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한인 여성들은 자궁 건강에 관해 관심이 높지만 의외로 난소에 대해서는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특히 불임과도 관련이 깊은 ‘다낭성 난소 증후군’은 이름만큼이나 생소한 질환으로 생각하기 쉽다. 생리가 불규칙하거나 몇 달째 생리를 거른다든지, 과체중에 여드름이 난다든지, 다리나 배꼽 아래 털이 많이 생긴다든지 하면 ‘다낭성 난소 증후군’ 여부를 의심해 볼 만 하다. LA 한인타운의 이상준 산부인과 전문의는 “다낭성 난소 증후군을 갖고 있는 한인 여성들이 의외로 많다”고 지적했다. 이 전문의의 도움말을 빌어 ‘다낭성 난소 증후군’이 어떤 증후군인지, 무슨 증상을 나타내는지, 불임과의 연관성 등에 대해 알아보았다.
생리가 심하게 불규칙적이거나 여드름이나 다모증이 생긴다든지, 과체중인 경우 다낭성 난소 증후군을 의심해 볼 수 있다. 이상준 산부인과 전문의가 초음파검사를 실시하고 있다.
난소 바깥에 물집, 난자 배출 막아
여성호르몬 변화 생겨 배란 안돼
#다낭성 난소 증후군은
이 전문의는 “다낭성 난소 증후군은 ‘다낭성’이란 말 그대로 난소에 물집이 많다는 얘기”라며 “대개는 가족력에 의해 생기며 배란이 제대로 안되는 증후군”이라 설명했다.
난소는 생굴처럼 생긴 기관으로 여성의 몸 안에 자리하고 있다. 한 달에 한 번씩 배란을 하고 여성 호르몬들인 에스트로겐과 프로게스테론을 생산하며 분비한다. 분비된 호르몬은 자궁내막을 성장하게 하며 다 자란 난자가 배란 후 나팔관에 들어가 정자와 만나 수정이 되면 착상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착상이 안 되면 자궁내막이 탈락되면서 매달 생리가 나오게 된다.
다낭성 난소 증후군은 난포가 난소에 남아 난소 크기가 커지며 난소 바깥에 물집이 생기는 질환이다. 이름 그대로 낭(cysts)이 난소에 많아진다.
정상인 경우 난자를 포함한 난포가 자라다가 배란시기가 되면 저절로 난소 바깥으로 터져 나가지만 다낭성 난소 증후군은 난소 안에서 난포는 제대로 자라지도 못하고, 터져 나가지도 못해 난소 내에 남게 되고 난소 바깥에 물집이 생긴다. 난포 속에는 에스트로겐이란 여성 호르몬이 있다. 에스트로겐이 터지면서 황체 호르몬이 나와 생리가 나오게 되는데, 다낭성 난소 증후군 때문에 난자가 배출되지 못하고 호르몬 변화가 일어나지 못해 생리가 없고, 자궁 내막은 두꺼워져 자궁내막암이 생길 위험도 올라간다.
이 전문의는 “대부분은 가족력에 의해 물려받으며, 통통한 과체중 여성이 잘 걸린다. 물집 때문에 배란이 안 되고 생리가 불규칙해지며 생리는 2~3개월 만에 나온다든지, 생리 불규칙 때문에 임신도 어렵다”고 설명했다.
1950~60년대에는 ‘스타인-리벤탈 종양’(stein-leventhal tumor)이란 병명으로 난소에 생기는 혹으로 진단해 양쪽 난소를 반씩 잘라 임신을 가능하게 하는 치료를 했었다. 그러나 1980~90년대 와서 혹(tumor)이 아닌 물집으로 밝혀졌다.
악화땐 자궁내막암 발전… 한인 여성에 많아
#불임에 자궁내막암까지
다낭성 난소 증후군으로 황체 호르몬이 분비되지 못하고 배란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여성 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은 자궁에 축적된다. 그렇게 되면 자궁 내벽이 두꺼워지며 자궁내막암까지 발전할 가능성이 있다.
이 전문의는 “40~50대 자궁내막이 두꺼워지면 생리혈이 아닌 불규칙적인 출혈이 나올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호르몬이다. 이 전문의는 “한인 여성들이 보통 에스트로겐만 생각해 보조제도 먹지만 에스트로겐과 황체 호르몬이 균형이 맞아야 건강하다. 이 전문의는 “다낭성 난소 증후군은 에스트로겐이 많고 황체 호르몬이 없어 문제인데, 에스트로겐만 강화하는 보조제를 먹게 되면 자궁내막증이 증식될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자궁내막이 두꺼워지고 정상적인 생리에 의해 자궁내막이 떨어져 나가지 않아 합병증으로 자궁 내막암으로 발전할 수도 있다. 자궁내막암 예방을 위해서는 생리를 주기적으로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생리 불순땐 검진을
생리가 제대로 나오지 않거나 불규칙적인 경우는 산부인과에서 검사를 받아야 한다. 다낭성 난소 증후군은 뇌하수체 호르몬 검사, 체중의 정상 여부, 가족력, 여드름이나 다모증 여부, 초음파 검사 및 의사의 상담과 진단 등을 통해 진단을 내릴 수 있다.
