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1 독일 여자월드컵 8강전 프리뷰
▶ 우승후보 하나는 8강서 짐 싸야
독일에서 열리고 있는 2011 FIFA(국제축구연맹) 여자월드컵이 9일과 10일 8강전으로 대망의 ‘파이널 4’를 가리게 된다. 유럽의 두 라이벌 잉글랜드와 프랑스가 9일 8강전 첫 경기로 격돌하며 이어 월드컵 3연패를 노리는 개최국 ‘전차군단’ 독일이 일본과 대결한다. 이어 10일에는 스웨덴과 호주가 맞붙고 이어 세계랭킹 1위 미국이 난적 브라질과 운명의 한판승부로 충돌한다. 특히 관심이 모아지고 있는 독일-일본, 미국-브라질의 8강전을 전망해본다.
◎독일 대 일본
(9일 오전 11시15분- ESPN)
객관적으로 독일의 압도적 우세가 예상되는 매치업이다. 홈필드의 독일은 신체조건에서도 높이와 파워 모두 월등한 우위를 점하고 있다. 일본은 짜임새있는 패스워크와 빠른 스피드가 돋보이지만 잉글랜드와 조별리그 최종전(0-2패)에서 드러난 것처럼 상대가 힘과 높이를 앞세운 파워게임으로 나설 때 어쩔 수 없이 밀리는 모습을 드러냈다. 더구나 독일은 잉글랜드보다 힘과 높이에서 모두 한 수 앞서는 사실상 세계 최강의 팀. 독일은 프랑스전에서 키가 170cm가 안되는 선수가 그링스 1명뿐이었지만 일본은 170cm이 넘는 선수가 단 1명밖에 없다. 독일의 공중 폭격에 속수무책일 가능성이 높은 이유다. 만약 일본이 독일을 꺾는다면 여자월드컵 역사상 최대 이변중 하나로 기록될 것이 분명하다.
독일은 조별리그에서 3전 전승을 거뒀다. 첫 두 경기에선 캐나다에 2-1, 나이지리아에 1-0으로 힘겹게 승리하며 스타트가 시원치 못했지만 최종전에선 프랑스를 4-2로 완파하며 전차군단의 위력을 되찾은 모습을 보였다. 특히 지난 2차례 월드컵에서 독일을 정상으로 이끌었던 ‘전차군단의 간판스타’ 브리키트 프린츠가 첫 두 경기에서 부진을 보인 뒤 프랑스전에선 아예 라인업에서 제외된 것이 주목받고 있다. 프린츠의 대타로 나선 잉카 그링스는 2골을 터뜨렸고 독일의 플레이는 완전히 살아났다. 현 시점에선 프린츠는 필드에 나설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
한편 일본은 전력상 열세가 분명하지만 일방적으로 무너질 팀은 아니다. 현 세계랭킹 4위인 일본은 패싱게임은 ‘여자축구의 바르셀로나’라는 말을 들을만큼 일가견이 있다. 멕시코를 4-0으로 일축하며 보여준 파괴력도 무시할 수 없다. 일본의 노리오 사사키 감독은 “일본의 방법대로 경기하면 이길 수 있다”고 물러서지 않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승운이 따라주지 않으면 힘든 경기지만 그렇다고 맥없이 물러날 일본은 아니다.
◎미국 대 브라질
(10일 오전 8시-ESPN)
‘삼바군단’ 브라질에는 지난 5년간 FIFA ‘여자축구 올해의 선수’를 휩쓴 수퍼스타 마르타(25)가 버티고 있다. 하지만 마르타는 지금껏 자신이 받은 모든 상을 단 한 번의 월드컵 우승트로피와 바꿀 수 있다면 전혀 주저하지 않을 것이다. 명실상부한 세계 최고의 선수로 명성을 떨치고 있지만 그 기간 중 브라질은 단 한 번도 월드컵이나 올림픽 무대에서 우승하지 못한 것이 일생의 짐으로 남아있기 때문이다. 지난 2007년 중국 월드컵에선 준결승에서 미국을 4-0으로 대파하고 결승에 올랐으나 독일에 0-2로 무릎을 꿇었고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선 결승까지 올랐으나 미국과 1년만의 리턴매치에서 연장접전 끝에 0-1로 패해 금메달을 뺏겼다. 마르타로서는 브라질을 우승으로 이끄는 것은 평생의 숙원을 물 수 있느냐가 걸린 문제다.
한편 미국은 사실 8강에서 브라질을 만나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하지만 조별리그 최종전에서 스웨덴에 1-2로 덜미를 잡히는 바람에 조 2위로 밀려 8강에서 만만한 상대 호주를 놓치고 대신 겁나는 상대인 브라질과 벼랑 끝 일전을 펼치게 됐다. 물론 미국의 실족은 브라질로서도 불운이다. 만약 미국이 조 1위로 8강에 왔더라면 결승까지 미국이나 독일은 걱정하지 않아도 됐는데 그 계산이 틀어졌기 때문이다. 독일이 들으면 섭섭하다고 하겠지만 사실 미국과 브라질은 결승에서 만나야 했던 팀들인데 이제 둘 중 하나는 4강에도 못가고 짐을 싸게 됐다.
10여년전 세계 여자축구에서 절대강자로 군림했던 미국은 12년만에 정상복귀를 노리고 있는데 아직도 랭킹은 세계 1위지만 이젠 상대적으로 위압감이 많이 퇴색된 상태다. 미국의 간판 골잡이 애비 웜백은 스웨덴전에서 자신의 이번 대회 첫 골이자 통산 10번째 월드컵 골을 뽑아낸 걸출한 골잡이지만 독일의 프린츠와 마찬가지로 ‘지는 해’로 분류되고 있고 이에 따라 미국은 공격의 파괴력에서 마르타와 크리스티안 막강 투톱을 앞세운 브라질에 다소 밀리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더구나 브라질은 조별리그 3경기에서 단 1골도 내주지 않은 탄탄한 수비벽을 보유하고 있다. 예측불허의 경기에서 미국이 승리를 얻는 최상의 길은 베이징올림픽 결승 때처럼 브라질의 예봉을 철저하게 차단하며 단 한 골로 승리를 노리는 것으로 보인다. 아무리 미국이라도 파괴력이 막강한 브라질과 난타전으로 맞선다면 어느 순간 KO펀치를 맞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김동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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