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자신이 설립한 ‘플릭스터’를 타임워너에 8,000만달러를 받고 매각한 조 그린스타인. 그는 이 작은 스튜디오 아파트에서 10년째 살고 있다.
애런 팻처는 팔로알토의 600스케어피트 원 베드룸 아파트에서 살고 있다. 카우치와 TV도 낡았고 그가 가장 좋아하는 신발은 자신보다 ‘나이’가 많은 39년 된 대물림 갈색 가죽구두다. 머리손질도 12달러짜리 이발소가 단골이다. 15만마일을 달린 96년도 포드 컨투어가 수명을 다한 후 새로 산 차는 2만9,000달러짜리 수바루 아웃백이다.
이 같은 그의 생활과 겉모습만 보아선 그가 2009년 자신의 인터넷 벤처기업을 1억7,000만달러에 매각하고 현재는 금융소프트웨어 회사인 인투이트의 부사장인 30세 기업가라는 것을 짐작하기 힘들다.
좁은 아파트·작은 차 등 검소한 생활에 만족
달라진 부의 상징… “행복의 원천은 물질이 아니다”
소문난 몇 명을 제외하곤 실리콘 밸리의 떠오르는 젊은 스타들은 신분을 과시하는 기존의 상징들을 거부한다. 스포츠카, 요트, 호화주택들에 그들은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대신 자신들의 이름을 남기기 위해 거액을 공익사업에 기부하거나 새로운 벤처에 투자한다.
“부란 큰 집이나 화려한 자동차와는 다른 목적과 용도가 필요한 것”이라고 개인자산관리 사이트 민트닷컴을 설립한 팻처는 말한다.
27세의 더스틴 모스코비츠는 포브스에 의하면 세계에서 가장 젊은 억만장자다. 그는 하버드대학 클래스메이트로 함께 페이스북을 설립한 마크 주커버그보다 8일 뒤에 태어났다.
모스코비츠는 세상의 어떤 근사한 집도 살 능력이 충분하지만 그가 선택한 것은 샌프란시스코의 콘도다. 경영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자신의 벤처기업 아사나에 출근할 때도 자전거를 타고 간다.
자동차 폭스바겐 R32는 대체로 차고에서 쉬고 있다. 항공기도 이코노미 클래스를 이용한다. 그 많은 돈은? 자선재단 설립을 위해 모으고 있는 중이다. 주커버그처럼 모스코비치도 살아생전에 자신의 부를 희사하겠다고 밝혔다.
주커버그 역시 자신의 수입보다 훨씬 검소하게 사는 또 다른 억만장자다. 오랫동안 작은 아파트에서 바닥에 매트리스를 깐 채 살다가 최근 처음으로 팔로알토에 집을 샀다. 700만 달러짜리이지만 69억달러라는 그의 재산 수준으로 보면 ‘소박한’집이다.
자신의 페이스북 프로필에 관심분야를 ‘미니멀리즘’과 ‘욕망 없애기’라고 적어놓은 주커버그가 모는 자동차는 애큐라다. 그러나 최근의 주요 지출은 지난해 1억달러 기부, 미 전국에서 가장 열악한 공립교육구의 하나로 꼽히는 뉴저지 주 뉴와크 공립하교 개선을 위한 지원금이었다.
이 같은 ‘과시적 자제’가 각본에 의한 것이 아니냐는 회의적 비판의 시각도 있다. 테크놀로지 거물들은 특히 요즘처럼 긴축의 시대엔 대중감화력이 최선의 홍보라는 걸 잘 안다는 것이다.
그러나 마이크로 소프트의 연구원 앨리스 마위크는 여러 정황이 그들의 행동이 ‘각본’이 아님을 입증한다고 지적한다. 뉴욕대학에서 ‘인터넷 기업가들의 사회적 지위’라는 주제로 박사학위를 받은 그에 의하면 이 새로운 세대의 하이테크 기업가들이 사회적 지위 자체를 마다하는 것은 아니다. 단지 그들은 다른 방법으로 그것을 추구한다.
