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출신으로 매스 미디어 왕으로 자타가 공인하는 루퍼트 머독이 지난주 자신의 오늘날이 있게 만드는데 크게 공헌한 NOW(News of the World)라는 영국의 주간지를 폐간시켰다. 260만 부의 부수로 영어 신문으로는 세계에서 가장 널리 읽혔던 168년의 역사를 가진 NOW는 1969년 머독이 영국 신문계에 발을 들이면서 입수한 신문이었다.
그 신문으로 번 돈이 일간 선(Sun)지와 더불어 런던 타임스까지 그의 미디어 왕국에 흡수되도록 했고 영국에서의 성공이 미국의 미디어 시장까지도 공략할 수 있게 만들어 뉴욕 포스트(New York Post) 등 신문들과 폭스(Fox) 영화 스튜디오, 폭스 뉴스 채널만이 아니라 몇 년 전에는 월 스트릿 저널까지 50억 달러에 구입할 수 있게 했기 때문에 머독이 NOW에 대한 특별한 애착이 있었을 것은 짐작할 수 있다.
그런 신문을 폐간시키는 극단의 조치를 취한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워낙 선정적 기사로 악명이 높은 NOW지가 2006년경 정치인들과 연예인들의 전화를 도청해서 기사를 쓴다고 폭로된 것이 시발점이 되었을 것이다. 편집진이나 간부들은 기자 하나와 외부의 도청 기술자 탓이라면서 자기들은 몰랐다고 발뺌을 했고 그것이 몇 년 간 먹혀들어가는 듯 했던 것은 경찰 간부들의 사생활 비밀 파일도 모아 협상 자료로 이용했던 때문이라는 것이 폭로 되면서 머독 왕국의 입지는 좁아졌다.
그러다가 20여일 전에는 NOW 신문의 편집진이 어느 13살짜리 소녀가 유괴 살인되었을 때 특종 기사를 쓰기 위하여 그의 전화로 들어오는 메시지를 도청했을 뿐 아니라 지우기도 했기 때문에 그의 부모들은 아이가 살아 있을 것이라고 헛된 기대를 하게 만들었다는 것이 폭로되었다. 그러면서 신문과 머독에 대한 반감이 영국 정계와 여론을 지배하게 되었기에 하원의 특별 조사 및 경찰의 수사가 긴박하게 돌아가게 된 것이다.
아프가니스탄의 전몰 병사들의 가족들 전화와 아울러 왕실의 전화까지도 도청했다는 혐의 때문에 머독과 그의 후계자가 될 아들 제임스와 아울러 영국의 머독 계열사의 최고 책임자로 있는 레베카 브룩스 여사가 하원 위원회에 출석하여 증언하도록 불려진 상태다.
영국 정계에서 두각을 나타내어 총리가 되자면 머독 계열의 지지가 불가피하기 때문에 토니 블레어 전 수상이 야당 당수 시절에 호주로 머독을 만나러 갔었다는 일화가 있다. 그처럼 거물 정치인들이 머독의 각종 행사나 파티 장소에 앞을 다투어 나타나던 불과 몇 달 전까지의 모습과는 대조적으로 엊그제는 머독의 뉴스 코프가 B 스카이 B란 인공위성 네트워크를 100퍼센트 소유하려는 계획을 영국의 3당 출신 의원들 모두가 반대하는 바람에 자진 취소하기에 이르렀다.
머독 부자와 함께 파파라치의 카메라에 포착되는 43세의 레베카 브룩스는 본래 NOW 신문의 비서로 들어갔지만 12년 만에 편집장까지 올라갔고 그 후에는 뉴스 코프의 최고 경영자로 발탁되었다. 그렇게 된 데에는 소위 발군의 실력도 있었겠지만 출중한 미모와 남자 못지않은 배짱이 작용했던지 구설수에 휘말리는 듯하다. 정계 실력자들을 머독에게 안내하는데 큰 역할을 해서인지 경영인으로서의 과단성 때문인지 머독이 그에게 특별히 애착을 느낀다는 표현까지도 일부 기사가 사용한다.
NOW는 소위 타블로이드 신문이었다. 뉴욕 데일리 뉴스나 포스트처럼 보통 신문의 반절 크기인 신문에 커다란 제목과 사진 특히 반나의 여자들 사진이나 참혹한 범죄 현장의 사진들이 나열되는 소위 선정지였다. 심지어는 뉴스를 만들기도 했었다. 창녀들을 시켜 정치인들을 유혹하고는 현장 사진을 찍는 따위의 짓이다.
또 엘리자베스 여왕의 아들 앤드류 왕자의 전 부인 사라 퍼거슨 여사에게 아랍
계 부자로 변장을 한 기자가 접근하여 돈만 주면 자기 전 남편과 만나게 해 주겠다고 말하는 장면을 녹화하여 폭로하는 등 뉴스 보도가 아니라 뉴스 조작에 앞장섰던 신문이라 잘 없어졌다고 환영하는 인사들도 없지 않다. 또 머독의 미디어 왕국에 의한 다른 비리들도 조사되기를 바라는 사람들이 그의 경쟁자들만이 아닐 것이다.
남선우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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