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조지 부시’ 망령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부동산 붕괴와 무모한 이라크 전쟁등 8년간이나 계속됐던 부시 정권의 실정이 정권 퇴진 이후 지금까지 사사건건 미국의 발목을 잡더니 이번에는 부채 유산으로 미국을 뒤흔들고 있다.
미국의 부채 상환 마감시한이 불과 1주일 앞으로 다가섰는데도 의회에서는 대책 협상을 놓고 양당이 팽팽한 신경전만 계속하고 있다. 백악관과 공화당의 무모한 힘겨루기도 원인이겠지만 그렇다고 부채 탕감을 위한 명쾌한 해결책이 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빚을 갚기 위해서는 국민이 허리띠를 졸라매야 하는데 양당이 져야할 정치적 부담이 만만치 않다.
부채는 수입보다 지출이 늘어나면서 그 적자폭을 메우기 위해 진 빚이다. 미국의 부채는 부시 정권이 오바마에 넘겨준 11조달러에서 2년 만에 14조달러로 불어났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92.8%에 달해 국민들이 1년 동안 벌어들인 수입을 모두 내놔야 갚을 수 있는 빚이다.
정부는 오는 8월2일로 만기되는 부채 상한의 한계를 14조에서 2조4,000억 달러 더 늘려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이는 미국의 내년 GDP 예상치인 15조달러를 뛰어 넘는 액수여서 대대적인 국가 개혁 없이는 의회에서 쉽게 승인해줄 수는 없다는 게 문제다. 근본 대책 없이 빚을 빚으로 돌려 막는 식이니 의회가 선뜻 응할 수가 없는 상황이다.
무작정 버틸 수도 없다. 부채 상환 만기일을 채우려면 양당이 늦어도 오늘(22일)까지는 합의점에 도달해야만 한다. 양측이 합의를 보지 못한다면 미국은 국가 부채 상환 불이행이란 초유의 사태에 직면하고 국채 이자율 상승에 따른 학자금 등 연관 이자율 상승을 부추겨 소비심리 위축, 고용 악화, 주가 폭락, 국가 신용 등급 하락이라는 연쇄 파동을 맞게 된다. 또 국가 세수는 부채 원금 상환에 최우선 투입돼 군인, 퇴직자 연금, 실업수당 중단과 저소득층 및 노인 의료 혜택 축소 또는 취소 등의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미국은 당일 들어오는 세수입으로 당일 지출하는 금액의 60%만 감당할 수 있다. 나머지 40%는 국가 부채에 의존하는데 돈을 빌리지 못하면 자금 조달이 불가능해진다.
국가 부채가 꼭 나쁜 것만은 아니다. 돈을 빌려 집을 사고 이를 갚아 나가는 식의 변재 능력만 있다면 오히려 국가 경제를 순환 시키는 활력소 역할을 해줄 수 있다. 그러나 지금의 미국은 열심히 일해 돈을 벌어서 적자를 메우는 것이 아니라 전쟁 비용 등 해외로 빠져나가는 돈의 일부를 충당하기 위해 기축통화인 달러를 찍어내고 이를 정부가 빌려 쓴다는데 문제가 있다. 싼 가격의 중국산 물품으로 미국 내 제조업계는 이미 만신창이가 돼 버렸고 이로 인한 무역 불균형등 국가 경쟁력은 날로 악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오바마 행정부는 이미 3번이나 부채 한도를 올려 빚을 냈으니 이번이 네 번째 증액 요구가 되는 셈이다.
국가 부채를 줄이려면 지출 삭감과 세수 증대가 필요하다는 게 대체적 여론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부채 증액 조건으로 65세 이상 노인들의 메디케어 수령 연령을 2년 올려 67세 이상으로 바꾸고 사회보장 지급액의 인플레 인상률을 엄격하게 제한하는 등의 복지 혜택 축소를 통한 지출 삭감을 들고 나왔다. 오바마 대통령은 대신 25만 달러 이상 고소득층에 대한 세금 감면 철회를 공화당에 요구 하고 있다. 사회보장 개혁은 노인과 저소득층에 막대한 고통을 초래하게 돼 내년 재선 시동을 걸어둔 오바마 대통령은 상당한 부담을 안게 되고 세금 인상으로 공화당은 자금줄인 석유회사를 비롯한 기업 등 반 조세 세력의 협박에 시달려야 한다.
당장에 초래되는 국가 부도 사태를 막으려면 부시 정권이 한없이 불려 놓은 뱃살을 줄여야 하는데 그 고통은 고스란히 국민이 감내해야 하는 지경에 왔다. 국가 부채 상환 불이행으로 또다른 불황과 국가 경제 추락이라는 극단적 상황을 지켜봐야 할 것인가, 아니면 복지 혜택 축소와 세제 개혁의 아픔을 감수하고 허리띠 졸라매기에 나설 것인가를 선택해야 할 시점이다.
김정섭 부국장·국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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