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좋은 ‘기’ 받아 쾌적하고 건강한 환경을”
동양의 ‘풍수사상’이 미국인들에게도 확산되면서 이를 응용한 건축 관련 비즈니스도 뉴욕에서 꾸준히 늘어가고 있다. 이전에는 주로 중국인들을 위주로 전개되던 ‘풍수(평슈에이:Fengshui)’ 사업에 미 주류 건축가들도 합류하면서 대형 건물의 건축과 인테리어 디자인에 풍수의 원리를 접목하는 경우가 많아진 것. 과거 한국에서는 주로 묏자리나 집터 등을 볼 때만 통용되던 풍수가 자연주의 라이프스타일 바람을 타고 웰빙을 추구하는 생활풍수의 개념으로 바뀌어가고 있는 추세다.
■ 뉴욕시의 풍수 산업
뉴욕지역의 풍수 관련 업체는 50여개가 넘는다. 매거진 그룹 ‘콩드나스트’와 ‘민스코프’ 등 대형 회사들의 일을 맡고 있는 ‘조주 테라 디자인’사는 건물의 내, 외관을 디자인할 때 기능보다는 가장 평온한 마음상태에서 일을 할 수 있는 분위기에 초점을 맞춘다. 주변 환경을 조화로운 방향으로 개선해 좋은 기(에너지)를 생성시키고 부와 행복 등을 이끌어 들인다는 풍수의 원리를 강조하는 것이다.
‘펑슈웨이뉴욕’이라는 업체는 토탈 풍수 컨설팅을 내세우며 풍수 디자인을 통해 건강한 주거, 근무 환경을 만들 수 있다고 홍보하고 있고, 아나사 인테리어사는 첼시와 브롱스 지역에서 작업한 레스토랑의 각종 사진을 통해 풍수를 내부 디자인에 활용한 사례를 보여준다. 이전에는 중국인들만이 업체를 운영을 했지만 갈수록 정통 건축과 디자인 수업을 받은 현지 인력이 증가하는 추세다.
■ 미국의 풍수 바람
미국에서 풍수는 1990년대 시작되어 2000년대 초 가장 유행했었다. 특히 아시안이 많이 거주하는 서부를 중심으로 성행해 대형 부동산업체에서 풍수전문가를 따로 고용하는 경우도 생겼다. 실리콘밸리와 샌프란시스코 일대 하이테크 기업들 사이에서는 사무실을 열 때 반드시 고려하는 사항이 되었고 코카콜라가 애틀랜타의 일부 부서를 뉴욕으로 옮길 때 풍수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화제가 되기도 했다.
LA의 중국계 하원의원은 주 정부 건축 공사에 반드시 풍수 전문가를 참여시키는 법안을 제안한 경우도 있다. 이후 열기가 다소 가라앉긴 했지만 ‘동양사상을 접목한 건강한 주거와 사무환경’이라는 개념은 오히려 폭넓게 자리를 잡아 집과 사무실, 가구 등의 방향과 위치에 있어 풍수를 고려하는 미국인이 꾸준히 증가했다. 또한 이같은 건축 환경에 어울리는 등불, 양초 등 이른바 기 관련제품의 수요도 늘어나고 있다.
■ 합리적인 풍수 해석
풍수라는 개념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도 존재하지만 부동산 관계자들과 풍수 전문가들은 긍정적인 요소만을 최대한 받아들이면 주택 구입에 도움이 된다고 말한다. 일부 미신적인 요소가 있지만 합리적인 주거환경을 오랫동안 연구한 결과가 풍수라는 설명이다.
미주부동산중개업협회 오문석 회장은 “풍수의 핵심은 결국 물과 통풍과 채광인데 이것은 시대와 장소를 가리지 않는 요소”라며 “바람이 잘 통하고 햇빛이 잘 드는 집을 고르는 것도 결국은 풍수의 기본을 따르는 것”이라고 말했다. 풍수 연구를 위해 뉴욕을 방문중인 건국대학교 문화콘텐츠 학과 김기덕 교수는 “사업이 번창하는 곳과 늘 망해서 나가는 가게는 분명 큰 차이가 있다”며 “매장 안을 들어왔을 때 뭔가 막혀있는듯한 느낌과 시원스레 뚫려있는 차이를 풍수 전문가들은 금방 알아차린다”고 말했다.
전체적인 기가 막히지 않고 자연스럽게 흐를 수 있도록 창문과 가구, 천정을 손보는 것만으로도 매상에 큰 차이를 나타낼 수 있다는 주장이다. 김 교수는 “뉴욕에 오니 주로 중국인들의 풍수이론만이 통용되는 데 우리가 보기엔 잘못 해석된 부분이 많다”며 한국적인 풍수도 주류사회에 보급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 풍수에 따른 조언
포털정보사이트 어바웃닷컴의 칼럼리스트 재키 크레이븐이 제안한 ‘풍수에 입각한 이상적인 주택 구조’다. 인종과 국적에 상관없이 기존의 이론과 비슷한 점이 흥미롭다.
▶대지가 평평한 4각형 모양의 땅이 주택 부지로 좋고 물을 바라보는 곳이면 이상적이다 ▶대문은 길에서 접근하기 편해야 하지만 진입로는 직선보다는 곡선이 바람직하다 ▶대문은 반드시 하나만 만들어라 ▶정원에 커다란 바위나 돌이 입구를 막고 있는 것은 좋지 않다 ▶높고 빛이 좋은 천장이 이상적이다 ▶집을 지을 때 방문과 창문, 계단의 위치는 특히 신경 써야 한다. 긴 복도나 답답한 느낌의 방 배치는 피해야 한다 ▶거실 천정 등이 너무 밝은 것은 좋지 않다 ▶항상 집안을 탁 트인 분위기로 유지해라. 잡동사니를 여기저기 늘어놓지 말 것.
그밖에 일반적인 풍수이론에 따르면 ▶고속도로변이나 교차로가 있는 곳은 주택지로 좋지 않다 ▶큰 나무 밑의 택지는 좋지 않다 ▶기존 두 집의 담을 터서 한 집으로 사용하면 좋지 않다(대문이 두 개인 셈) ▶마당에 연못이 있으면 좋지 않다 ▶시든 꽃이나 관엽식물을 그대로 방치하면 운이 나빠진다 ▶소파가 지나치게 크면 하는 일이 꼬이게 된다 ▶현관에는 인물화나 추상화보다 가족사진이 좋다 등이 있다.
물론 이같은 조언을 모두 따를 필요는 없다. 상식적인 수준에서 납득이 갈만한 사항을 적용해 보는 것으로 시작해서 결과가 나쁘지 않다면 그대로 유지하는 게 좋다는 정도의 충고다. <박원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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