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22-23일 영국 런던에서 핵무기 전폐정략 ‘글로벌 제로(Global Zero)의 제3차 대회가 열렸다. 이 모임은 2008년 12월 프랑스 파리에서 세계 23개국 인사들 -정치가, 외교관, 군사전문가, 경제학자, 종교인 등- 100여 명이 조직하여 현재 세계 각국에 40여만 명의 회원을 가진 단체이다. 목표는 세상에서 핵무기를 전폐하자는 것이다.
현 세계에는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관찰을 받는 나라(러시아, 미국, 중국, 영국, 프랑스)들 사이에 적어도 2만5백여 개의 핵폭탄이 있다. 이에 더하여 핵확산방지조약(NPT)의 통제를 받지 않는 몇 나라(인도, 파키스탄, 이스라엘 등)가 얼마간의 핵무기를 더 가지고 있다. 그리고 국제사회의 반대를 무릅쓰고 핵무기를 개발하는 나라(북한, 이란, 시리아 등)도 몇 개의 핵무기를 가지고 있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핵을 취급하는 사람들이 자칫 사고를 일으키거나, 핵을 무책임하게 발사하거나, 국제테러집단의 손에 핵을 넘겨준다면 세계가 대공황에 빠질 것이다. 그런 상황을 절감하여 글로벌 제로 핵무기 전폐정략이 이미 세상에 존재하는 각종 반핵기구에 덧붙여 마련된 것이다.
글로벌 제로가 2009년 6월에 발표한 실천계획에 따르면 그들은 핵을 보유하는 나라들을 권장하여 피차 협약을 맺도록 주선하고 점진적으로 핵을 폐기하여 2030년에 제로(0)에 이르도록 한다는 것이다. 얼핏 들으면 황당한 망상 같은 이야기지만 그들의 포부가 단순한 꿈이 아니라 정교한 계획과 구체적인 방안이기 때문에 2009년 9월에 유엔안전보장이사회가 그들의 정략을 인준하는 데 이르렀다.
그들의 정략은 4단으로 되어 있다. 제1단은 2010에서 2013 사이에 현재 핵무기의 95%를 갖고 있는 미국과 러시아 두 나라가 협의하여 핵탄두를 각각 1,000개로 절감하도록 하는 것이다. 미국과 러시아 두 나라 대통령은 그들의 권장을 수용하여 2010년 4월 8일 전략무기감축협정(New Start)에 합의했다. 그 후 두 나라 국회가 각각 비준하여 2011년 2월 5일에 발효하게 되었다. 결과로 두 나라는 10년 동안에 핵무기보유량을 각각 25%씩 감축하게 되어 있다. 이로서 글로벌 제로의 제1단 작업이 궤도에 오른 것이다.
제2단은 2014-2018년 사이에 미국과 러시아 두 나라의 핵탄두를 각각 500개로 절감하게 한다. 동시에 다른 핵보유국들을 권장하여 같은 방법으로 비율적인 핵감축을 이룬다. 제3단은 2019-2023 사이에 세계의 핵보유국 전체가 합의하여 각국이 보유하는 핵무기를 전부 파기하기로 서명하고 법적인 계약을 체결한다. 제4단은 2024-2030년 사이에 각국이 서명한 사항을 실천에 옮겨서 2030년에 핵무기가 전폐되는 세상을 만든다.
어떻게 그런 엄청난 꿈이 실현되겠는가 하는 의문에 대하여 글로벌 제로는 두 가지 현상을 지적한다. 첫째는 핵폭탄의 실용성이 희박해졌다는 사실이다. 그 증거로 핵폭탄이 세상에 처음 나타난 1945년부터 오늘까지 65년 동안 어느 나라도 감히 핵폭탄을 사용하지 못했다. 둘째는 핵폭탄 유지의 부담이 너무 과중하다는 사실이다. 그 증거로 소련이 붕괴된 1991년부터 오늘까지 20년 동안에 미국과 러시아는 핵무기를 유지부담을 덜기 위하여 상호협약으로 4만 개의 핵무기를 폐기했다. 두 나라 뿐 아니라 다른 핵무기보유국들도 할 수만 있다면 핵의 보유량을 절감하기 바란다. 이런 추세에 편승하여 핵무기전폐정략이 창출된 것이다.
만일 핵보유국들이 상호합의 아래서 고도로 발달된 점검기술을 이용하여 상대국의 감축행위를 정밀히 검증하며 비례적으로 자국의 핵무기를 감축해 나가면 피차에 유익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주변에 불량국가들과 테러집단이 핵무기 획득에 광분하는 현실에서 어느 나라도 핵무기를 전부 포기하려 하지 않을 것이다. 모두가 그 현실을 잘 알지만 글로벌 제로는 차제에 각국이 보유하는 핵무기를 최대한 폐기하도록 주선하여 그만큼 세계평화에 이바지 하자는 것이다.
핵무기 전폐의 꿈을 안고 분투하는 글로벌 제로의 노력에 격려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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