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 세 철
논설위원
“급변을 잉태하고 있는 세계 정치지도에 남한이 존재하는 날은 과연 얼마나 될까.” 1970년대 일본의 한 사회주의자가 한 말로 기억된다. 머지않아 적화통일이 되면서 대한민국이라는 나라는 정치지도에서 지워진다는 다분히 사회주의적인 예측을 이런 식으로 표현한 것이다.
예측은 빗나갔다. 그러나 지적대로 세계의 정치지도는 계속 급변하고 있다. 수단으로부터 독립해 새로 주권국가가 된 남수단공화국 탄생이 최근의 그 한 변화다.
인종이 다르다. 종교가 다르다. 이렇게 남과 북이 다른 수단은 오랫동안 내전을 겪어왔다. 그 결과 남과 북을 가르는 새로운 국경선이 그어진 것이다. 이로써 유엔 가입국은 193개국이 됐다. 세계의 독립국가 수는 그러면 이로 그칠까. 앞으로, 그러니까 20~30년래에 300개에 이를 수도 있다는 전망이다.
“정치 현실에 따라, 힘의 역학관계에 따라 한 나라의 국경은 언제든지 무너질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지도에 그어진 선은 별의미가 없다. 문제는 힘이고, 정치다.” 프랑스의 지리학자 장 크리스토프 빅토르가 일찍이 말이다.
바로 수단의 경우로, 오늘날 세계 지도에 그어진 국경선, 특히 아시아, 아프리카지역의 국경선대부분은 따지고 보면 19세기 유럽 중심 지정학의 냉혹한 유산이다.
세계의 정치지형이 또 다시 크게 흔들리고 있다. 정치뿐이 아니다. 인종, 민족 정체성, 종교 등이 강조되면서 세계의 정치지도는 그 모양새가 근본적으로 달라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우선 예견되는 것은 중동지역의 변화다. 팔레스타인이 곧 주권국가로 태어날 전망이다. 터키, 이라크 등지에 흩어져 살고 있는 크루드족, 또 아프가니스탄과 파키스탄에 걸쳐 사는 파슈툰족의 독립국가 탄생도 현실화 될 공산이 크다.
많은 국제정치학자, 미래학자들이 그러나 정작 주목하고 있는 지역은 동북아시아다. 이 지역에서의 정치지도 변화의 키(key)를 쥐고 있는 것은 중국으로, 그 변화는 말 그대로 전(全)지구적인 충격파를 불러올 수 있기 때문이다.
유행이라면 유행이었다, 아니 아직도 유행이다. ‘중국부상론’을 말하는 거다. 그 유행이 한 물 가기 시작한 것인지 요즘 들어 일부에서 제기되는 것이 ‘중국붕괴론’이다.
특히 주목을 끄는 것은 간접적으로 밝혀진 로마교황청의 중국관이다. 교황청은 현 중국공산당 체제를 신뢰하지 않는다. 그리고 그 체제와의 수교를 결코 서두를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다.
왜. 기독교도를 심하게 박해하고 있는 현 체제와 수교를 할 경우 머지않아 이 체제가 무너졌을 때 로마가톨릭교회는 압제자의 편에 섰다는 인식으로 인해 포교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중국의 경제가 눈부신 성장을 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동시에 많은 문제들을 안고 있다. 빈부격차심화, 부정부패, 환경파괴 등. 더 심각한 문제는 정치문제다. 공산당은 전체주의적 파워의 독점을 결코 포기하지 않을 태세다. 그에 반해 민주주의의 요구는 날로 높아지고 있다.
그 갈등이 어떻게 결말지어질 것인가. 결국 체제붕괴로 이어지는 것이 아닐까 하는 것이 중국붕괴론의 주 시각이다. 바티간은 말하자면 암묵적으로 이 시각에 동조하고 있는 것이다.
“중국은 어리석게도 역사의 수레바퀴를 멈추려는 헛수고를 하고 있다.” 힐러리 클린턴의 말이다. 미국 외교의 수장격인 국무장관이 그것도 언론을 통해 이 같은 중국관을 피력한 것이다.
로렌스 솔로몬 같은 사람은 오늘날의 중국을 20년 전 붕괴직전의 소련과 비교한다. 그리고 체제불신이 만연했다는 점에서 일종의 사회분해 현상마저 보이고 있다는 진단도 내린다.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의 시각도 마찬가지다. 중국이 당면한 문제로 부패와 부의 속도와 집중문제를 지적하면서 중국은 앞으로 여러 나라로 쪼개질 수도 있다는 견해다. 과거 소련이 붕괴되면서 많은 독립 국가들이 생겨난 것처럼.
“중국의 분열은 필연이다. 중국경제는 2020년대, 늦어도 2030년대에는 완전 몰락할 것이다. 경제적 몰락을 겪은 중국은 과거와 같이 강대국들의 분할통치의 운명을 맞는 경우도 배제할 수 없다.” 미국의 싱크탱크 스트랫포의 조지 프리드먼의 단언이다.
그는 중국이 맞이한 문제의 핵심을 빈곤으로 파악한다. 그러면서 아프리카처럼 가난 속에 살고 있는 10억 극빈층이 폭발할 날이 머지않은 것으로 내다 본 것이다. 동시에 그가 부차적으로 던지는 질문은 쇠퇴하는 중국이 언제까지 북한을 도울 수 있을까 하는 것이다.
북한이란 체제는 중국 등 국제파트너들이 만든 국제질서를 통해 간신히 유지되는 체제다. 그 중국의 힘이 약화된다. 또 북한지원을 감소하라는 압력이 중국내에서 거세진다. 그 시기는 빠르면 앞으로 5~6년, 아무리 늦게 잡아도 2030년대 이전이 된다는 것이 프리드먼의 전망이다.
그럴 때 찾아오는 것은 무엇일까. 북한이란 존재가 세계의 정치지도에서 지워지는 것이다. 남북통일은 예기치 않은 시기에, 원하든, 안 원하든 흡수통일의 형태로 올 수도 있다는 것이다.
‘중국의 부상이 아닌 붕괴를 생각해야 한다’
- 프리드먼이 한 말이다. 그 말이 어딘가 예언처럼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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