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둑질을 해서 먹고 사는 사람이 있었다. 그는 자기 아들에게 도둑질 솜씨를 전수해 주었다. 그의 아들도 아버지처럼 잘한다고 능가한다고 자부하게 되었다.
그래서 도둑질을 할 때면 항상 아버지보다 먼저 들어가서 나중에 나오고, 가벼운 것은 아버지 손에 들리고 가장 무거운 것은 자기가 들고 나왔다. 먼 곳에서 나는 소리도 듣고 어둠 속에서도 사물을 분별하는 능력을 갖추어 도둑의 무리에서 칭찬이 자자할 만큼 되었다.
하루는 아들이 아버지에게 자랑삼아 말했다. “아버지, 제가 아버지 솜씨에 비해 손색이 없고, 힘도 더 세니 무슨 도둑질인들 못하겠습니까?” 그러자 아버지 도둑이 말했다. “아직 멀었다. 진정한 지혜란 스스로 깨우쳐야 하는 것이다. 네가 가진 재주는 나한테 배운 것이지 네가 스스로 터득한 게 아니다.” 아들이 말했다. “도둑이란 재물을 많이 얻는 것이 제일입니다. 제 소득이 아버지보다 갑절이나 되고, 나이도 젊으니 제 나이가 아버지 나이가 되면 더 특별한 재주를 터득할 것입니다.” 이러면서 아들은 아버지의 충고를 건성으로 들어 넘겼다.
다음 날 아버지는 아들을 데리고 어느 부잣집에 들어갔다. 아들을 보물 창고에 들여보내고 나서, 아들이 보물을 챙기느라 정신이 없을 때 자물쇠를 채운 다음, 자물통을 흔들어 주인이 듣게 하고 자신은 그 집을 빠져 나왔다. 꼼짝없이 잡히게 된 아들은 꾀를 내었다. 쥐처럼 손톱으로 벽을 박박 긁어대었다. 주인은 쥐가 창고에 들어가 보물을 쓸고 있는 줄로 알고, 등불을 켜서 자물쇠를 열어 젖혔다. 그 틈을 타서 아들은 잽싸게 창고를 빠져 나와서 달아나기 시작했다. 주인집 식구들이 뒤를 쫓아와 다급하게 된 아들은 연못가를 몇 바퀴 돌다가 냅다 큰 돌을 들어서 연못 속에 내던졌다. 추격하던 사람들은 도둑이 연못 속에 뛰어든 줄로 알고 연못가를 에워싸고 수색하는 동안 아들은 그 집을 빠져 나왔다.
집으로 돌아온 아들은 아버지에게 따지고 들었다. “새나 짐승도 제 새끼를 보호할 줄 아는데, 아버지는 어찌하여 저를 그토록 곤욕을 치르게 하셨습니까?” 아버지 도둑이 말했다. “드디어 너는 천하에 제일가는 도둑이 될 것이다. 사람의 기술이란 남에게서 배운 것은 한계가 있지만 스스로 터득한 것은 그 응용이 무궁한 법이다. 곤궁하고 어려운 일은 사람의 심지를 굳게 하고 삶의 솜씨를 더욱 원숙하게 만드는 법이다. 내가 너를 궁지로 몬 것은 너를 안전하게 하기 위해서였다. 네가 창고에 갇히고 쫓기는 일을 당하지 않았더라면, 어찌 쥐가 긁는 시늉과 돌을 던지는 기발한 꾀를 낼 수 있었겠느냐? 곤경을 겪으면서 성숙해졌고, 다급한 상황을 만나서 기발한 꾀를 냈다. 이제 지혜의 샘이 한번 트였으니 다시는 실수하지 않을 것이다. 마침내 너는 천하의 독보적인 존재가 될 것이다.” 아비 도둑의 말대로 그 아들은 천하제일의 도둑이 되었다.
이 얘기는 조선 전기 때 강희맹이란 분이 젊은 나이에 공부하러 가는 아들을 위해서 지었다고 한다. 초년고생은 사서한다는 말을 떠올리게 하는 이야기이다.
인생은 언제나 장밋빛이 아니다. 험난한 굴곡도 넘어야 하고 생각지도 않던 일도 갑자기 생길 수도 있다. 잘 되던 일이 하루아침에 안 되어 도산할 수도 있다.
어려운 일이 있을 때 잘 풀어서 현실을 극복하고 힘든 환경을 도약의 기회로 삼아 힘을 내야 하지 않을까!요즘 경기가 힘들다고 자포자기하면서 자살을 하며 또한 타인까지 해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값진 생명을 조금만 힘들어도 포기하는 일은 하지 말자. 어려운 순간이 지나고 나면 반짝이는 햇빛처럼 일이 잘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인간은 누구나가 행복하기를 원한다. 행복감은 본인이 만들어가는 것이다. 불행의 그림자가 드리워지면 어둡고 쓸쓸해지며 마음의 평안이 사라지고 고통과 괴로움이 엄습해 오더라도 힘을 내자. 부자가 다 행복한 것이 아니요, 가난하다고 불행하다고 할 수 없다. 가난 속에서도 웃음의 꽃이 피어나면 행복한 것이다. 우리의 인생은 행복이 있으면 반드시 불행도 있다.
이것이 우리의 삶의 리듬이 아닐까! 행복할 때는 불행을 대비해서 지혜롭게 살아야 하고, 불행할 때는 행복이란 열쇠를 가져야 하겠다. 행복의 열쇠는 스스로가 열고 들어가야만 한다. 남이 행복의 열쇠를 대신 가질 수 없다. 어려운 환경이 닥쳤을 때 낙심하지 말고 행복의 열쇠를 준비해 각자가 가지고 살아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김민정
워싱턴 여류수필가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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