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폰 사용이 과연 암 발생과 관련이 있을까?
얼마 전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 암연구소(IARC, International Agency for Research on Cancer) 패널 회의에서는 셀룰러폰을 자주 사용할 경우 뇌암에 걸릴 위험이 높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며 셀폰에서 발생되는 무선 주파수 전자기장을 발암 가능성 물질(2B 등급)로 분류해야 한다고 밝혀 큰 반향을 일으켰다.
그러나 셀폰에서 발생하는 전자파가 정말 인체에 해로운가에 대해서는 논란이 계속되고 있으며, 충분히 결론이 나지 않은 상태다. ‘미 역학저널’에 최근 발표된 바에 따르면 셀폰을 자주 사용하는 사람들과 자주 사용하지 않거나 전혀 사용하지 않는 사람과 비교했을 때 뇌종양 발병률은 높지 않았던 것으로 보고되기도 했다.
또한 셀폰 사용은 1990년 이후 500배나 증가됐지만 뇌종양 발병률은 1990년 100만명당 70명에서 2008년에는 100만명당 65명으로 감소했다. 셀폰이 정말 암을 일으키는 원인이 될까? 셀폰의 유해성 논란에 대해 짚어본다.
셀폰은 현대인들에게 일상의 필수품이다. 되도록이면 사용을 줄이고, 몸에 가까이 두지 않는다.
“과다 사용땐 DNA 손상
뇌암 일으킬 수 있다”
연관성 규명 안 됐지만
사전 예방 권고 잇달아
#셀폰에서 발생하는 전자파
셀폰 문제는 바로 눈에는 보이지 않는 전자파다. 정확하게 말하면 전자기장(electromagnetic fields). 전류가 흐를 때 주변에 전기장과 자기장이 생기는데, 전자기장은 전기장과 자기장의 상호작용에 의해 형성된다. 전자기장에 지속적으로 노출되면 암 발병원인이 될 수 있다는 일부 역학적 연구보고가 나온 바 있다.
전자파는 셀폰뿐 아니라 각종 전자기기, 컴퓨터 등에서도 발생한다. 사실 셀폰과 암과의 관계가 명확하게 규명된 것은 아니다. 셀폰 사용에 관한 연구도 아직 충분한 것은 아니며 연구도 계속되고 있다.
이번 국제 암연구소의 회의는 셀폰의 전자파가 혹시라도 암 발생에 영향을 줄 수 있으므로 사전에 예방할 것을 권고하는 목소리로 볼 수 있다. 암 발생은 갑작스럽게 일어나는 것이 아니며, 셀폰이 발암물질인지가 아직 명확하게 밝혀진 것은 아니라는 것 때문에 셀폰이 안전하다고는 말할 수 없다는 것.
국제암연구소(IARC)는 셀폰으로 통화를 자주할 경우 악성 뇌종양의 일종인 신경교종 발병률이 높다는 연구결과를 최근 밝혔다. 특히 셀폰에서 나오는 무선 전자기장을 발암 가능물질로 지적했다.
암 발병은 세균이 외부에서 들어오는 것이 아니라, 인체 정상세포 중 하나가 어떤 이유로 유전자에 변화를 일으켜 세포가 정상세포에서 암세포로 변형돼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셀폰이 발암 원인이라는 것은 휴대폰에서 방사되는 전자파에 의해 DNA가 손상을 받게 되면 세포가 변형돼 암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주장이다.
이번 논란은 사실 새로운 것은 아니다. 셀폰의 잦은 사용은 암을 비롯해 두통, 어지러움증, 기억력 저하 등을 일으킬 수 있다고 제기되기도 했다.
#셀폰 전자파와 뇌암은
국제암연구소는 현재 전세계 셀폰 사용 인구를 약 50억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번 국제암연구소 연구에 따르면 셀폰의 과다 사용은 신경변종이란 뇌암의 원인이 될 수 있는 것으로 보고됐다. 국제암연구소가 최근 발표한 바에 따르면 14개국 31명의 전문가로 구성된 패널 그룹이 매일 평균 30분간 셀폰을 사용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지난 10여년 연구를 진행한 결과 셀폰 전자파를 발암 가능성 물질인 2B 등급(Group 2B)으로 분류해야 한다고 합의했다.
국제암연구소는 발암물질을 총 5단계(1, 2A, 2B, 3, 4)로 구분하는데 ‘2B 등급’은 이 중 세 번째 단계인 ‘발암 가능물질’(possibly carcinogenic to humans)로 여기에는 자동차 배기개스가 포함돼 있다. 국제암연구소 기준 최상위 단계는 ‘발암물질’(carcinogenic)인 1등급으로 담배가 속해 있으며 2A 등급은 ‘발암 추정물질’(probably carcinogenic)로 분류된다. 나머지 5단계 중 3, 4 등급은 암 유발과 관계가 없다고 보면 된다.
국제암연구소에서는 일생동안 셀폰에 의해 전자기장에 노출될 경우, 특히 머리에 바짝 붙이고 사용하는 경우 발암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어린이는 두개골 얇아 더 위험
어린이 역시 위험에 노출돼 있다고 지적됐다. 어린이의 경우 두개골이 더 얇고 완전히 두꺼워지지 않았으며 신경체계가 완전히 발달하지 않았기 때문에 전자파의 영향이 높고, 성인보다 더 평생 노출빈도가 높아 위험이 높다.
