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렌지카운티에서 CPA로 활동하는 크리스천 박모 집사의 신앙생활은 범상치 않다.
그는 2년반 전부터 기회 되는대로 출석교회가 아닌 다른 교회들을 찾아가 신약성경 통독, 중보기도 훈련, 주일학교 운영시범 등의 프로그램을 2~3일간 인도한다. 한사코 교통비라도 건네려는 교회의 시도는 그의 앞에서 번번이 좌절된다. 아니, 그는 오히려 교인들에게 식사까지 대접하고 돌아온다. 그러면서 미안하고 감사한 마음을 함께 갖는 교인들에게 “모든 것으로 섬기는 것이 제 삶의 목표입니다”라고 겸허히 말한다.
그는 LA, 가든그로브, 패사디나 등 가까운 곳은 물론 샌디에고와 덴버까지 방문해 사랑의 수고를 감당했다. 지금까지 봉사한 교회는 모두 7군데로 교인 수 30~100명 사이의 자그마한 신앙공동체들이다.
그가 이들 교회에 주는 것은 눈에 보이는 프로그램 그 이상이다. 교인들이 ‘생업과 가정이 있는 평신도가 저런 일을 한다면 우리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는다는 것이 그의 전언이다. 동시에 너무 작아 부흥강사를 초청하기도 힘든 자기 교회를 잠시 거쳐가는 나루터가 아닌, 소속감을 갖고 헌신해야 할 대상으로 여기게 되는 ‘변화’를 경험한다. 패배감과 무기력증으로 인해 우린 아무 것도 할 수 없다는 ‘못해신자’에 머물러 있던 목회자들 역시 언제 우리도 50명, 100명으로 성장하나 하는 고민 대신 진정한 부흥에 대한 열망을 품게 된다. 그가 다녀온 한 교회는 전교인이 성경 전체를 1년에 4번 읽겠다는 결단을 내리기도 했다.
그는 “나는 내 작은 것을 남들과 나눌 뿐이지만, 그들 안에서 놀라운 성령의 역사가 일어난다”고 말한다. 덴버에서는 나이 많아 건강이 안 좋은 권사가 너무 ‘은혜를 받아’ 앰뷸런스를 대기해 놓고 신약을 일독한 일도 있었다.
도움을 받은 교회들이 주변에 소개하기 때문에 ‘라이프 체인징 미니스트리’라는 이 사역을 통해 많은 이들의 롤모델 역할을 하는 박 집사의 인생은 점점 바빠질 것이 분명해 보인다.
밸리에 사는 임모 전도사는 10년 전부터 꿈꾸어 오던 일을 지난 봄에야 시작했다. 3차례의 ‘주일학교 교육 무료 강습회’를 연 것이다. 30년 경력의 베테랑인 그가 지인들의 도움을 얻어 마련한 강습회에는 멀게는 샌타마리아, 샌타바바라에서까지 40여개 작은 교회 관계자들이 참석, 예배순서 짜기, 찬양인도, 시청각 설교법, 성경공부 인도요령, 공작 진행법 등에 대해 배웠다. 이 자리에선 제작비 1,500달러가 든 율동 DVD와 찬양 CD, 설교자료, 성경공부 교재, 공작재료 등 3개월치 주일학교 교육에 필요한 모든 것들이 거저 제공됐다. 남은 자료는 본보 기사를 보고 연락해 온 뉴욕, 테네시, 선교지 등에 보냈다.
“참 감사하다” “다음에도 꼭 오겠다” “정말 실제적이었다” “지금까지 참석해 본 강습회 중 제일 좋았다” 는 등의 반응이 이어졌고 강의를 들으며 눈물 짓는 사람도 있었다. 어느 장로는 감동을 못이겨 재정지원을 약속하고 밤잠을 줄여 가며 이번 강습회를 녹화한 웍샵 DVD의 제작을 돕고 있다.
임 전도사가 이 일에 착수한 것은 지난 해 중병으로 생사의 갈림길에 섰던 것이 결정적인 계기였다. 고통의 시간을 거쳐 그는 약한 교회들을 섬기는 존재로 빚어졌다. “아이들을 가르칠 전도사가 없는 딱한 사정의 미자립 교회들을 돕고 싶다는 마음이 황당한 아이디어 같아 오래 실행하지 못했어요. 그런데 이번에 마치고 보니 다 하나님이 하시는 것이더라고요. 저는 요리하는 어머니 옆에서 식탁에 수저를 놓는 아이 정도에 불과했어요.” 확신에 찬 그의 고백이다.
오는 8월에 열릴 2차 세미나를 준비 중인 임 전도사는 “약하고 가난한 교회를 돕는 것이 하나님의 소원이기에 한다. 나를 써 주시는 것만도 감사하다. 아프지 않았더라면 이 일을 절대 못했을 것이다. 하나님이 생명을 허락하셔서 다시 살고 있기 때문이다”라고 말한다.
두 사람처럼 내 교회의 울타리를 넘어 모든 이민교회가 잘 되기를 염원하며 연약한 공동체를 섬기는 크리스천들은 아름답다. 출석교회를 등한시하라는 말은 아니지만, 이웃 교회야 문을 닫든 말든 제 교회 잘 되기만 바란다면 어떻게 그것이 ‘그리스도의 몸 된’ 교회이고 성경이 가르치는 기독교 신앙일까. ‘서로 돌아보아 사랑과 선행을 격려하는’ 좋은 평신도를 뛰어넘는 위대한 평신도, 좋은 목회자를 뛰어넘는 위대한 목회자가 한인 교계에 많아지기를 간절히 기원한다.
김장섭 종교전문위원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