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한국은 중국 공산주의 국가와 수교한지 19년을 맞는다. 지난 27일 한국 국방부 대회의실에서 첫 한-중 국방전략대화를 가졌다는 소식이다. 이제 첫 단추를 끼우는 국방전략 대화는 군사외교로까지 진일보한 한-중 관계를 보여준다.
하지만 여전히 한국과 중국의 사이에는 북한이라는 민감한 존재가 꼬리를 물고 따라다니고 있다. 지난 7월 15일 중국 베이징에서 있었던 양국 국방장관회담이 있은 지 10여일만이다. 2008년 한-중 정상이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를 선언한 이후로는 4년만의 성과다.
특히 한-중 간 군사부문은 북한의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 사건 이후 계속적인 냉각기였기 때문에 이번 국방전략대화는 한-중 관계가 호전을 보이고 있다는 반가운 소식이다. 하지만 한국과 중국이 정치 경제부문을 뛰어넘어 군사적 부문까지 협력관계로 증진시키려는 적극적인 의지를 보이고 있지만 전통적인 북-중 우호관계를 넘어서기에는 아직 현실적인 거리가 너무 멀다. 굳이 북-중 관계를 전통적인 우호관계, 즉 소위 혈맹관계로 보지 않고 철저한 이해관계로 본다 하더라도 점진적으로 성장해가는 한-중 협력관계가 북-중 관계를 넘보기엔 아직 이르다. 한국이 중국과의 관계에서 실제적 성과를 내고, 특히 북한을 둘러싼 한반도 및 동북아 문제에서 주도적인 외교 전술을 펼치기 위해서는 먼저 현재 북-중 관계의 기저에는 무엇이 있는지 알고 나서 접근하는 것이 현명하다.
우선 북한과 중국의 기득권층은 서로의 전략적인 이해관계가 맞물려 여전히 끈끈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소위 항일연군(抗日聯軍)이라는 테두리에서 중국 공산당과 북한 노동당의 공산주의에 기초한 이념적 차원에서의 동맹과 6.25전쟁 이후 약 40년 동안은 한-미동맹 대 조-중 우호관계라는 구조에서 북한과 중국이 끈끈한 형제의 우애관계를 지속해왔다면 등소평이 등장한 1990년대 중국이 개방 개혁으로 자본주의를 받아들이는 실리주의 노선으로 전환한 이후부터는 한국과 중국이 서로 맞물린 이해관계가 한-중 사이를 결속시키는 접착제 역할을 해온 것이다.
중국대륙은 지금 바다를 흠모해 달려가고 있다. 중국의 동북 3성과 북한의 나진, 선봉을 잇는 해상 항로 개척 사업과 함께 황금평 특구개발구에서 시작된 경제협력의 성과 여부는 두고 봐야겠지만 일단 착수해 해상 영향력까지 확대해나가고 있다. 북한의 새로운 권력승계 핵심인사들도 역시 중국과 러시아와 손잡기 위한 수순을 밟고 있는 중이다. 경제적 위기와 3대 권력세습체제로 가는 과도기에 있는 북한은 지정학적, 군사적 이점을 활용해 대륙 국가들의 투자를 끌어들이려 하고 있다. 특히 이 작업은 김정은 및 그의 최측근들이 주력하고 있는 구상안이라는 점에서 향후 북-중관계가 더욱 전략적인 이해관계로 묶일 가능성이 클 것으로도 보인다.
이렇게 북-중 양국 간 전략적 유대관계가 발전함에 따라 사소한 외교적 마찰이나 민간차원의 분쟁에 대해서는 양측 모두 별도의 절차 없이 관대하게 처리하는 것이 암묵적인 합의사항이 되어버리는 현상이 노골적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한 예로, 국경을 넘어 북한을 자주 왕래하는 중국 사업가들이 북한 군인에 의해 살해당하는 사건이 발생하더라도 중국은 과학적 정밀수사를 하거나 북한의 공식적인 사과를 요구하지 않는다. 북한도 역시 형식상 ‘교통사고’나 ‘심장마비’ 등 사인발표를 조작해 발표하는 정도로만 그친다. 괜한 외교적 소란을 만들어 서로 의리가 상하지 않도록 웬만한 충돌에 대해서는 양쪽 다 묵과 하는 것이 관례가 되어버렸다.
이처럼 양국의 각종 이해로 얽힌 오랜 동맹관계는 자국민의 억울한 죽음이나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 사건과 같은 도발 행동으로도 방해받을 수 없을 만큼 끈끈하다. 한국과 중국이 질적인 협력관계 개선을 위해서는 보다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며칠 전 한-중 국방장관회담에서 중국 측은 북한 도발 방지에 대한 중국의 역할을 촉구하는 한국 측의 요구에 “한반도 평화를 해치는 행위에 반대한다”는 식의 우회적이고 모호한 답변만 되풀이 했다. 한-중 전략적 동반자 관계보다, 북-중 동맹관계가 더 깊음으로 중국과 군사적으로 ‘전략적 협력 동반자’의 길은 이제 첫 걸음 단계일 뿐 아직도 갈 길이 멀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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