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신수(28·클리블랜드 인디언스)는 이제 어떻게 되나. 올해 초 5,000만 달러 규모였다는 소속 구단의 계약연장 오퍼를 거부하고 이번 시즌에 더 좋은 성적을 내 그 두 배에 버금가는 초대형 계약을 받아내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세웠는데, 그 후 마음대로 되는 게 하나도 없다. 병역문제만 해결되면 탄탄대로인줄 알았더니 슬럼프에 빠져서 시즌 내내 속을 태우다가 음주운전 혐의로 체포되면서 그 장면이 인터넷에 유출되는 망신까지 당했고, 급기야 지난 달 24일에는 투구에 맞아 엄지가 부러지는 바람에 수술을 받아 시즌이 거의 다 끝나갈 무렵에야 복귀가 가능해 보이는 ‘악몽’의 연속이다.
바로 이런 위험부담 때문에 프로선수들이 장기계약을 원하는데, 사실 추신수는 올해도 아니고 내년도 아닌 2013년 시즌이 끝난 다음에야 프리에이전트(FA) 자격을 얻는 선수다. 그때까지는 소속 구단에서 장기계약을 해줘야한다는 아무런 의무가 없다. 구단 입장에서는 1년 계약으로만 쓰다가 성적이 안 나오거나 다치면 내보내면 그만인데… 잘 하건 못 하건, 나오건 못 나오건, 무조건 3년 연봉은 주겠다는 직장에 대해서는 아직 들어본 적이 없다.
그런 상황에서 구단이 장기계약을 제안했을 때는 구단에서도 원하는 게 있기 때문이다. 물론 시즌이 끝날 때마다 다음해 연봉을 놓고 협상이니 중재니 실랑이를 벌이지 않아도 되는 ‘편의’적인 문제도 있지만, 인디언스의 경우에는 선수가 팀을 떠날 수 있는 시기를 미뤄줄 것을 장기계약의 조건으로 내걸고 있다. 예를 들어 2013년에 FA 자격을 얻을 예정인 추신수가 팀을 떠날 수 있는 시점을 2015년까지 미뤄주면 그 대신 성적이 부진하건 부상을 당하건 5년 연봉을 개런티하겠다는 것. 인디언스는 그레이디 사이즈모어 등 팀의 다른 핵심 선수들도 그런 방법으로 잡아뒀다.
하지만 추신수는 2015년 여름이면 만 33세가 되는 문제가 있어 그 정도 선에서 합의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33세가 돼서 40세를 바라볼 때까지의 장기계약을 따낼 가능성이 과연 몇 퍼센트나 되는지 생각해 보면 충분히 이해가 가는 계산이다. 따라서 올해 395만달러 연봉을 받는 1년 계약서에만 사인하는 ‘모험’을 걸었는데 아직까지는 원하는 시나리오가 나오지 않고 있다.
지금은 추신수가 올해 초에 받았던 오퍼가 아직도 유효하면 이변인 상황으로, 이제는 ‘수퍼 에이전트’ 스캇 보라스가 그에게 과연 어떤 조언을 해주고 있는지 궁금하다.
물론 ‘게임’이 끝난 것은 아니다. 추신수는 내년에 멋지게 리바운드, 다시 대형 장기계약을 노릴 수도 있다. 하지만 추신수는 올해 좋은 성적을 내야한다는 심리적 부담이 컸다면 내년에는 똑 같은 문제를 어떻게 극복할지 의문이다.
4년 전 샌디에고 파드레스에서 추신수와 비슷한 상황이었던 숏스탑 칼릴 그린(31)은 그 정신적인 부담을 견뎌내지 못하고 메이저리그에서 사라져버렸다.
한 시즌 홈런 27개에 97타점을 올리는 숏스탑이 드물기에 파드레스는 그가 FA 자격을 얻기 2년 전에 2,000만달러가 넘는 3년 계약연장을 제안했다. 1년 계약만 해주면 되는 시점에서 남은 인생이 보장되는 3년짜리 계약을 해주는 대신 팀을 떠나는 시기를 1년 만 늦춰달라는 제안이었다.
하지만 그린은 이를 거부한 뒤 깊은 슬럼프에 빠졌고, “어차피 떠날 선수”로서 결국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로 트레이드된 후 ‘불안장애’(Anxiety disorder)로 부상자명단에 오르락내리락 하던 끝에 재계약은커녕 빈손으로 방출된 신세가 되고 말았다. 그는 올해도 불안장애로 텍사스 레인저스와 계약이 취소되면서 컴백이 무산됐다.
나이와 메이저리그 경력이 추신수와 비슷한 LA 다저스 소속 대만인 구원투수 쿠오홍치(29)도 지난달 불안장애로 부상자명단 신세를 졌다. 연봉 조정 2년차를 맞아 올해 초 일단 다저스와 272만달러 연봉의 1년 계약에 합의한 뒤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것을 보면 공 하나 하나, 플레이 하나 하나에 천문학적인 돈이 걸린 심리적 부담이 어느 정도인지 대강 짐작은 간다.
하지만 이럴 때마다 생각나는 말도 있다. 사회부 기자 시절 “너무 여러 번 도둑맞아 못 살겠다”던 리커 스토어 주인의 말을 듣다가 한 경찰이 한 대답이다. “먹고 사는 방법이 이것밖에 없는 것도 아니고… 뜨거운 게 싫으면 부엌에서 나가시죠.”
이규태 스포츠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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