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욱 객원논설위원
욕심은 인간에게 가장 큰 적이 된다. 반면 욕심이 아닌 욕구는 인간에게 가장 큰 아군이 되기도 한다. 이 말은 욕심은 나쁜 것이지만 욕구는 그렇지 않다는 뜻이다. 욕심은 배가 부른데도 더 먹어 배를 아프게 하는 것이다. 그러나 욕구는 부족한 것을 채우려고 하는 것이다. 그러니 욕심은 적은 것이 좋고 욕구는 더 많은 것이 좋을 수도 있다.
욕심(greed)은 소유하려고 하는 마음이다. 함께 가려거나 함께 하려하기보다는 소유하여 지배하려는 것이 바로 욕심이다. 사랑에도 욕심이 있다. 사랑하는 사람을 소유하여 자기의 것으로 만들어 버리려할 때 그것은 사랑이 아니라 욕심이 된다. 소유하려고 하는 욕심은 집착을 낳는다. 집착은 희생하려하기 보다는 지배하려 한다.
욕구(needs)는 인간이 갖고 있는 마음속에 더 좋은 단계로 나아가려 하는 순수한 바람일 수 있다. 메슬로의 욕구단계설(Maslow’s hierarchy of needs)에 보면 다섯 단계가 나온다. 첫째는 생리적 욕구다. 생명유지를 위한 욕구로 가장 기초적인 의식주에 대한 욕구에서 성적 욕구까지를 포함한다. 이러한 생리적 욕구는 인간의 원초적 본능을 나타낸다.
두 번째 욕구는 안전 욕구이다. 생리적욕구가 충족된 상태에서 자신을 보호하고 불안을 피하려 하는 욕구다. 즉 위험이나 위협과 박탈감에서 자신을 보호하고 불안을 회피하고자 하는 욕구다. 세 번째는 애정과 소속 욕구다. 애정욕구는 상대방에게 사랑을 받고자 하는 욕구다. 반면 상대방을 사랑하고자 하는 욕구도 애정욕구에 포함시킬 수 있다. 소속욕구는 어떤 조직이나 단체에 소속되어 귀속감을 갖는 욕구다. 이 욕구는 가정을 이루는 가족이 되거나 친구관계 혹은 친척과 같은, 또는 직장동료 내지는 같은 집단체의 한 멤버로 소속되어 안전감과 귀속감을 느끼는 욕구다.
네 번째는 존경욕구다. 이것은 자신이 다른 사람으로부터 존경을 받고 싶어 하는 욕구다. 인간으로서 가장 높은 단계의 욕구는 자아실현 욕구다. 이 욕구는 계속적인 자기발전을 위하여 자신의 잠재력을 최대한으로 발휘하는 데 초점을 둔 욕구다. 다른 욕구와는 달리 욕구가 충족될수록 더욱 증대되는 경향을 보여 ‘성장욕구’라고 하기도 한다. 무엇을 알고 이해하려는 인지적욕구와 심미적욕구 등이 여기에 포함된다.
메슬로가 얘기한 다섯 단계의 욕구 중 자신은 어느 단계에 머물러 있는지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 인간은 돼지처럼 먹이만 주고 잠만 재워주면 만족하며 살아가는 그런 존재는 절대 아니다. 욕구의 단계 중 첫째 욕구인 생리적 욕구는 다른 동물에게서도 발견되는 욕구다. 다른 동물뿐만 아니라 생명을 가진 모든 존재에게서 나타나는 가장 낮은 단계다.
두 번째와 세 번째 단계인 안전욕구와 애정 및 소속욕구도 다른 동물들에게서 흔히 볼 수 있는 욕구다. 같은 종의 무리를 지어 다니는 동물들은 많이 있으니 그렇다. 코끼리, 사자, 원숭이, 고래, 침판지, 비둘기 등등. 하늘을 날아다니는 것과 땅을 기어 다니는 것 혹은 물속을 다니는 고기 종류 등등 수많은 종류의 존재들이 귀속감을 갖고 살아간다. 그러나 존경욕구로 올라가면 달라진다. 인간만이 가질 수 있는 욕구다. 동물들이 서로 존경하는 것을 보았나. 동물의 세계에선 먹이사슬밖에는 없다. 그러나 사람의 사회만은 그렇지 않다. 부자라도 존경 못 받는 사람이 있고 가난해도 존경받는 사람이 있다. 이처럼 존경받고 싶어 하는 욕구는 사람들 사이에서만 나타나지는 한 단계 위가 된다.
메슬로의 다섯 단계의 욕구 중 마지막 단계인 자아실현욕구는 인간만이 가질 수 있는 최고의 욕구다. 다른 동물들은 흉내도 낼 수 없는 욕구다. 예술인들, 종교인, 사상가, 학자 혹은 신앙인, 발명가 등등. 인류와 다른 생명과 자연을 이롭게 하고 인류 역사의 길에 빛을 발한 사람들에게서 찾아 볼 수 있는 욕구실현의 단계다.
욕심은 소유하려고 하는 마음이다. 이 세상에 내 소유가 무엇이 있는가. 죽을 때엔 다 내려놓고 가야할 것들 아니던가. 사랑도 욕심이면 집착이다. 욕심을 내려놓고 욕구만으로 사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욕구 중에서도 존경받는 자가 되거나 자아실현욕구를 충족할 수 있는 성장욕구의 사람이 한 번 되어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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