에서 4-4로 승패를 가리지 못했다. 승부차기마저도 성공과 실패가 교차되면서 피 말리는 승부가 이어졌다. 한국은 7번째 키커까지 6-6으로 맞섰으나 여덟 번째에서 스페인의 오리올 로메우(바르셀로나)가 골네트를 흔든 뒤 김경중(고려대)의 슈팅은 크로스바를 넘어가면서 쓴잔을 들이켰다.
전·후반 90분과 연장전 30분은 대등한 경기의 연속이었다. 한국은 경기 초반부터 상대 진영 중원부터 적극적인 압박을 통해 경기를 풀어가며 꾸준히 역습 기회를 노렸다. 개인기와 힘에서 앞선 스페인은 경기 초반 공세를 펼쳤으나 한국은 탄탄한 수비 조직력을 바탕으로 전반 중반에는 능동적인 역습을 펼쳐 결정적인 장면을 더 자주 만들기도 했다.
한국은 지칠 줄 모르는 체력을 앞세워 상대의 기술 발휘를 봉쇄한 뒤 중반으로 접어들면서 경기의 주도권까지 잡아갔다. 스페인은 득점의 실마리를 잡지 못하자 미드필더 세르히오 카날레스(레알 마드리드)를 빼고 대회 득점왕을 노리는 공격수 알바로 바스케스(4골·에스파뇰)를 투입해 공격진을 강화했다.
그러나 스페인은 체력이 떨어진 데다 한국의 예상치 않은 선전에 당황한 듯 경기를 쉽게 풀지 못했다.
한국은 후반 30분 문상윤이 상대 페널티지역 왼쪽 외곽을 뚫다가 코케(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발에 걸려 넘어졌으나 반칙이 선언돼지 않았다. 문상윤은 다리를 다쳐 공격수 정승용(경남)으로 교체됐다.
양팀 모두 결정적인 찬스를 잡지 못한 채 한국은 후반 추가시간에 이용재가 중원에서 전달된 스루패스를 받아 페널티지역에서 슈팅을 노렸으나 아쉽게 한발이 늦어 볼은 골키퍼의 손에 들어갔다.
승부는 연장으로 접어들었다. 한국은 전반 14분 백성동의 예리한 스루패스를 받은 이용재가 페널티지역에서 골키퍼와 일대일 기회를 잡았으나 슈팅이 골문을 빗나갔다.
한국은 연장 후반 막판에 치명적인 실점 위기를 두 차례 넘겼다. 이스코가 전반 9분에 날린 중거리슛이 골키퍼 노동건의 손을 맞고 흐르면서 골문으로 빨려 들어갈 뻔했으나 수비수 장현수가 다행히 걷어냈다. 이어 후반 11분에는 페널티지역 외곽에서 날린 바스케스의 프리킥이 골대 모서리를 맞고 튀어나가기도 했다.
한국은 마지막 체력과 집중력을 끌어모아 한 발짝 더 뛰는 육탄방어로 승부차기까지 몰고 갔지만 끝내 운이 따르지 않았다.
한국 청소년 대표팀은 스페인을 상대로 선전했지만 승부차기에서 고개를 숙였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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