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평창 동계 올림픽 유치를 위해 온 국민과 기업이 하나가 되었다. 그러나 평창이 올림픽 개최지로 선정되자 벌써부터 진보와 보수 간의 색깔전쟁이 시작되고 있다. ‘정권을 바꾸어서 동계 올림픽을 남북 공동으로 개최하자’며 진보에서 먼저 포를 쏘았다.
한국의 보수와 진보의 개념은 정치학에서 논하는 정치이념과는 큰 차이가 있다. 정치 이론과 실제의 혼선으로 인한 한국의 변형된 보수와 진보의 논리가 극한 대립과 갈등의 원인이 되고 있다.
먼저 정치학에서 보수와 진보의 첫 번째 차이는 변화(Change)이다. 즉 보수는 현상유지, 진보는 변화를 추구한다. 한국의 보수와 진보의 가장 큰 이념적 마찰의 변수는 북한일 것이다. 대북관계의 급진적 변화를 위한 ‘햇볕정책’은 진보의 산물이고, 급진적 변화에 반대하는 ‘달빛 정책’은 보수의 산물이다.
대북 포용정책에 있어 햇볕을 쪼여서 옷을 벗게 해야 한다는 진보의 햇볕정책과 얼음으로 얼려 불을 쬐려 나오게 만들어야 한다는 보수의 ‘달빛정책이 아직도 팽팽히 맞서고 있다.
뜨거운 햇볕정책 때문에 우리가 먼저 말라 죽기 일보 직전이고, 차가운 달빛정책 때문에 우리가 먼저 얼어 죽기 일보 직전이다. 북한을 향한 진보의 급진적 변화와 보수의 지나친 현상유지는 남한 내의 또 다른 38선을 만들고 있는 것이 오늘의 문제이다.
햇볕정책과 달빛정책의 대안으로 중도의 ‘별빛정책’을 제안한다. 별빛정책은 별빛을 은은하게 비쳐서 어둠 속에서 빛 가운데로 나오게 하자는 것이다.
별빛정책은 우리가 먼저 말라 죽지도, 얼어 죽지도 않는 이중의 효과를 가져 올 수 있을 것이다. 지금처럼 보수와 진보가 한 목소리를 내지 못하면 남북통일이 된다고 할지라도 또 다른 반쪽 통일밖엔 되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북한에 대한 급진적 변화나 현상유지보다는 점차적 변화를 통해 보수와 진보간의 지나친 갈등과 대립을 극복할 수 있는 별빛정책과 같은 중용적 정치 이념이 절실하다.
정치학에서 보수와 진보의 두 번째의 차이는 가치(Value)이다. 즉 보수는 재산권, 진보는 인권을 중시한다. 한국의 보수와 진보의 결정적 혼선은 보수나 진보 측에서 해야 할 가치를 하지 않고 또한 하지 말아야 할 가치를 하고 있는데 문제가 있다.
한국의 진보는 군사 독재에 대한 인권은 투쟁하면서 북한의 공산 독재에 의한 인권에는 침묵하는 모순을 보이고 있다. 따라서 미국과 일본에는 있는 북한 인권법이 한국에서는 아직도 통과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한편, 보수는 민족주의에 입각하여 북한 동포를 껴안아야 하나, 오히려 진보가 북한 동포를 민족주의에 입각하여 급진적 변화의 원동력으로 삼고 있다. 원래 정치학에서 진보는 민족주의 대신에 합리주의를 추구하는데, 한국에서는 이것이 서로 뒤바뀐 변형된 정치 이념이 자리 잡고 있는 셈이다.
재산권 분배의 문제에 있어 보수와 진보의 대립 또한 심각성을 나타내고 있다. 진보의 강압적 재산 분배정책이나 포퓰리즘에 입각한 선심성 재분배 정책은 자본주의 이념을 흔들 수도 있다.
반면에 일부 보수 대통령의 사적 재산의 사회 헌납에만 국한 되지 말고, 기업이 자발적으로 재산을 사회에 환원하는 미국식 기부 문화가 정착되어야 하겠다. 인간의 기본권과 인간다운 삶을 영유할 권리를 동시에 추구하는 정책에는 보수와 진보가 따로 없다.
그럼 한국에서는 왜 이런 변형된 정치이념이 탄생하게 되었나? 6.25이후, 북한의 공산독재에 대항하기 위해 군사독재가 필요악이었다는 것과, 또 군사독재와 싸우기 위해 공산독재가 필요악이었다고 하는 것이 바로 우리의 불운한 헌정사를 말해주고 있다.
즉 ‘성경을 읽기 위해 촛불을 훔친다’는 식으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다보니 보수다운 보수, 진보다운 진보가 될 마음의 여유가 없지 않았나 싶다.
보수와 진보는 하나 되어서도 안 되고 하나가 될 수도 없다. 하나가 되면 발전이 없고 경쟁 또한 없다. 지금은 보수와 진보의 정치 이념을 재정립해야 할 때이다. 그리고 이념 전쟁을 내려놓고 중도노선인 별빛정책을 통해 남북 간의 점진적 변화를 함께 추구하여 좀 더 성숙된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만들어 가야
할 때이다.
전종준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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