따라서 어린이는 되도록이면 셀폰 사용을 제한하고 청소년도 셀폰 통화를 필수적인 경우에 짧게 하도록 지도하는 방법이 권고됐다.
물론 WHO에서는 셀폰의 전자파와 암 관계는 아직 충분한 증거가 밝혀진 것은 아니며 이에 대한 지속적인 연구가 필요하다고 지적하기는 했다. 또한 국제암연구소에서는 셀폰 이용과 암 발병 간 상관관계를 완벽히 증명하기에는 현재 자료가 부족하다며 더 많은 연구가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미 FCC에서도 셀폰의 전자파 규제에 대해서는 아직 과학적인 증거가 불충분하다는 입장이다.
#이어폰을 사용하라
뉴욕 노스 쇼어 롱아일랜드 유대 의과대학 뇌암연구소의 신경과수술 디렉터 마이클 슐더 박사는 “상식적으로 지적할 수 있는 것은 셀폰이 전자파(마이크로파)를 발생시키고 방사선이 방출되는데 이로 인해 잠재적으로 DNA가 변해 암과 연관성이 있다고 볼 수 있는 점으로 셀폰은 적당하게 사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셀폰 전자파와 암과 연관관계가 있다 하더라도 증명하기가 매우 어렵다”고 지적했다.
셀폰에서 방출되는 전자파는 매우 낮은 마이크로웨이브 방사선인 비전리(non-ionizing) 방사선으로 피부에 흡수될 수 있지만 강도는 매우 미약한 수준이다. 비전리 방사선은 X-레이나 CT 스캔에서 방출되는 불안정한 전리 방사선(ionizing radiation)과는 다르다.
국제암연구소에서는 휴대폰 사용자는 직접적인 통화보다는 문자 메시지를 더 많이 사용하며 핸즈 프리나 블루투스, 스피커 장치를 이용하는 것을 추천했다. 또한 귀에 바짝 대지 말고 가급적 간단하게 통화할 것을 권했다.
#너무 걱정할 필요 없다는 주장은
불과 1년 전만 해도 WHO에서는 셀폰과 뇌암의 연관성은 과학적인 명확한 증거가 규명되지 않았다는 입장이었다. 지난해 발표된 13개국을 대상으로 한 대규모 임상연구에서는 일반적인 셀폰 사용이 다른 건강문제를 일으킬 확률이 높은가에 대해서는 ‘전혀 그렇지 않다’는 결론이 보고되기도 했다.
쟁점이 되는 문제는 바로 셀폰의 전자파가 인체 DNA을 손상시켜 뇌암을 일으킬 수 있을 정도냐는 문제다. 그렇지 않다고 주장하는 쪽에서는 DNA를 손상시킬 정도의 전자파라면 특정하게 강도가 세야 하며, 파장의 지속기간도 오랜 시간이 흘러야 한다는 것.
셀폰의 전자파 양을 측정하는 것도 쉽지 않다. 또한 아직까지도 수백만명이 셀폰을 사용하고 있으며, 매일 다년 간 사용하고 있다.
만약 셀폰이 인체해 해로운 것이라면 전세계적으로도 뇌암 발병률이 증가해야 가설을 뒷받침할 수 있다. 하지만 뇌암 발병률은 감소하고 있는 추세다.
뇌종양 발병률이 증가했던 시기는 1970년대. 하지만 1970년대는 셀폰이 오늘날처럼 널리 사용되지 않았던 시기다.
또한 20년간 42만명의 셀폰 이용자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는 셀폰 사용과 뇌종양의 발병 가능성에서 연관성을 찾지 못하기도 했다.
최근 나온 신경교종 문제는 과다 사용자가 신경교종 발병 위험이 증가하는 것으로 보고되긴 했지만 전체적으로는 뇌암 증가에 대한 증거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셀폰 사용 때문에 침샘에 암이 생긴다는 연구도 나왔지만 적은 숫자만 침샘에 악성 종양이 생긴데다가 흡연자였던 것으로 밝혀졌다. 흡연은 침샘암의 주요 원인이다.
한편 WHO에서는 추가 연구를 종합해 무선주파수 전자기장의 위험성에 대해 오는 2012년에 그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셀폰의 전자파를 최소화 하려면
아직 암 발병과 셀폰 사용의 원인과 결과가 확실하게 밝혀진 것이 아니다. 되도록이면 사용을 줄이고 셀폰은 가능한 한 멀리 두고, 몸에 가까이 두지 않도록 하며, 너무 뜨거워질 때까지 사용하지 않도록 주의한다. 전자파는 거리가 멀어질수록 효과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전자파 방출이 적은 셀폰을 사용하는 것도 한 방법.
또한 스피커나 핸즈프리, 블루투스 등을 사용하며, 사용 때 머리에 너무 바짝 붙이지 않도록 주의한다. 장기간 전화를 사용할 때는 유선 전화기를 사용한다. 문자 메시지를 많이 활용하고, 어린이나 청소년도 과다한 휴대폰 사용은 하지 않도록 주의를 시키도록 해야 한다.
<정이온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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