“그들의 세계는 잘 생긴 외모, 가시적 부, 멋진 몸매 등에 가치를 두는 커뮤니티가 아니다. 그들이 지위의 고하를 가르는 기준은 이런 게 아니다. 하이테크 백만장자들은 명사들과 즐겨 어울리거나 멋진 차를 사지 않는다. 외모에 대한 관심, 옷 쇼핑, 집안 장식등의 소비 습관을 경박하고 멍청한 여성적 취향으로 보는 남성적 경향이 강하다. 그들은 타일랜드로 여행하거나 벤처기업 육성프로 기금을 지원한다. 물론 돈이 많이 드는 일이다. 그러나 그것은 물질이 아닌 정신을 함양하는 전통적인 이들의 기질이다”라고 마위크는 말한다.
실리콘 밸리에서 성공의 척도는 무엇을 샀느냐가 아니다. 어떤 기업을 설립했느냐다.
“최고급 스포츠카 애스턴 마틴을 집 앞에 세워두어야 할 필요가 없다”고 28세의 드류 휴스턴은 말한다. 그는 2,500만명의 사용자를 가진 파일공유서비스 벤처기업 ‘드랍박스’(Dropbox)의 공동설립자다. “그보다는 더 많은 사용자를 위한 무엇인가를 만드는 자유와 자립이 중요하다”
부가 특권을 주는 것은 사실이다. 낡은 구두를 신고 좁은 아파트에 살긴 하지만 애런 팻처는 자신의 30세 생일을 맞아 영국의 버진 아일랜드에서 2만5,000달러를 들여 한 주 동안 친구들과 요트 선상파티를 즐겼으며 컴퓨터공학을 전공한 동생의 학비를 전담하기도 했다.
냅스터의 설립자이며 페이스북의 공동설립자인 31세의 숀 파커처럼 화려한 플레이보이로 소문난 젊은 기업가도 있긴 하다 : 옷장은 값비싼 톰 포드의 정장으로 가득 차 있고 LA엔 10만달러짜리 전기 스포츠카, 샌프란시스코에는 아우디 S5를 대기시켜놓았는가 하면 샌프란시스코의 집 외에도 뉴욕에 술의 신 이름을 따서 ‘바커스 하우스’라고 명명한 2,000만달러짜리 타운하우스를 소유하고 있으며 하룻밤 디너와 와인에 1만3,000만달러를 뿌리고…
비영리기관에 수백만 달러를 기부하도록 권하는 소셜네트워킹서비스 ‘Causes’를 공동 설립한 파커는 그것이 자기 방식의 사회 환원이라고 말했다.
“일부는 과도하게 소비하고, 또 돈 가진 사람들이 쓰는 게 잘못도 아니지만 대부분 하이테크 기업가들은 보다 스마트하게, 보다 검소하게 살려고 한다”고 하이테크 투자가 데이브 맥클루어는 설명한다.
그 같은 전형적 기업가로 꼽히는 인물이 33세의 조 그린스타인이다. 지난달 자신의 회사 플릭스터를 타임워너에 8,000만달러를 받고 매각한 그는 막대한 이익을 남겼다 해서 자신의 일상에서 “물질적으로 달라진 것은 한 가지도 없다”고 말한다. 지난 10년간 살아 온 샌프란시스코의 월세 1,000달러짜리 소박한 스튜디오에서 여전히 살고 있다.
매달 봉급으로 연명하거나 해고를 두려워해야 하는 입장이 아닌 것만으로도 운이 좋다고 생각한다는 그는 “내가 희생한다는 생각은 없다. 오히려 별 희생을 안 하는 것에 죄책감을 갖게 된다”고 말한다.
90년대 흥청망청 댔던 하이테크 붐 때엔 못 보던 정서다. 당시 실리콘 밸리의 거리엔 벼락 백만장자들이 사들인 수많은 램보기니가 질주했고 작은 주택들은 맨션을 짓기 위해 사방에서 허물렸었다.
하이테크 버불이 터진 후의 어두운 그늘에서 산 교훈을 얻으며 성장한 오늘날의 젊은 기업가들은 행운이 얼마나 지속될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자신의 비즈니스와 자신의 삶을 보다 신중하고 현명하게 관리하고 있다고 뉴욕대학의 에드워드 울프교수는 설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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