호르몬은 혈액검사를 통해 알 수 있는데, 남성호르몬(테스토스테론) 수치를 검사하기도 하며, 뇌하수체 호르몬을 검사한다. 골반 검사를 통해 난소가 커진 것이 진단되면 초음파로 난소를 검사한다.
과체중·비만 줄이면 발생 줄어
청소년이나 미혼이면 산부인과 검진이 꺼려지게 마련이다. 하지만 여성의 산부인과 체크는 필수다.
#증상
생리가 제대로 나오지 않는 증상이 나타난다. 생리가 2~3개월 없는 경우, 6개월에서 1년까지도 생리가 드문 여성도 있다. 불규칙적인 생리를 보이거나 불규칙적인 출혈을 보이기도 한다. 가임기인데 임신이 어렵고, 불임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에스트로겐이 쌓이면 피하지방에서 테스토스테론인 남성 호르몬으로 바뀌는데, 남성 호르몬이 증가하면 여드름이 생기고, 털이 많아진다. 주로 털은 젖꼭지, 턱수염, 배꼽, 배꼽 아래, 다리 등에 털이 많이 생긴다. 비만도 하나의 증상이다. 다낭성 난소 증후군을 갖고 있는 여성은 대략 50% 정도는 과체중 또는 비만인 것으로 보고됐다.
#치료 및 예방
특별한 예방법이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예방은 먼저 체중을 건강하게 유지하는 것이 첫째다. 과체중이거나 비만은 체중부터 줄여야 한다. 다낭성 난소 증후군을 가진 여성의 경우 체중 조절은 증상을 억제하는 효과를 가져오기도 한다.
치료는 임신을 원하는가와 원하지 않는가에 따라 달라진다. 임신을 원하는 여성은 전문의의 상담과 진단을 통해 황체 호르몬을 써서 배란이 되도록 하며 생리를 할 수 있게 치료한다.
이 전문의는 “생리를 안 한다고 무작정 나올 것을 기다리지 말고 산부인과에서 규칙적으로 생리가 이뤄질 수 있도록 치료를 받아야 하며, 생리가 규칙적으로 이뤄지는지 3~4개월마다 의사를 만나 검사하도록 한다”고 말했다. 또한 임신을 위해 배란을 유도하는 약물을 쓰기도 한다. 환자에 따라 약물이 효과 없는 경우 레이저 수술을 받는 경우도 있다.
임신을 원하지 않더라도 뇌하수체를 조절해 호르몬 균형을 맞추고 피임약을 복용하게 된다. 생리 주기를 규칙적으로 하기 위함이다.
다모증과 여드름은 항안드로젠(anti-angdrogen)을 쓰기도 한다. 안드로젠은 남성호르몬으로 약물로는 스피로놀락톤(spiro-naolactone, 브랜드명 알닥톤)이 있다. 제모를 위해 털을 뽑기도 하며 미용시술을 받기도 한다.
#다낭성 난소 증후군 완치가 되나?
이 전문의는 “첫 아기를 낳고 나면 대개는 정상으로 돌아간다”고 설명했다.
다낭성 난소 증후군을 갖고 있다고 해서 기형아가 생길 확률이 올라간다는 것도 잘못된 정보다. 다낭성 난소 증후군과 기형아는 관련이 없다. 또한 다낭성 난소 증후군을 갖고 있어도 임신이 가능하다. 한편 유산 가능성과도 관련이 없다.
#당뇨와는 어떤 관계?
다낭성 난소 증후군 치료 중 당뇨약으로 치료하는 경우도 있다. 남성호르몬 수치를 낮추며 정상적인 생리주기를 갖게 하는 효과를 가져온다. 하지만 현재까지 왜 다낭성 난소증후군과 당뇨가 관련이 있는지는 밝혀지지 못했다. 당뇨 때문에 다낭성 난소 증후군이 생기는 것인지, 아니면 반대로 다낭성 난소 증후군 때문에 당뇨가 생기는 지 여부는 아직까지 명확하게 과학적으로 밝혀지지 않았다.
다낭성 난소 증후군을 가진 여성은 훨씬 더 비만이 되기 쉽다. 또한 남성 호르몬 수치가 높으면, 인슐린 수치도 높고 인슐린 작용에 대한 저항성을 갖는 것으로 밝혀졌다. 또 다낭성 난소 증후군을 갖고 있으면서 고혈압, 당뇨, 고 콜레스테롤을 함께 갖고 있는 경우도 있다.
#산부인과 체크는 필수
이 전문의는 “1년에 한 번 정도는 산부인과에서 정기 검진을 받도록 한다”고 조언했다. 매실이나 플럼 등 여성 건강보조제를 먹어도 되는지의 여부도 의사와 상담하는 것이 좋다. 청소년기에는 초경을 너무 빨리 하는지 조숙한지 검사 받아보는 것이 좋다. 첫 생리 때 생리통이 너무 심해도 의사의 상담을 받아본다. 첫 남자친구, 대학, 결혼 후 임신준비 등에도 산부인과 체크를 해보는 것이 중요하다.
이 전문의는 “결혼 전에는 산부인과 가기를 꺼려하는데, 꼭 진찰을 하지 않고 상담을 통해서도 여성의 건강을 지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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